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마지막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광화문 광장을 밝힌 촛불, 그 뒤의 또 다른 주인공들
언론은 매주 ‘역대 최대’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수가 100만에서 190만, 232만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200만 명이 모인 광장은 무질서한 듯 질서 정연했고 고요한 듯 힘이 실려 있었다. KBS [다큐멘터리 3일]이 200만 촛불이 모인 광화문 광장의 72시간을 전했다.
200만이 외친 구호는 ‘퇴진’으로 통일됐으나 손에 든 피켓에는 각계각층의 소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 200만의 광장을 가능하게 만든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천만 원의 사비를 들여 ‘박근혜 퇴진’ 전단지를 돌리는 시민, 간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교사, 원활한 통신을 위해 광화문에 기지국을 설치하는 기사들, 혼잡한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을 안내하는 직원들, 200만이 모인 집회의 자원봉사자 등등.
200만 개의 촛불은 단지 ‘박근혜 퇴진’만 바라고 거리에 나온 게 아니다. 촛불집회에서는 “재벌들도 공범이다”, “재벌들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노동악법과 비정규직에 관해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처럼 평등에 대한 요구사항도 나타나고 있다.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광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의하는, 염원이 담긴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 KBS 다큐멘터리 3일
2. 광화문광장의 또 다른 청년, 의경
광화문 광장을 구성하는 또 다른 이들은 경찰이다. 이들은 시위대를 가장 직접 마주한다. 20대의 박근혜 지지율이 0%를 기록하면서 20대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지만, 또 다른 20대인 의경과 초임 경찰관들은 시위대 앞에 마주 서야 한다. 중앙일보가 광화문의 또 다른 청춘, 의무경찰과 초임 경찰관들을 인터뷰했다.
젊은 경찰들은 말한다.
“입장이 다를 뿐이지 시위대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이 있을까요.”
“반정부 시위에서 의경들은 대부분 정부 편을 들기 쉬운데 이번 사태는 의경들조차 등 돌리게 했다. 마음 같아선 청와대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싶습니다. 저희를 대신해 토요일 시위에 많이 나와 주세요.”
실제 집회현장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의 사진을 찍어주거나 시위대와 경찰이 같이 경찰 차벽에 붙은 스티커를 떼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한 의경이 말한다.
“복무 중이 아니었다면 나도 시위에 참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도 많이 썼을 거다.”
또 다른 의경이 말한다.
“아쉽지만 지금 군 복무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시위대의 분노는 육탄저지선을 맡은 청년들을 넘어 그 뒤에 숨은 자들을 향해야 한다.
● 중앙일보
3. 예견된 ‘7시간’의 비극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을 핵심 의혹은 ‘7시간의 비밀’이다. 청와대는 ‘이것이 팩트다’라며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자세히 공개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말하는 팩트 속에 숨은 더 무서운 팩트가 있다. 애초에 청와대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지난 3년 8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벌어진 국정운영의 민낯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박 대통령은 문제의 7시간 동안 대면보고가 아니라 서면보고만 받아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전부터 대면보고를 받지 않았다. “대면보고가 필요하나”라는 인식을 보였고,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독대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도 독대가 가능했던 인물은 장·차관들이 아니라 최순실, 차은택 같은 비선들이었다.
최순실과 정윤회의 사람이었던 문고리 3인방은 청와대 수석과 장관들보다 더 높은 권세를 누렸다. 3인방은 수석들만 갖고 있어야 하는 고유의 벨소리를 보유했고, 수석급의 자동차를 보유했다. 이들은 대통령 입맛에 맞는 보고만 올렸고, 공식적인 루트로 올라오는 보고를 묵살시켰다.
정호성은 세월호 참사 당일 보고를 묵살했고 안봉근은 참사 당일 대통령 경호를 맡았다. 이재만은 주사제 구입을 담당했다. 7시간은 단순히 그 날 대통령이 굿을 했느니 주사를 맞았느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의 국정운영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증거였다.
●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4. 박근혜는 왜 갑자기 ‘엘시티’를 이야기했나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혼란스럽던 11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뜬금없이 해운대 엘시티 비리 의혹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새누리당 내 비박, 야당 정치인을 겨냥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엘시티에서는 ‘캐면 캘수록’ 친박만 나와서 의문을 더 증폭시켰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엘시티에서 발견된 비선실세의 그림자에 대해 추적했다.
엘시티 건설 비리의 핵심인물인 이영복 회장은 최순실과 함께 한 달에 9억 원을 쏟아붓는 ‘황제계’를 했다. 최순실과 김기춘 등이 맞아 논란이 된 줄기세포 주사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 간담회 자리에서 한참 멈춰 대화를 나누던 중소기업인은 이영복 회장의 아들이었다. 이 모든 게 다 우연이었을까.
이영복 회장이 압수수색을 앞두고 사무실에 남겨둔 로비 장부에는 검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엘시티 수사를 통해 겨냥한 대상은 비박과 야당이 아니라 검찰이라는 뜻이다. ‘검찰 니들도 걸려 있으니 나(대통령)를 한 번 털어볼 테면 털어보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검찰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늘어났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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