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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비례 14번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당선 안정권

김종인 비례 14번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당선 안정권

비대위 칸막이 투표 허물고 명단 조정, 김종인은 불참… “알아서 해라, 관여 않겠다는 뜻”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셀프 지명’ 논란을 빚었던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하는 안을 내놨다. 김종인 대표가 불참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결정이다.

더 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공개했다. 그러나 김종인 대표가 당선 안정권인 A그룹(1번~10번)의 2번을 부여받으면서 당내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또한 논문 표절 논란이 일었던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1번에 배치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비례대표 후보자들을 A,B,C, 그룹으로 나눠 투표하게 한 방식도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인물들이 대거 당선권에 포진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6번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모펀드인 론스타를 옹호하는 칼럼을 썼고 A그룹의 김숙희 서울시 의사회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과오를 묻어버린 대통령’이라 비난하고 무상의료 공약을 ‘선동적 복지공약’이라고 비하했던 인물이다. A그룹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방산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20일 중앙위원회에서 이 같은 비례대표 공천안을 승인받을 계획이었으나 중앙위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며 논의가 21일 중앙위원회로 연기됐다. 이에 앞서 비대위는 김 대표의 순번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2번에서 14번으로 조정하는 중재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당초의 명단에서 최종 후보를 35명으로 추렸다. 이 과정에서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을 비례대표 후보서 제외하기로 하고, 박경미 교수는 명단에서 제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5명을 기준으로 전체의 20%인 7명을 전략공천해 순번을 정했고 김성수 대변인이 10번, 이수혁 전 6자 회담 대사가 12번으로 확정됐다.

또한 중앙위원회에서 A·B·C 그룹을 나눠 그룹별로 순번을 정하기로 한 방식에서 벗어나 비대위 권한으로 순번이 정해진 후보를 제외한 모든 비례대표 후보들을 상대로 투표하기로 했다. 7명을 제외한 28명을 대상으로 순위 투표가 이루어진다.

김성수 대변인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중앙위 보고를 하고 발표를 하려고 했는데 명단이 샜다. 비대위에서 완강하게 발표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에 (전부)다는 말씀 못 드린다”며 “7명이 정해지는 건 맞고, (비례대표 후보) 35명의 칸막이는 다 텄다. 어제처럼 그룹을 나눈 게 아니라 35명을 대상으로 투표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어제 중앙위에서 문제된 것을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비대위에 김종인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종인 대표가 이 중재안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2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 따위로 대접하는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한 “나는 대표직에 매력을 못 느낀다”며 대표직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김성수 대변인은 “비대위 쪽에서 지금 대표를 만나러 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명단이 샜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간걸로 알고 있고 다른 누가 갔는지는 모른다”며 “대표는 중앙위에서 알아서 하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따르겠다는 의미에서 ‘알아서 해라’가 아니라,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김 대표의 중앙위 참석 여부에 대해서 “(참석)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대표는 지금 제일 언짢은 부분이 무슨 노욕을 갖고 비례대표를 하려고 한다는 부분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본인이 얼굴이 돼서 총선 지휘해야겠다는 생각, 새 지도체제가 들어서기까지 당에 변화된 모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원내 진입을 하는 게 맞다고 본인은 판단했다”며 “들어갈 바에는 당당하게 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해서 2번을 했던 것인데, 본인이 정치적 욕심에 의해 그런 것처럼 비춰 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