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청년비례도 엉망 “후보접수부터 다시 해야”
‘비서관 출신’ ‘첨삭지도’ 등 금수저 논란… “시스템 공천 무너진 결과”, “이럴 거면 그냥 위에서 꽂아라”
흙수저의 삶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이 ‘금수저 논란’에 휘말려 연이어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벌어졌다.
더
불어민주당 청년 비례대표 최종 후보 네 명 중 한 명인 최유진 당 뉴파티위원회 위원이 16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최 위원은
전국청년위원회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본의 아니게 논란의 소용돌이에 서게 됐다”며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최 위원은 비례 대표 후보자 추천업무를 맡는 고위 당직자에게 자기소개서 등을 첨삭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5일 JTBC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 위원은 고위 당직자와 만나 자기소개서, 의정활동 계획서 작성 등에 대한 첨삭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앞
서 최종 후보자 중 한 명인 김규완 후보도 자격을 박탈당하는 일이 있었다. 김 후보는 14일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으나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의원 시절 비서관 일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일자 당은 김 후보의
후보자 자격을 박탈했다.
논란이 된 후보자들은 사퇴했으나 상처는 크다. 자신들을 ‘흙수저’라 자조하는 청년들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청년 비례대표 후보들이 특혜 의혹에 휩싸인 꼴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취업시장에서 좌절을 겪는 요인 중 하나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기업 고위 관계자가 찜해놓은 사람이 뽑히는 등 불공정한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 경선과정도
청년들이 보기엔 비슷한 상황으로 인식될 것이다.
통상 정당은 청년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거나 청년들의 당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청년 정치인들을 활용한다. 지난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민주통합당은 ‘락파티’라는 형태로 청년 비례대표를 모집했다.
슈퍼스타k 방식의 경선을 거쳐 청년 대표를 뽑는 방식이었다. 통합진보당도 비슷한 청년비례대표 선출과정을 거쳤다. 새누리당은
이준석, 손수조 같은 청년들을 당 전면에 내세우면서 쇄신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청년비례대표 경선은 흥행에 실패했다. 19대 청년비례대표의 자격기준은 ‘선거일 기준 만25세~만35세 국민 누구나’였지만 20대
청년비례대표의 자격조건은 ‘만 39세 이하의 권리당원’이었다. 19대 때 없던 ‘신청비용 100만원’의 조건도 생겼다. 그 결과
20대 청년비례대표 지원자는 총 27명(남자 22명, 여자 5명)에 그쳤다. 19대 지원자가 382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흥행
참패다.
경선과정도 졸속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류심사를 거친 9명의 후보자들은 5분간의 면접을 거쳐 4명으로 추려졌다. 결과는 면접 후 몇 시간 만에 나왔다.
면 접에서 탈락한 김빈 빈컴퍼니 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면접시간 5분도 이해하기 힘든데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온 것은 더욱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뽑힌 네 명의 후보를 두고 청년 대의원,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한 ARS 여론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결정한다는 것이 당의 계획이다. 현재 탈락 후보들의 이의신청에 따라 ARS 투표도 중단된 상태다.
2012년 청년비례대표 자격으로 국회에 입성한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년비례라는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4년 전에도 382명의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자 22명, 여자5명이 지원자의 끝”이라며
“이유가 있다. 참가비 100만원, 자신의 매력을 보여줄 시간도 없는 스펙경쟁에 경선에 오르면 수천만 원의 경선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처음부터 흙수저는 도전할 기회조차 막아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한 “이 난리를 치고는
당장 내일부터 후보 4명을 두고 여론조사를 돌려서 최종당선자를 정한다고 한다. 어제 저녁 4명을 발표하고, 오늘 그중에 한명을
교체하고는 내일 바로 투표”라며 “단 1분짜리 정견 발표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상호간에 토론회 한 번도 없는 상태에서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왜 뽑으라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과 같이 청년비례대표 자격으로 국회에 들어온 장하나 의원도
“지난 번 청년비례대표경선에 참여했을 때 이거보다 더 안 좋아질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청년비례대표 경선은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최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 의원은 “지난 2012년에도 홍보시간이나 사전공지기간이 길지 않았고
예상보다 적은 400명의 인원이 모였다. 여러 가지 테스트 과정을 거치면서 돈도 시간도 많이 써야했고 경선을 주중에 진행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 청년들이나 직장인들은 참여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면서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한 번 겪었음에도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고 밝혔다.
이번 청년비례대표 파문이 ‘시스템 공천’이 무너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민주는 총선을 앞두고 당규를 규정해 청년비례대표 선출 권한을 비대위에 부여했다. 당규 제13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에 부칙으로
‘비대위 의결로 제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후보자 선정 및 확정 방법을 달리해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 비대위
지도부로 권한이 집중되면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청년대표 더민주 혁신위원을 지낸 이동학 노원병 예비후보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시스템 공천도 아니고 자의적 공천도 아니고 두 개가 애매하게 섞인 결과다. 애초에 시스템 공천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그냥 위에서 청년비례를 꽂으면 된다”며 “시스템 공천은 완전히 무너뜨려놓으면서도 또 경선 같은 방식을 거쳐 자의적
공천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김종인 대표가 그렇게 강조하는 ‘정무적 판단’이 완전히 실패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비대위가 청년비례대표를 결정할 것이었으면 차라리 위에서 꽂아 넣었으면 되는데 경선은 또 경선대로
진행하면서 경선이 형식적인 절차가 되어버렸다는 지적이다.
장하나 의원은 “지난번에 저랑 김광진 의원이 청년비례가 되면서 당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청년들이 박탈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런 의견
차이 때문에 당 청년위원회가 청년비례대표 선출을 자체적으로 한다고 했는데, 그 후 청년위가 기능을 못하면서 비대위가 권한을
가져가 전권을 휘두르다 발생한 참담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비례대표 선출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광진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종에 오른 다른 후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
선거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며 “서류심사나 면접에 살아남은 차점자를 한명씩 올리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22명의
접수자분들께 접수비 100만원을 반환하고 후보접수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학 후보 역시
“청년비례대표를 계기로 어떻게 하면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는 청년리더를 뽑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데, 지금 논의는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으로 흐르고 있다. 청년비례대표가 오히려 청년들의 정치 혐오를 더 강화하는 꼴”이라며 “후보자들이 사과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다. 당 시스템 공천 관리자체의 문제이기에 당 지도부가 이런 상태로는 절차를 진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하나 의원은 “최소한 1년 전에는 미리 공지해서 참여하고 싶은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아도 주말이나 이런 시간을 통해 참여할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그래야 극소수의 청년들이 아니라 일반적인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청년비례에 도전할 수 있다”며 “이번 논란을 통해 차기에는 많은 청년들에게 참여 기회를 준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춰 진행했으면 좋겠다. 급하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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