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이렇게 썩어빠진 당을 그냥 둬야하나”
[인터뷰] 안대희 단수 공천에 항의, 새누리당 탈당… “여권 분열? 한국 정치 나아진다면 양보하겠지만…”
사무실에 걸린 현수막에는 급하게 지운 ‘1번’의 흔적이 역력했다. ‘새누리당’이라는 글씨는 지워지고 그 자리를 ‘무소속’이
대신했다. ‘원조 친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마포갑에 출마한 강승규 전 의원의 이야기다.
현수막
에 적힌 ‘강반장에게 일할 기회를 주세요’라는 말은 주민들을 향한 호소였지만 새누리당을 향한 외침처럼 보이기도 했다. 강승규
후보는 새누리당 마포당협위원장으로 19대에서 공천 탈락한 이후 20대 총선에 출마를 노렸지만 당은 강 후보가 아니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택했다. 경선 없는 단수공천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21일 당을 떠난 강승규 후보를 마포구 토정동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무소속 출마를 위해 300명 이상의 주민 추천을 받아야하는 그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늦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강 후보는 서명용지를 가리키며 “정치라는 게 참 힘들다”고 말문을 열었다.
- 주민 추천은 많이 받았나.
“지 지자들하고 나눠서 오늘 내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오전 11시부터 시작해서 열 댓 명 받았다. 주민들이 서명하면서 신주소를 써야 되는데 신주소를 잘 몰라서 고역이다. 내가 직접 (무소속 출마)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서명을 받고 있다. 정치라는 게 참 힘들다”
- 이런 상황을 예상했나.
“험
지출마 이야기가 나올 때, 뭔가 잘못되고 있구나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갈 줄은 몰랐다. 험지출마는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봤다.
어려운 지역에 시너지효과도 낼 수 있고, 당 후보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고. 근데 안대희 후보가 올 줄은 몰랐다. 험지출마
이야기가 나온 지 며칠 지나서 안대희 측 지지자 한 명이 자기네들끼리 사용하는 카페인가 밴드에 안대희가 마포갑에 온다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그때는 사실 확인도 안 해보고, 누가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안 후보가) 마포갑 출마선언을 하기 열흘 전,
아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안대희 후보 비서진 쪽에서 들었는데 마포갑으로 온다’고. 내가 그 후배에게 ‘말이 되는 소리를
하고 다녀라’라고 했다. 그런데 출마선언 3~4일 전부터 (안 대희 후보 쪽) 사람들이 마포갑에 왔다갔다 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 안대희 후보가 올 줄 몰랐다는 건가.
“안
후보의 측근 이영수(안 후보의 동서)에게 전화했다. 마포갑이 검토 중인 지역 중 한 곳이라더라. 아차 싶었다. 그래서 안대희
후보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기 오면 새누리당이 분열되고 필패다. 나는 19대 때도 공천 학살을 당했고, 오면 나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답장은 없었다.
- 안대희 후보는 당이 정해준 대로 왔다고 하는데.
- 안 후보가 올 때부터 무소속 출마를 각오했다는 뜻인가.
“그
렇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지역에 와서 ‘경선은 없다’는 이야기를 계속 하고 다녔다. 그런데도 여론조사에서 내가 이기는 걸로
나왔다. 그러자 안 후보의 동서 이영수한테 전화가 왔다. 만났더니 ‘안대희 형님이 미안해한다. 당에서 시켜서 왔다’고 한다. 나는
‘그러든 말든 알아서 해라’라고 했다. 그랬더니 ‘우리가 국회의원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라며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하더라. 나는 ‘같이 사는 길은 안 후보가 정리하고 가는 길 밖에 없다’고 했다”
- 그러다 결국 단수추천으로 안대희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나
는 경선은 할 줄 알았다. 나는 다른 지역도 다 같이 그렇게 하면 100% 여론조사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근데 끝내 단수추천으로
날 탈락시켰다. 그래서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는데, 안대희 후보는 아직도 내 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다음에
보장해주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안 후보 측이 내 후원회장을 포함해 나랑 가까운 사람들에게 계속 연락하고 있다”
- 경선을 치렀다면 본인이 이겼으리라 생각하나.
“내가 이기리란 확신이 있든 없든 공당이 그러면 안 되는 거다. 기본적인 건 지켜야지. 내 출마 구호가 ‘나쁜 정치 바로잡자’다. 기본적인 걸 안 지키니까 당과 함께할 수 없었던 거다. 단수추천을 왜 했는지 설명도 없다”
- 이한구 위원장은 ‘당 정체성 위배’ 등을 공천기준으로 내걸었는데.
“나는 뭐에 위배가 되는 건가. 그것에 대해 설명이 없다”
- 안대희 후보 출마선언 때 “새누리당이 개누리당이냐”고 말한 게 작용한 걸까.
“안
대희가 온다는데, ‘그럼 마포갑을 지켜온 강승규와 당원들, 우리를 지지한 주민들은 새누리당 당원이 아니라 개누리당 당원이냐’ 이게
내 표현이다. 새누리당을 개누리당이라 한 게 아니다. 당원과 주민 의견 한 번 들어보지 않고 결정했다. 그럼 우리가 당에서
활동한 건 뭐가 되나. 이게 무슨 민주정당이냐는 뜻이었다.
관련 기사 : 강승규 “안대희 최고위원 지명, 선수를 심판으로”
- 이번 공천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했다고 보나.
“그게 아니면 뭐겠나. 언론도 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나. 이한구 위원장 혼자서 저러고 있겠나. 친이계라는 이유로 안대희를 살려야 한다는 이유로 무지막지하게 당했다. 주민들도 분노하고 있다.
- 무소속 출마로 여권 표가 갈리면 더민주만 유리해지는 거 아닌가.
“그
런 걱정을 많이 한다. 야당만 어부지리된 거 아니냐고. 아니 그런데, 저쪽이 어부지리 얻는다고 이렇게 썩어빠진 당을 그냥
둬야하나? 내가 여기서 그만두고 안대희 후보가 당선되면 그게 아름다운 정치인가? 그렇게 보수가 집권한들, 150석을 얻든
180석을 얻든 그래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게 국민들 뜻을 반영하는 정치인가? 대한민국 정치가 좋아지나? 지역을 다니다보면
어르신들이 호소한다. ‘그래도 강 후보가 참아라’ 그 때마다 나는 ‘그것만은 안 됩니다. 그러면 제가 정치를 접어야합니다’라고
한다. 안대희 후보가 나보다 좋은 후보고 안 후보가 당선 되서 한국 정치가 나아진다면 양보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마포갑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한 번 보라. 기적은 못 일어날 수도 있지만 주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선거에서 ‘비박 무소속 연대’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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