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민주주의가 밥 먹여 줍니까?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들은 선거 참여와 국민의 관심을 호소하지만, 이런 질문은 한 가지 반문에 부딪힌다.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는 것이다. 특히 단군 이래 가장 높은 학력에도 가장 높은 실업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에게 민주주의보다 알바비가 더 소중하다. 한겨레가 전국 5개 지역의 대학생 30여 명에게 민주주의를 물었다.
청년세대에게 민주주의는 밥이 아니다. 이들은 항변한다.
“먹고살기 바쁜데 나라까지 구해야 하느냐?”
“대통령 바뀌면 나아지느냐?”
알바비가 통장에 들어오면 수혈을 받는 기분이지만,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한 번도 피였던 적이 없다. 더 짜증 나는 건 이런 질문을 던지면 민주 시민이 아닌 것으로 인식 받는다는 점이다. 생활도 생존권도 보장되지 않는 이들에게 시위 참여는 한가한 소리다.
진보세력도 그들이 보기엔 별로 민주적이지 않다. “높은 사람 중심으로 참여자들이 비벼대느라 바쁜” 집단 중 하나다. 서사가 없이 결론만 강요한다. 하지 말라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진짜 필요한 것은 고쳐주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라는 말만 한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는 수동태다. 누군가 민주주의를 이뤘지만, 스스로 성취한 적도, 경험해본 적도 없다. 이들을 다그치기 전에, 민주주의가 밥이 되도록 해야 한다.
● 한겨레
2. 한국에 왜 대선후보 ‘끝장토론’은 없을까
국민과 박근혜의 대결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직무정지까지 당한 대통령은 여전히 반격을 노리며 하루라도 더 자리에 앉아있기 위해 고집을 부린다. 이 파국은 어쩌면 2012년,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에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SBS 스페셜이 한국사회가 대통령과 정치 세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던 이유에 관해 짚었다.
임기 말 대국민 사과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박근혜뿐 아니라 과거 대통령들도 비자금 사건과 친인척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모두 고개를 숙였다. 이런 참사들이 후보 시절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것일까. 선거 캠프 인사들은 하나같이 선거의 필승 전략이 공약도 정책도 아닌 이미지라고 말한다. 박근혜 캠프는 박근혜에게 박정희 후계자 이미지를 덧씌웠고, 올림머리부터 유세일정까지 모두 연출된 쇼였다.
언론도 검증에 실패했다. 해외 대선에서 볼 수 있는 끝장토론은 없다. 1분에서 1분 30초씩 자기 이야기만 떠들다 들어가는 TV토론으로는 아무것도 검증할 수 없다. 캠프는 후보에게 더 많은 준비를 요구하기보다 모르는 이야기나 약점이 나왔을 때 넘어갈 수 있는 ‘스킬’을 교육한다. 장관 후보자에게는 청문회를 해도 대통령 후보는 검증할 수 없다. 검증 없이 이미지에만 환호하는 선거, 그리고 임기 말의 사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까.
● SBS 스페셜
3. 구로의 등대, 넷마블 잔혹사
구로에는 ‘넷마블’이라 불리는 등대가 있다. 24시간 건물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재미있는 게임, 가파른 성장이란 화려함 속에 게임 산업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경향신문이 빛나는 ‘등대’ 뒤에 감춰진 그늘을 파헤쳤다.
지난해 게임업체 넷마블에서 세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한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두 명은 돌연사였다. 넷마블 노동자는 근무 중에 휴식이 없다고 말한다. “오후 10시에 퇴근하면 반차, 자정에 퇴근하면 칼퇴, 새벽 2시에 퇴근하면 잔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노동건강연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회 이상 야근한다고 답한 비율은 47.3%로 절반에 가까웠다. 전체 응답자 5명 중 1명(22.0%)은 1달 평균 5회 이상 휴일에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월 노동시간 평균을 계산하면 257.8시간이다.
‘크런치 모드’라는 게임업계 특유의 작업방식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의 출시나 업데이트를 앞두고 야근과 밤샘이 반복되는 기간을 뜻한다. 본사에서 공문이 내려오면 수면실과 샤워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반복된다. 전체 응답자의 30.6%(166명)는 한 번 출근해 ‘36시간 이상’ 회사에 머물렀다고 답변했다. ‘52시간 이상’ 연속 근무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만 13.6%(74명)에 달한다.
이런 휴식 없는 노동은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됐다. 유행 주기가 짧고 개발 기간도 1~2년밖에 안 되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노동자들은 시지프스처럼 계속 ‘크런치 모드’로 살아야 한다.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상시적인 이벤트와 업데이트, 그럴싸한 게임이 나오면 빨리 살짝 바꿔 출시하는 식의 경쟁이 노동자들을 등대로 만들고 있다.
● 경향신문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 기획
- 밤 10시 퇴근은 반차, 12시가 칼퇴, 새벽 2시 넘어야 잔업”
- 우리네 청춘 저물고 저물도록, 게임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 “열정 같은 소리 말고, 수당 제대로 달라”
- 만들던 게임이 시장성 없다고…회사 팔리더니 “나가라”
- 수익 급급, 붕어빵 게임 양산…‘아타리 쇼크’ 남 일 아니다
4. 산부인과부터 유치원까지, 다시 그리는 출생지도
행정자치부는 저출산을 극복한다며 ‘가임기 여성 인구수’가 담긴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공개했다 하루 만에 문을 닫았다. ‘여성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지도였다. 더 중요한 건 아이를 기르게 만드는 환경이다. 중앙일보가 산부인과와 소아과, 어린이집, 유치원 숫자를 기초로 ‘대한민국 출생지도’를 다시 그렸다.
대한민국 229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예 없는 지역도 있다. 전국의 62개 시·군에는 분만실 보유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다. 아이를 낳아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곳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19세 이하 1,000명 당 0.6명뿐이다. 소아 2만 389명이 사는 경기도 여주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5명뿐이다.
어린이집이랑 유치원 보내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부모들은 추첨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만 0~5세 아동 265만9,400여 명 중 실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는 145만 2,800여 명, 비중으로 따지면 54.6%다. 3~5세 아동 인구 대비 유치원 정원 비율은 50.1%에 불과하다. 아동 2명 중 1명은 유치원에 못 가는 상황이다. 의료와 육아시설이 열악한데, 출산 장려금 조금 준다고 애를 낳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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