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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문재인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

김종인‧문재인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

“107석 미만이면 당 떠난다” “호남 지지 거두면 정계은퇴” … 친노청산 내걸었으나 결국 '운명 공동체'


4월13일 총선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러 정치인들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도 그 중 하나다. 총선 준비과정을 거치며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운명 공동체’가 됐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지난 1월 김종인 대표를 영입하며 총선 ‘원톱 체제’를 예고했다. 김종인 대표는 “단독선대위원장 전제로 수락했다”고 밝혔고 문재인 전 대표는 양산에 머물며 공천과정 등에 개입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후 문 전 대표가 상징하는 ‘친노’를 더민주에서 지우는데 주력했다. 정청래, 이해찬 의원 등이 컷오프됐고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반발이 치솟아도 문 전 대표는 공천에 대한 언급을 삼가며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22일 비례대표 공천 파동으로 사퇴 의사까지 밝힌 김종인 대표를 설득한 이는 경남 양산에서 올라온 문재인 전 대표였다.

3 월31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문 전 대표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겉으로 보기엔 김종인 대표 원톱체제였으나 사실상 더민주의 선거유세는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투톱체제에 가까웠다. 김 대표가 3월 31일 “문제는 경제”라며 수도권 유세에 집중할 때 문 전 대표는 지역구인 부산을 중심으로 영남지역에서 유세를 펼쳤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6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표는 문재인 대표대로 지지층을 확보하려 하고, 나는 반대되는 이런 쪽(중도층)에서 득표를 모아야지 더민주의 득표율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지만 선거 분위기가 불붙을수록 문 전 대표와 김 대표 각각의 유세가 아니라 조율이 필요해졌다. 호남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수도권에서 승리를 자신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결국 더민주는 호남 민심에 호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선택은 두 갈래였다. 문 전 대표의 호남 행을 통제하면서 더민주가 친노정당이 아니라는 점을 더 부각시킬 것인가, 아니면 ‘반더불어민주당 민심’의 상징인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호남을 방문해 고개를 숙일 것인가. 김 대표는 선거운동 초반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철희 더민주 중앙선대위 상황실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문재인 대표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었고 문 대표의 (행보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말해본 적이 없지만 이제는 조율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둘은(김종인‧문재인) 일종의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무리 더민주가 문 전 대표로 상징되는 친노와 거리두기를 한다 해도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패권 청산을 내걸고 창당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을 압도할 대안은 될 수 없었다. 결국 더민주는 문 전 대표의 반성을 선택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해 사죄의 글을 발표했고 총선 직전인 11일-12일에도 호남을 방문했다.

그렇게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운명공동체가 됐다. 김종인 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 “107석 미만이라면 당을 떠나고 비례대표직도 그만 두겠다”고 선언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설사 총선 이후 김 대표가 약속을 어기고 물러나지 않으려 해도, 호남이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는다 해도 총선에서 참패할 경우 김종인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공천과정에서 벌어진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 더민주의 시간은 다시 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데려오기 전, 안철수 대표가 탈당했던 올해 초로 되돌아간다.

야권 지지층도 총선 결과에 따라 제1야당이 다시 사분오열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사분오열된 당으로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생각도 할 수밖에 없다. 누가 요구하기도 전에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모두 총선 패배에 정계은퇴를 건 것은 사실 야권 지지층에 대한 배수진이다.

김종인 대표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망설이는 한 표 한 표가 모여야 정권교체의 길이 넓어진다”며 “우리에게는 문재인 전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 안희정 지사, 김부겸 후보, 이재명 성남시장 등 기라성 같은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있다. 더욱 커지고 혁신한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이들이 잘 성장하고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두 대표의 배수진이 통할지, 이제 하루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