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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태 환영파티가 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조경태 환영파티가 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김무성 대표, 직접 조경태 의원 환영인사…“당 최고위가 신규당원 입당신고 받는 곳이냐” 반발도

더불어민주당에서 3선을 지낸 조경태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조용히 입당원서만 낸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와 인사를 했다. 새누리당 최고위가 조경태 의원 입당 환영파티 자리가 된 셈이다.

1월 20일 8시 40분, 조경태 의원이 입당 의사를 밝히기로 한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회의실은 기자들로 가득 찼다. 최고위 회의 10분 전이 되자 기자들과 카메라가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들었다. 앉을 자리를 찾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거나 자리를 찾지 못해 서서 초조하게 텅 빈 최고위원들의 자리를 바라보는 기자들도 있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인데도 새누리당 출입이 아닌 야당 출입기자들이 다수 보였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오늘 조경태 때문에 너무 바빠”라는 말이 나왔다. 야당 3선 의원이 하루 아침에 여당으로 왔다. 야당 출입이 챙겨야 할까 아니면 여당 출입이 챙겨야할까.

9시가 되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나타나 직접 조경태 의원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 세가 쎈 부산에서 민주당 쪽으로 세 번 당선하신 조경태 의원이 오늘 새누리당에 입당하신다. 조경태 의원이 평소에 주의주장이 우리 새누리당과 가깝고 3선 중진이 오신 것이 큰 힘이 되겠다”며 “조경태 의원의 입당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고위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김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의원 본인이 그런(탈당) 결심을 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조 의원 입당을 기획했다는 설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직접 조 의원을 데려온 이날의 최고위원회의로 인해 ‘입당 기획’설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조 의원의 입당으로 부산이 근거지인 김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조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의원이 되겠다. 초심을 잃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김 대표는 조 의원의 인사말 이후 “조경태 의원 역시 우리 당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경선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58.19%의 득표율을 기록한 3선 의원이다. 부산지역 의원 18명 중 득표율이 두 번째로 높다. 경선을 하건 전략공천을 하건 조 의원이 사하을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조 의원이 부산지역 선거대책본부장 등을 맡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저는 지금 4.13 총선 승리를 위해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대본부장 등에 대해서는 당하고 이야기한 바 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이 회의실을 빠져나가자 기자들도 대거 빠져 나갔다. 카메라들도 펜 기자도 빠져나가면서 가득 찼던 회의실은 썰렁해졌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법안 통과를 시키지 않는 야당과 정의화 의장, 한국노총의 노사정합의 파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은 조경태 의원의 입당 뉴스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한 기자는 “오늘 아침은 조경태야”라고 말했다.

모두가 환영 파티를 즐기진 못했다. 조 의원의 입당으로 부산지역 새누리당 후보들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시각, 회의실 밖에서는 석동현 새누리당 부산 사하을 예비후보가 기자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뿌리고 있었다. 질의서는 순식간에 동이 났고 기자들은 서로를 향해 “이거 복사해와”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을 마친 석동현 후보에게 “명함 좀 달라”는 기자들의 손이 수십 개씩 몰려들었다.

석동현 후보는 “야당 의원 12년 동안 새누리당과 그 전신인 한나라당을 비판해 온 조경태 의원이 원서만 내면 자격심사 없이 입당할 수 있나”라며 “새누리당 입당 원서도 안낸 자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입당 신고나 인사를 하는 것은 당헌당규 어디에 근거가 있나”라며 “당 최고위원회의가 신규당원 입당신고를 받는 곳이냐”고 비판했다.

석동현 후보는 “조 의원의 입당 절차에 법적인 하자가 없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새누리당 부산시당 차원에서도 당에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의 탈당 이후 더민주당에는 노골적으로 ‘앓던 이가 빠졌다’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조 의원의 새누리당 입당은 새누리당에 힘이 될까 아니면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