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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밤의 대통령’은 조선일보가 아니라 네이버”

“이제 ‘밤의 대통령’은 조선일보가 아니라 네이버”

[뉴스파파라치(20)] 유통 플랫폼 장악, 의제 설정에 지배적 영향력… 창과 방패, 진화하는 어뷰징과 막는 포털


뉴스과잉시대입니다. 뉴스는 넘쳐나지만 이를 소화할 방법은 알려주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넘쳐나는 뉴스에 체하지 않고 뉴스를 꼭꼭 씹어 소화시킬 수 있도록 뉴스 읽는 방법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뉴스 파파라치는 전체 6부, 총 24회로 구성됩니다. 6부 ‘뉴스의 미래, 짐승뉴스 전성시대’편에서 소개할 4개의 글에서는 뉴스가치가 변화한 시대의 뉴스에 대해 소개합니다.

“너 기사 어디서 봤어? “네이버”

진보, 보수로 나뉜 한국 언론의 현실에서 양 측 언론. 그리고 언론 종사자들이 모두 공감하고 공통으로 문제제기하는 이슈는 많지 않다. 그 드문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 이슈다.  

진보건 보수건 언론 입장에서 포털은 ‘공공의 적’이자 동시에 갑이다. 네이버에 메인에 걸리느냐 아니냐가 기사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한 조선일보 기자는 “이제 밤의 대통령은 조선일보가 아니라 네이버”라고 말했다. 

언 론계에서 ‘밤의 대통령’은 방일영 전 조선일보 회장을 일컫는 용어다. 박정희 대통령이 방일영 전 회장에게 ‘낮에는 내가 대통령이지만 밤에는 임자가 대통령이구먼’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후 ‘밤의 대통령’은 권력의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여론을 움직이고,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언론사와 언론사 사주를 상징하는 용어로 진화했다.

여전히 조선일보는 밤의 대통령일까. 영향력은 높지만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여전히 ‘밤의 대통령’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 뉴스 소비의 행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종이신문은 읽지 않은 지는 오래 됐다. 매체비평지 기자인 나도 종이신문을 거의 읽지 않는다. 나아가 TV로 저녁뉴스를 보는 이들도 점점 줄어들거나 고정화되고 있다. 특히 20대는 정해진 시간을 쭉 자리에 앉아서 보는 식으로 뉴스를 소비하지 않는다. 3000명의 미래학자들은 ‘유엔미래보고서 ‘2040’에서 종이신문과 저녁 TV뉴스를 2030년까지 사라질 것으로 꼽았다.

▲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중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 추이. ⓒ한국언론진흥재단

관련기사 : 20대 종이신문 이용시간 24시간 중 ‘150초’

TV나 종이신문 대신 20대가 택하는 매체는 스마트폰이다. 한국언론재단의 2013년 보고서 ‘젊은 세대의 뉴스 미디어 이용’에 따르면 2013년 11월 기준으로 13~34세의 1일 평균 TV 체류시간은 3.5시간인데, 스마트폰 평균 체류 시간은 13~18세의 경우 5.3시간, 19~24세는 5.8시간이다.

연 구진이 젊은 세대의 뉴스‧미디어 섹션 이용을 트래픽으로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에서 포털의 뉴스‧미디어 섹션을 이용하는 경우가 19~24세는 평균 255.8페이지, 체류 시간은 181.9분이다. 25~29세는 평균 276.9페이지, 체류시간이 213.4분이다. 이제 “기사 어디서 봤어?”라고 물으면 “조선일보에서 봤어” “KBS에서 봤어” 대신 “네이버에서 봤어, 스마트폰으로”라고 답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네이버가 정책 바꾸면 요동치는 언론사 편집국

네이버나 카카오의 뉴스 서비스 정책은 자주 바뀌었지만 공통된 흐름이 있다. 점점 언론이 포털에 종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밤의 대통령’ 네이버의 정책이 바뀔 때마다 언론사 편집국은 요동친다.

네 이버는 2013년 4월 1일자로 뉴스서비스를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바꿨다. 뉴스캐스트가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서 무작위로 언론사의 기사제목이 노출되고 뉴스 소비자가 이를 클릭하는 방식이라면 뉴스스탠드는 네이버 뉴스페이지 내에 가판대 같은 언론사 페이지를 만들어주고 뉴스 소비자가 뉴스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언론은 네이버의 정책에 철저히 적응했다. 뉴스캐스트에서는 제목이 중요했다. ‘충격’ ‘경악’ 등 눈길을 끄는 섹시한 제목들을 달아댔다. 눈길을 끄는 제목이 달려야 뉴스 소비자들이 뉴스를 클릭하고, 트래픽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제목이 중요하기에 기사에 제목을 다는 편집 인력들이 늘어났다.

반면 뉴스스탠드가 도입되면서 뉴스 소비자들이 언론사의 온라인 가판대를 보고 뉴스를 선택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수많은 언론은 네이버 뉴스스탠드 페이지에 벗은 여성 사진들을 걸어댔다. 뉴스 소비자들이 언론사 가판대를 통해 유입되자 않자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한 어뷰징 기사들을 쏟아내면서 온라인 이슈팀이나 어뷰징 알바 인력이 늘어났다.

‘한국 인터넷 대중화 20년’를 취재한 류현정 조선비즈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글에 서 “뉴스 유통업체인 포털과 뉴스 공급업체인 언론사의 관계를 싸움으로 비유할 수 있다면 네이버 백전백승, 언론사 백전백패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02년 이후 온라인 뉴스 서비스 역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류 기자는 또한 “네이버 뉴스 편집 정책이 바뀔 때마다 각 편집국은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편집기자들은 뉴스 가치가 낮은 기사에 ‘헉’ ‘경악’ 등 센 제목을 붙이고 물음표를 달아 네티즌을 마음을 자극하는 데 연연했다”며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바뀌고 노출 제목의 중요성이 줄어들자 편집기자들은 검색 아르바이트를 뽑아 관리하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류 기자는 “신생 매체 대표이사들은 전재료를 받지 않더라도 네이버와 제휴를 통해 검색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 경영 목표로 삼았다”고 말한다. 그래야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어뷰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뷰징을 하다 퇴출당하는 매체도 많다. 카카오가 2013년, 2014년 2년 동안 퇴출시킨 매체만 400여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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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인터넷 매체들은 포털에 진입하거나 퇴출되지 않기 위해 온갖 끈을 동원한다. 한 지역매체가 어뷰징을 너무 심하게 해서 퇴출시키면 그 지역의 지역구 의원실에서 연락이 온다. 포털의 뉴스 담당자들이나 경영진은 “우리 지역매체가 뭘 잘못했기에 잘렸나” “기준이 뭐냐” “한 번만 봐 달라” 등등의 요구에 시달리기 일쑤다.

매체를 새로 창간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누가 매체를 창간했는데” “00일보 경제부장이 새로 매체를 창간했는데”라며 포털 뉴스 진입을 요구하는 청탁 전화가 걸려온다. 청탁을 거부하면 해당 포털을 ‘조지는’ 기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청탁했던 포털이 아닌 다른 포털 사이트에 기사가 실린다.

포털 뉴스 서비스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처음 들어보는 매체였는데 전화가 와서 뉴스를 탑 기사로 올려주면 차 한 대를 뽑아주겠다고 하는 제안도 받아본 적이 있다. 당연히 거부했는데, 내 편집의 값어치가 차 한 대 값이라니 황당했다”고 전했다.

최 근에는 ‘삭제된 단독’을 베끼는 기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한 인터넷매체가 A기업을 비판하는 비판 기사를 써서 포털에 올린다. 다른 매체들은 그 기사를 복사해서 간직한다. 만약 그 기사가 포털에 계속 떠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 기사가 포털에서 내려가면 그 때부터 다른 매체들이 움직인다. B매체가 미리 복사해둔 기사 앞에 ‘~에 따르면’을 붙여서 그대로 포털에 전송한다.

사라진 기사는 아마 A기업에 치명적인 내용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A기업 홍보실에서 전화가 온다. 그러면 해당 매체들은 기사 삭제 협상에 들어간다. A기업 홍보팀은 몇 백만원 어치 광고를 주고 기사를 내린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기사가 C매체 이름으로 또 올라온다. D매체 이름으로 떠 올라온다. 알고 보니 B, C, D매체 모두 편집국장이 같은 사람이다. 한 두 명이 매체를 여러 개 차려 장사를 하는 셈이다. 뉴스 소비가 포털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창과 방패, 진화하는 어뷰징과 막는 포털

동일기사 반복전송, ‘어뷰징’의 수법도 진화한다. 한 포털 관계자는 “어뷰징을 둘러싼 언론과 포털의 관계는 창과 방패다. 공격이 들어오면 그에 맞춰 방어가 이루어지고, 또 방어를 뚫을 공격이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엎어치기’ 수법이 대표 사례다. 엎어치기란 포털에 기사를 전송한 뒤, 다른 겁색어가 등장하면 기존에 송고한 기사를 새로운 내용의 기사로 바꿔버리는 것, 즉 갈아엎는 것을 뜻한다.

2015 년 6월 15일 ‘노크귀순’이라 불리는 북한군 귀순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합동참모본부가 당일 오전 10시 45분 경에 브리핑하면서 알려졌는데, 놀랍게도 6월 15일 이전에 네이버에 전송된 기사가 있었다. 동아닷컴 기사의 입력시간은 6월 10일 오후 3시43분이며 서울신문 기사의 입력시간은 6월 10일 오전 9시46분이다. 스포츠동아 기사의 경우 심지어 입력시간이 사건 발생 9일 전인 6월 6일 오전 12시 27분이다.

기자들에게 신기가 내려 북한군의 귀순을 9일 전에 예견한 게 아니라면, 이 기사들은 엎어치기다. 엎어치기는 포털이 도입한 어뷰징 방패, ‘클러스터링’에 대한 새로운 창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뷰징을 막기 위해 비슷한 기사들을 하나로 묶어 상단에는 하나의 기사만 노출되도록 하는 클러스터링을 도입했다. 포털이 원본 기사, 최초 보도를 상단으로 노출하는 경향을 보이자 매체들이 생각해낸 수법이 엎어치기다. 시간을 조작하면 최초 보도로 인식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어낸 꼼수다.

포털을 장식하는 이런 기사들은 뉴스가 아니라 소음에 가깝다. 뉴스를 생산하는 데 있어 기준이었던 뉴스가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생산 영역(언론사)이 유통(포털)에 종속되면서 유통 영역에 맞춘 뉴스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김하영 전 프레시안 기자는 “2000년대 한국 언론판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 법칙의 완벽한 모델”이라며 “소수인 양질의 콘텐츠들이 다수의 어뷰징 쓰레기들에 묻혀 존재감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열 심히 취재해서 쓴 기사보다 벗은 사진 하나가 들어간 기사가 더 많은 트래픽을 이끌어주고 회사의 수입에 기여하는 시대, 기자들은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단독 기사도 최초 보도도 의미가 없다. 김연아 열애설이 터져도 미쓰에이 수지 열애설이 터져도 네이버에서는 최초 보도를 찾아볼 수가 없다. 단독보도를 베낀 수 많은 기사들과 어뷰징 기사들에 묻혀 마우스 스크롤을 한참 내려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을 장악한 유통, 뉴스가치를 결정짓는 유통

포 털에 종속된 언론사들의 길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철저히 이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뉴스를 관리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설립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진 2015년 6월,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등 메이전언론이 ‘사이비언론’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악의적 기사를 포털에 올려 돈을 요구하는 군소매체들을 겨냥한 것이다.

하 지만 이들 메이저언론도 자사 혹은 계열사 사이트를 통해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광고주협회는 사이비언론 때문에 괴롭다며 ‘사이비언론’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발표했으나 1등을 한 무가지 메트로만 이름을 공개하고 나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메트로가 공개한 명단에는 조중동, 매경, 한경 등 메이저언론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광고주협회 입장에선 사이비언론들이 사라지면 광고파이를 줄일 수 있고 메이지언론은 다른 곳으로 새는 광고 파이를 줄일 수 있기에 이득이다.

두 번째 흐름은 포털이 아닌 다른 유통 경로를 모색하는 길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및 SNS, 구글 등 생존을 위해 어뷰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은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고 기사를 유통하는 대표 사례다.

세 번째 흐름은 일단 네이버 유통 구조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넘어서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클린사이트’를 표방하며 광고를 없앤 한국일보가 대표 사례다. 사이트를 깨끗하게 만들어서 일단 한 번 클릭해 홈페이지에 들어온 뉴스 소비자가 다른 기사들을 눌러보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기사 말고 다른 콘텐츠, 즉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해 언론사 홈페이지를 일종의 포털로 만드는 전략을  모색할 수 있다.

유통이 생산을 장악한 결과는 뉴스가치의 변화 혹은 변질이다. 미디어는 이제 유통에서 해답을 찾아야할 처지에 놓였다. 뉴스의 미래가 좋은 뉴스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에 달려 있는 이유다.

* 뉴스 파파라치 연재 목차

1. 기레기와 찌라시 전성시대

(1) 사람들은 왜 뉴스 대신 찌라시와 음모론을 믿나

(2) 진영언론과 객관성 : 조선일보와 한겨레, 둘 중 뭘 읽어야 할까

(3) 기레기를 위한 변명 : 낚시 기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4) 뉴스가 할 말, 드라마와 영화가 대신하다 : 미생과 송곳

2. 뉴스란 무엇인가

(5) 뉴스가치의 판단 기준 : 대중은 어떤 사건에 분노하나

(6) 실전예제, 안철수와 이석기의 우연한 인연은 뉴스가치가 있을까

(7) 뉴스가치도 조작된다 : 신참 여경들이 병아리가 된 이유

(8) 같은 뉴스 다른 판단 : SBS는 왜 문창극 친일발언을 보도하지 못했나

3. How to read 뉴스, 초급편 : 텍스트 읽기

(9) 뉴스를 읽는 두 가지 키워드 : 의제설정과 프레임

(10) 뉴스 읽기의 기본 : 원인과 결과 그리고 전제조건을 보라

(11) 언론의 권력, 보도하지 않는 힘 : 언론이 숨기는 것

4. How to read 뉴스, 중급편 : 컨텍스트 읽기

(12) 행간 속에 숨겨진 의도 : 대선개입은 왜 대선불복에 먹혔을까

(13) 뉴스의 흥행법칙 : 편견에 기대고 편견을 강화하라

(14) 실전! 종북 빨갱이 언제 먹히고 언제 안 먹히나

5. How to read 뉴스, 고급편 : 언론산업 읽기

(15) 언론도 기업이다 : 지배구조를 보면 언론이 보인다

(16) 삼성일가와 손석희 뉴스, 어디까지 신뢰할 것인가

(17) 기사인가 광고인가 : 돈 받고 쓴 기사 찾아내는 법

(18) 갑자기 사라진 기자들, 왜?

(19) 지상파가 지지하는 정책, 종편이 지지하는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