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인재영입에 ‘올인’, 국민의당 논란, 애타는 새누리
더민주는 ‘운동권’ 씻어내기 전략, 국민의당은 여권 공략, 새누리당은 없음
각 정당에 인재영입 열풍이 불고 있다. 화제몰이로만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이 가장 성공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사실상 인재영입에 손을 놓고 있고 국민의당은 인재영입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종인 전 의원에게 총선 선거대책위원장 직책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김종인 위원장 영입은 여러모로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좋은 카드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자 박근혜 후보의 경제 교사 역할을 맡아 경제민주화 공약을
설계했다.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을 앞세워 총선에서 다시 한 번 쟁점이 될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하고 박근혜 정부의
공약파기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에 힘을 실을 수 있다.
문 대표는 14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인 박사는 우리 당을 시대적 과제인 소득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김 박사님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정권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경제민주화 가치의 아이콘”이라며 “우리가 박근혜 정권에 걸었던 기대는 처참히 꺾였다. 박근혜 정권이 그 가치를 버렸다고 해서 시대정신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영입은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라는 의미도 지닌다. 전병헌 더민주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박사의 선대위원장 수락과 영입은 매우 우리 당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중도개혁정당으로서 다시 한번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본격적인 체제 재정비를 통해서 외연확장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 영입에서 보듯 더불어민주당은 당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지지층을 확대할 수 있는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안보외교분야가 취약하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군 장성 출신인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을 영입했다.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유영민 전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 등 IT를 대표하는 인물도 영입했다.
인재 영입의 풀이 바뀐 것도 주목할 점이다. 기존의 인재영입이 노동계나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대기업(양향자 전 삼성전자 전무), 법원(박희승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장), 기획재정부(김정우 전 계약제도과장) 등 다양해졌다. ‘운동권 정당’이라는 세간의 비난을 의식한 인재영입으로 보인다.
김종인 위원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위 친노 운동권 물갈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공천 룰에 따라 객관적으로 공천할 것”이라면서도 “현대정당에서 도그마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는 정당 운영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인재영입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더민주가 ‘운동권 정당’ 이미지를 씻기 위한 인재영입으로 중도층 확보에 나섰다면 국민의당은 과거 새누리당에 몸 담았던 인물들을 영입해 세 확장에 나선 것도 차이점이다.
이명박 정부 비서관 출신인 정용화 호남미래연대 이사장은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했고, 국민의당 이름으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이 이명박 정부 핵심인사였던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을 영입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 외에도 새누리당 전력이 있는 인사 다수가 국민의당 창당발기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를 두고 야권 지지층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관련 기사 : <국민의당 창당발기인에 새누리당 인사들 수두룩>
인재영입을 둘러싼 잡음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일 국민의당이 영입한 5명 중 3명이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드러났고 국민의당은 3시간 만에 영입을 취소했다. 더민주도 여성인재 영입1호였던 김선현 차의과대 교수가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스스로 영입을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영입 취소를 당한 허신행 전 농림부장관이 인격살인을 당했다며 사과를 요구해 잡음이 더 커졌다.
이들 외에도 비리 의혹이 일고 있는 인사들이 추가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뇌물수수로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은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 편의를 봐준 대가로 5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적 있는 곽인희 전 김제시장도 창당 발기인 명단에 포함됐다. (관련 기사 : <국민의당 합류 곽인희 전 김제시장, 과거 뇌물수수 전력>)
두 야당에 비해 새누리당은 인재영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10일 ‘젊은 전문가 그룹’이라며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배승희 변호사, 김태현 변호사, 박상헌 공간과미디어 연구소장, 최진녕 변호사, 변환봉 변호사 등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종합편성프로그램에서 ‘막말 평론가’로 활동했던 전력이 있어 중도층 공략과는 거리가 멀다. 전희경 사무총장의 경우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국정화 전도사 역할을 했고 배승희 변호사는 방송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조희팔과 관계있다는 말을 했다 유 의원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인물이다.
지난 대선 인재영입으로 중도층 끌어오기에 성공한 새누리당이 이번에 인재영입에 지지부진한 이유는 공천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며 “전략공천은 없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그러면서 인재를 영입할 가장 중요한 칼자루가 사라졌다. 인재를 영입해도 자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입에서 나온 ‘진실한 사람들’의 공천도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박 대통령이 미는 친박 인사들과 비박계 새누리당 현역들 간의 공천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공천이나 주요 직책을 약속하며 인재를 데려오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새누리당이 영입한 김태현·배승희·변환봉·최진녕 변호사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 의원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했다. 김태현 변호사는 우원식 의원 지역구인 서울 노원을, 배승희 변호사는 서영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중랑갑, 최진녕 변호사는 정청래 의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 변환봉 변호사는 김태년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 수정에서 국회의원 배지에 도전한다. 하지만 “당선은 둘째 치고 새누리당 경선조차 뚫기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야당의 인재영입에 대해 폄하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으로 국회 내 책무를 도외시한 채 인재영입 쇼에만 매달려있고 국민의당은 국정현안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미지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초조함도 읽힌다. ‘총선 180석’을 자신하던 모습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15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번 총선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조로 치러지는 관계로 여당에게 유리하다’는 해석도 하는 모양인데, 또 제가 180석이라는 발언 때문에 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해석도 있지만 본의가 그게 아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과거 13대부터 14대, 15대, 16대 선거 등이 모두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졌지만 매번 모두 우리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한다”며 “제가 180석을 얘기한 것은 ‘야당 분열로 이번 선거에 우리 새누리당이 180석을 얻게 될 것이다’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인재영입이 가장 활발해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에도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단독선대위원장을 전제로 (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호남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천정배 의원 등 호남 인사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호남을 볼모로 잡아서 내가 호남을 대표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냐”며 “정치인들이 자기 목적 위해 호남 대표할 수 있는 사람처럼 처신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호남을 대표할 수 있다고 볼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또한 “공천 룰이 편파적으로 치우쳤다면 약간의 수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천을 앞두고 인재영입을 둘러싼 생각 차가 새로운 갈등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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