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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셀프공천 비판에 발끈, “사람을 그 따위로…”

김종인 셀프공천 비판에 발끈, “사람을 그 따위로…”

청년도 농어민도 자영업자도 비정규직도 없는 더민주 비례… “이런 정당 일해주고 싶은 생각 없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이 강한 당내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장하던 ‘경제민주화’에 맞지 않는 공천이라는 것이다.
더 불어민주당은 20일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공개했다. 당선 안정권인 A그룹(1번~10번)의 2번에 김종인 대표가 지명되면서 ‘셀프 지명’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표절논란을 겪었던 박경미 홍익대 교수의 1번 지명도 반발을 사고 있다.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6번에 지명됐다.

그 외에도 당선 안정권인 A그룹에 김성수 대변인, 김숙희 서울시의사회 회장, 문미옥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이용득 전 최고위원(노동계 몫), 양정숙 변호사,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가 번호를 부여받지 않고 배정됐다. 이 위원들은 중앙위원회 투표를 거쳐 번호를 확정 받는다.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A,B,C, 그룹으로 나눠 투표하게 한 방식도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초 20일 중앙위에서 투표를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중앙위원들의 거센 반발로 20일 중앙위는 무산됐고 21일 오후 중앙위원회를 통해 비례대표 순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더민주 을지로위원회는 21일 오전 성명을 내고 “3월 20일 중앙위에 상정된 비례대표 선발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 표한다. 후보 공천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을지로위는 “이 비례대표 안에는 더민주가 지난 4년 간 줄기차게 외친 불공정, 불평등해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보이지 않는다.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비례대표 후보 배정되지 않았다”며 “우리 당이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펴겠다는 약속은 없었던 것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실제 당선권인 A그룹에는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만 있고 자영업자, 농어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인물이 없다. 을지로위는 “비례대표 명단은 단순히 순열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정당이 시대적 과제를 무엇으로 보고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리며 “나아가 그 정당이 어떠한 사회적 이익을 위해 4년을 싸울 것인지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활동계획서”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대표의 비대위가 지난 혁신위원회 혁신안을 위배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혁신위는 당 정체성 정립방안을 마련하며 그 방안으로 민생복지전문가와 덕망 있는 현장활동가를 공천할 것,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를 비례상위순번에 배치하라는 원칙을 제기했다. 그리고 중앙위는 이를 승인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더민 주 전국농어민위원회도 20일 입장 발표문을 통해 “이번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은 원천적으로 당헌의 정신에 어긋난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더민주 당헌 102조 4항에는 ‘비례대표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서 여성, 노인, 장애인, 직능, 농어민, 안보, 재외동포, 국가유공자, 과학기술, 다문화 등의 전문가를 고르게 안분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더민주는 “이번 공천 칸막이에 A그룹 내에 우선 추천된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교수들로 구성되어 당헌의 정신에 부합되는 사람으로 고르게 안분하였다고 보기 힘들다. 그리고 당헌에 규정되어 있는 사람들을 당선권과 상관이 없는 C그룹에 몰아놓았다”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전문가들을 C그룹에 들러리 세워 A그룹에서 사사로운 공천을 관철 시키려고 한 게 아닌지 의심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반발에도 김종인 대표는 완강하다. 김 대표는 20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반발이 쏟아져 나오고 비대위에서도 순번을 바꾸겠다는 논의가 진행되자 당무를 거부하고 있다. 김 대표는 2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한 “나는 대표직에 매력을 못 느낀다”며 대표직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김 대표는 “지금 정체성 때문에 그러는 거다. 그게 핵심인데”라며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당내 반발을 ‘정체성’ 문제로 치부했다.

우 원식 더민주 의원은 을지로위원회 기자회견 이후 백브리핑 자리에서 “김종인 대표의 정체성은 늘 말씀하신대로 경제민주화 아닌가. 경제민주화가 을지로위원회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한다는 말과 뭐가 다른지 잘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장 하나 의원도 “경제민주화를 통해서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비례대표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그렇기에 저희가 (오히려) 정체성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또한 “아시다시피 저도 청년비례대표로 일했다. 비례대표의 취지가 소수자를 대변하는 제도인데, 청년도 농어민도 비정규직, 자영업자도 모두 다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청년 비례대표로 선출된 정은혜 더민주 전 부대변인은 B그룹에 포함됐다. 중앙위 투표에서 하위권으로 밀리면 사실상 국회의원직에서 멀어진다.

장 의원은 “한 두 명이 배제된 문제가 아니고, 철저히 비례대표의 기능을 상실한 명단이다. 특히 ABC조를 나눠서 상위권 진입조차 못하게, 기회조차 박탈한 투표방식에 대해서도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