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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TV토론 보니, 종편 막장 토크 수준

지역구 TV토론 보니, 종편 막장 토크 수준

“타당성 조사까지 하고 공약 낼 순 없지 않나”… “65세 출마는 너무 늦었다, ‘이새끼’가 욕인가”

선거에서 후보자 검증의 중요한 기능을 하던 TV토론회의 역할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유권자들이 TV 시청이 감소한 탓도 있지만, 후보자들이 TV토론회 불참하는 탓도 크다. 후보자들은 과태료를 내거나 병원 진단서를 내면서 토론회에 불참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TV토론회는 유권자 입장에서 후보자 검증의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TV토론회에서 드러난 후보자들의 말말말을 정리했다.

실천은 나중에, 일단 공약부터 내자?

지 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고 성남 아름방송이 중계한 총선 분당구갑 후보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 자리에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에권 후보의 공약인 ‘판교-이매’간 무빙워크 설치 공약에 대해 물었다.

김 후보는 “무빙워크 구간 길이가 1.5km에 달하는데 수요예측이나 예산 검토는 해보셨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권 후보는 “이재명 성남시장님이 이 부분 공약한 걸로 들었다”며 “이 지역 시장님이 타당성 조사 없이 그런 조사를 했겠나”라고 답변했다.

이 에 김 후보는 “이재명 시장도 틀린(잘못된) 공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판교와 이매를 경유하는 복선전철이 개통 예정인데 무빙워크와 양립 가능한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그러자 권 후보는 “우리 후보들은 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받아 공약을 만든다. 후보 시절 타당성 조사까지 다 하고 공약을 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국회에 들어가면 타당성 조사를 분명히 의뢰할 거다. 조사까지 다 하고 공약 내라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 지난 5일 중앙선관위 주관 토론회에 참석한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왼쪽)와 김병관 더민주 후보.

김 병관 후보는 “구체적인 실현가능성도 검토 안 해보고 공약을 만들었다는 부분에 깜짝 놀랐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권 후보는 “저희가 공약할 때부터 그런 타당성 조사를 하면서 선거에 나설 순 없다”며 “김병관 후보도 타당성 조사를 다 하고 공약 낸 건 아닐 것”이라고 반문했다.

토론회 영상이 SNS에 공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권혁세 후보의 말은 총선 후보자가 검증도 없이 일단 공약부터 발표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김병관 후보는 6일 보도자료를 내 “(권 후보가)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시장이 무빙워크를 공약했다는 권 후보의 말도 거짓 논란에 휩싸였다. 김병관 후보는 “이 시장이 무빙워크 공약을 내놨다는 권 후보의 발언은 허위사실”이라며 “김병관 후보가 성남시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성남시 본시가지에 급경사 도로가 많아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어 경사가 심한 지역에 ‘꿈의 계단’(에스컬레이터)을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무빙워크는 언급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비판하는 시민단체는 필요 없어?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후보자들도 있다. 충북 청주상당의 정우택 새누리당 후보는 7일 청주 MBC가 주최한 총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충북 지역 일부 시민단체는 이미 존재가치를 잃었다”고 시민단체를 비난했다.

상 대후보인 한범덕 후보가 “왜 시민단체가 (정 후보를) 낙천 낙선 대상으로 거론하나”고 묻자 시민단체에 존재가치가 없다고 받아친 것이다. 앞서 청년참여연대와 총선넷, 충북시민단체연대회 등 단체는 정 후보를 낙천 낙선 대상 의원으로 지목했다. 전직 비서관의 비리의혹, 채용 청탁 의혹, 테러방지법 발의 등이 이유다.

정 후보는 토론회에서 “시민단체의 가장 큰 생명력은 공정성이다. 낙천 낙선 대상자는 선거 때마다 늘 나오는 애기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경 기 김포시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4일 김포청년회의소가 주최하고 김포지역신문협의회 주관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정하영 더민주 후보는 “홍 후보가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이 저조해 저성과자 국회의원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시 민단체인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이 19대 국회 임기 동안 본회의 출석, 상임위 출석, 법안대표발의 등 3개 분야 모두에서 200위권 밖의 불량한 성적을 기록한 의원 35명의 명단을 발표했는데, 현직 의원인 홍 후보도 이에 포함됐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홍 후보는 “찌라시 같은 단체에서 발표한 것을 찌라시 언론이 쓴 내용”이라며 “시민단체도 수백 개가 있다. 보궐선거 이후로 등원한 의원인데 무시하고 통계를 내서 그렇다”고 반박했다.

“이새끼가 욕입니까?”

특정계층을 비하하고 폄하하는 후보자들의 모습도 TV토론회에서 볼 수 있다. 고영일 기독자유당 후보는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최한 비례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성소수자와 이슬람에 대한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고 후보는 “교과서에서도 동성애를 우호적으로 다루면서 한국은 에이즈 청정국에서 위험국으로 전락했다. 미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1020세대 에이즈 발병률 90% 원인이 남성 동성애자라는 결과를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 준칙 때문에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없는 발언을 했다. 고 후보는 “면밀히 검토해 동성애 관련 내용이 든 교과서를 폐기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고 후보는 또한 “몸 가리지 않는 이교도 여인에게 마음대로 성폭행 할 수 있는 이슬람”이라며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관련 기사 : “동성애·이슬람 반대”, 이런 공약 금지할 순 없나요?)

▲ 기독자유당의 책자형 선거공보물.



유 성엽 국민의당 후보는 노인 폄하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지난 3월 25일 전북CBS가 주최한 정읍고창 국회의원 후보자 토론회에서 유 후보는 하정열 더민주 후보에게 “65세라는 만나이가 돼서야 정읍 국회의원에 나서는 것은 늦었다. 나서려고 했다면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 후보의 나이를 문제 삼았다.

더민주 전라북도당은 29일 논평을 내고 “총선 출마자로서 자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인 폄하와 함께 노인의 정치적 역할과 참여를 깡그리 무시하는 발언은 국민의당이 제시하고 있는 노인대책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당 전북도당은 “유성엽후보는 토론회 중 ‘최소한의 지역주민들에게 예의와 정치적도의상 지역활동을 하고 출마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며 “부분적인 말만 가지고 네거티브로 규정하는 구태정치를 증각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 후보의 욕설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유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위원장을 지냈던 시절 동료 의원과 언쟁하다 동료 의원에게 “이 새끼”라고 말한 사실이 다시 부각된 것이다. 유성엽 후보는 이에 대해 “‘이새끼’가 욕인가”라며 “의원들끼리 모인 장소에서 발언한 것이 밖으로 샌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막말 논란에는 “오죽하면 그랬겠나”

19 대 국회 내내 막말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TV토론회에서 막말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 3월 30일 춘천KBS 주관으로 열린 후보자 TV토론회에서 허영 더민주 후보는 “인터넷에서 김진태 후보를 검색하면 ‘김진태 막말’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뜬다”며 김진태 후보의 막말을 문제 삼았다. ‘황희 정승이 간통을 하고 부정 청탁과 뇌물 같은 일이 많았지만 세종대왕이 다 감싸서 명재상이 됐다’ ‘조계사가 치외법권이냐? 경찰 병력을 경내에 투입해서 검거해야 한다’ 등의 발언이 사례다.

강 후보는 “황희 정승 문중으로부터 항의를 받고 사과를 한 것으로 한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조계사 스님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는 “막말이 아니고 맞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내가 맞는 말을 자꾸 하니까, 할 말이 없으니까 그것을 막말로 몰고 가는 것”며“내 얼굴을 한 번 봐라, 이 순한 얼굴로 오죽하면 그런 얘기를 하겠나”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세월호 인양에 대한 김진태 후보의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는 “세월호 선체 인양하지 말자”며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거다”라고 밝혀 유가족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강선경 정의당 후보는 “이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다 맞는 말이다. 지금 그 안에 9명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내 사재를 털어서라도 도움을 주겠다”며 “배는 가라 앉은지 2년 됐다. 그걸 끌어올려서 다른 의도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 주장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몰아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