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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후쿠시마, 기본소득과 만나다

포스트 후쿠시마, 기본소득과 만나다

원자력을 대체할 대안은 있는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벌어진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사태라고 하기에는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은 이미 지구 한 바퀴를 돌았고, 그로인한 피해가 앞으로 인류와 문명사회에 어떤 문제들을 야기시킬지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고리1호기 가동중단 사고 또한 자칫 후쿠시마 급의 사고로 번질 수 있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런 원전의 위기 속에 많은 사람들이 생존과 안전을 위한 탈핵과 기존 문명 체제에 대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데, 지난 20일에서 22일까지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포스트 후쿠시마와 기본소득’ 포럼이 바로 그 예다.


“원자력은 결코 안전하지도 싸지도 않다”

첫날 강연을 한 하승수 변호사는 ‘청년의 시각으로 본 탈핵’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맡았다. 하 변호사는 원자력 발전이 결코 싸지도 안전하지도 않다고 강조하는데, 핵의 발전은 단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비윤리적으로 후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비경제적인 것이다”고 말한다.


그는 해외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수명이 다한 원자력 발전소를 해체하는데) 20~30년간의 해체 기간이 들면서 동시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도 1조원 이상을 웃돈다”며 “플루토늄 처리 문제 또한 10만년이나 걸리는 엄청난 문제”라고 원자력의 폐해를 지적했다.


더불어 “이 모든 부담을 뒷 세대가 짊어지고 가야한다”며 “원자력의 본질은 10만년 동안 봉인해야 하는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 속에서 대안은 무엇일까? 하 변호사는 핵의 대안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궤도 변화를 꼽았다. 원자력 에너지 비용 대비 재생 가능 에너지의 비용 하락과 독일의 에너지 전환사례를 언급하며 “환경이나 생태적인 측면에서(원자력은 재생 에너지에 비해) 비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 변호사는 강연 말미에서 원자력 발전의 문제가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원자력 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말고 늘리지 않는 것이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안전과 경제를 위한 길”이라며 “(후쿠시마 사고와) 고리 1호기 사고는 이번 문제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라고 말했다.


포스트 후쿠시마, 기본소득을 논하다


셋째 날이자 마지막 날, ‘포스트 후쿠시마 세대와 기본소득’이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현재 산업사회 시스템의 전환 요소로 기본소득을 이야기 해 보는 자리가 되었는데, 토론회에는 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조병훈, 녹색당 이보아, 음악가 단편선 등이 참석하여 3시간여 가량 토론회를 이어갔다.


토론 내내 포스트 후쿠시마와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서두에 나온 후쿠시마 영향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패널들은 각자의 의견을 내비쳤다. 녹색당 이보아 씨는 “후쿠시마의 상황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면서 “핵 발전이란 것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병훈 씨는 “우리는 아직도 후쿠시마 세대이며 앞으로 한국에서도 후쿠시마에서 벌어진 일들이 닥쳐올 것”이라며 포스트 후쿠시마라는 용어를 비판하고 “핵 개발을 하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는 경제 체제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동시에 현 사회 구조를 꼬집었다.


패널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한 조윤호 씨는 “포스트 후쿠시마라고 하는 것은 경제 개발의 개념을 바꿀 필요성을 알려주지 않았나?”라며 기존 사회에 대한 반성을 촉구 했다.


이와 더불어 기본소득이 포스트 후쿠시마 시대에 유효한가에 대한 논쟁도 있었다. 경제학을 전공한다고 밝힌 한 청중은 조병훈 패널에게 기본소득의 문제 인식과 대안으로써의 가치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병훈 패널은 “빈곤하지 않다는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가?”라며 “빈곤의 해결(굶어죽지 않는 방법)로 기본소득이 대안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이보아 씨도 “지금의 청년들의 불안에서 기본소득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에서 전환을 이야기 하다

기존 체제의 세계적 위기가 점차 앞으로 더욱 크게 다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과 많은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새로운 전환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들은 작지만 강하게 많은 이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같은 목소리에 대해 조윤호 씨는 “(원전 이데올로기 신화가) 위험이란 것을 상존하게 만들고 있다”며 “(탈핵과)기본소득이란 것은 이 사회의 위험들을 벗어나는 요소를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것”이라고 인간 문명의 새로운 전환에 대한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서유석 기자/kosnb08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