깊어지는 천정배 신당의 고민,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현실적으로 어려운 독자노선,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어느 쪽과도 쉽게 손잡기 힘든 딜레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야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호남을 기반으로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천정배 의원이 2015년 4.29 재보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입성하고 지난해 11월 18일 국민회의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호남지역에서 제1야당에 대한 반감을 기초로 의석 수 확보에 성공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더민주의 호남현역의원들이 대거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으로 향하면서 국민의당이 호남의 대안야당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천 의원은 독자노선보다 더민주나 국민의당 둘 중의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 천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는 14일 김종인 위원장 영입을 발표한 기자간담회에서 “천정배 의원은 창당준비위 단계까지 가 있다. 야권대통합 차원에서 연대를 추진하고자 한다”며 “선대위가 안정 되는대로 야권 대통합 실현을 위해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국민의당이 호남민심을 끌어당기는 상황에서 천정배 의원의 역할이 필요하다. 문 대표는 일찍이 호남 인사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 인물로 천정배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천정배 의원을 끌어들여야 호남의 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권통합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18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인 문병호 의원이 안 의원에게 보낸 문자가 언론에 공개됐는데, “박영선 천정배 모시고 오면 좋겠습니다. 박영선 의원에게는 당대표 서울시장 공천 제안하면 좋겠습니다. 천정배 의원에게는 자존심 살려주는 말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천정배 의원과 국민회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으로 쉽사리 기울기 힘든 상황이다. 국민회의는 지난해 11월 18일 출범선언문에서 “야당은 야당답게 싸우지도 못하고 국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패권정치와 패거리 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한마디로 야당은 그 수명을 다했다”고 밝혔다. 천 의원과 국민회의는 더불어민주당의 패권 정치를 비판하며 등장한 신당이기에 다시 더민주와 힘을 합치기에는 명분이 없다.
문재인 대표의 이선후퇴가 이를 충족시켜줄 명분이 될 수 있다. 이르면 설 전에 문 대표가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설사 문 대표가 사퇴한다고 해도 국민회의와 더민주의 연대 및 통합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단독선대위원장 전제로 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전권을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한 야권통합에 대해서도 “당이 싫다고 박차고 나간 사람들하고 같이 하는데 힘을 쏟으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통합을 해나간다고 해도 틀이 짜이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가 야권대통합의 틀이 마련되면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문 대표와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천 의원이 만약 선대위원장을 맡지 못하고 공천에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면 더민주와 통합해서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없다.
국민의당이 보내는 러브콜도 무작정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국민회의는 더민주가 무기력하다며 ‘싸우는 야당’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중도층을 아우르겠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지를 찾는, 야권 지지층의 비판을 자아내는 행보를
하고 있다.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4.19 묘지를 참배한 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 일컬어 논란을 빚고
있다.
국민의당의 이런 행보에 대해 오히려 국민회의는 각을 세우고 있다. 장진영 국민회의 창당준비위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에 항거하다가 희생당한 300위의 영혼이 모셔져 있는 성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표현한 것은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구국의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국민의당과 한상진 위원장은 한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유족들께 깊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국민회의가 ‘심판 대상’으로 삼았던 더민주의 호남 현역 의원들이 국민의당에 대거 들어왔다는 점도 문제다.
천 의원과 국민회의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 의원은 18일 창당준비위원회 운영회의에서 “지금 우리가 분명히 해야 될 것은 작년부터 강조하고 있는 연대의 3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3원칙으로 “가치와 비전 중심 연대, 반패권 연대, 승리와 희망의 연대”를 제시했다. 연대의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더민주와 국민의당 모두에게 명분을 달라고 요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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