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이집트 여행기

2018 이집트 여행기 ⑨ 이집트 마지막 날 & 한국 귀환

72,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이날의 투어는 전날 만난 흑인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하는 일정이다. 전날 있었던 아부심벨 투어와 보트투어 및 누비아 마을 방문, 오늘 오전 투어까지 비용은 2인 기준 190달러였다. 혹시 아스완 투어가 필요하신 분들은 비용 참조하시길...

오후 2시에 아스완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카이로 공항으로 가는(그리고 한국으로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오전 일정은 빠듯했다. 6시에 일어났다. 현인 알-아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640분쯤 손수 아침을 준비해주셨다. 이집트식 빵에 삶은 계란, 과일 등을 주셨고 맛있게 먹었다.

 

알 아민 게스트하우스 숙소 안에서 내다본 풍경. 이 풍경을 놔두고 가야한다니, 너무 아쉬웠다.

 

아침을 먹고 7시에 정들었던 알-아민 게스트하우스를 떠났다. 아스완에 온다면 이 게스트하우스를 강력 추천한다. 비용도 2인 기준 23일에 44달러로 비싸지 않다. (22박인데 5만원 안 되는 꼴) 방에 팁으로 20파운드를 놓고 나왔다. 이집트 여행 하면서 가장 흔쾌히 놓고 나온 팁이었다.

짐을 들고 다시 배를 타러 나가는 우리에게 알-아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은 부킹닷컴’(booking.com) 평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평점 관리까지 하는 센스! 나는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부킹닷컴에 들어가 10점 만점의 평점을 남겼다.

 

"제가 만난 어떤 호텔의 직원보다 주인 분이 친절했고, 서비스가 좋았습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는 아스완 KFC 앞 선착장으로 향했다. 또 이집션 들이 배 값을 속일까봐 이번엔 아예 얼마인지 묻지도 않았다. 그냥 1인당 2파운드, 4파운드 동전을 미리 준비한 뒤 손에 쥐어주고 배에 타 버렸다.

가이드를 만나 가장 먼저 보러 간 것은 미완성 오벨리크스(Unfinished Obelisk)였다. 앞서 7에서 소개한 바 있는 이집트 유일의 여성 파라오, 핫셉수트가 만들려다가 못 만들었다는 오벨리크스다. 가서 보면 60파운드(학생증 있으면 반값)를 내고 들어가면 만들려다가 실패한 채 그냥 엎어져 있는 미완성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다.

 

미완성 오벨리스크. 중간에 갈라진 틈이 보인다. 더 갈라질까봐 오벨리스크를 세우지 않고 포기한 채 채석장에 내버려뒀다고 한다.

 

들어가면 직원이 네셔널지오그래픽에서 방영한 미완성 오벨리크스 관련 영상을 보여준다. (가이드가 미리 섭외한 것인지 원래 제공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만약 완성되었다면 높이가 42m, 무게가 1200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오벨리스크였다. 오벨리크스를 만들려고 돌을 자르는 도중에 버려져서 미완성이 되었는데, 중간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금이 생겨서 제작을 포기했다. 채석장에 버려진 상태로 3500년이 넘게 있는 셈이다. 미완성 상태로 버려져서 현대인들이 고대 이집션들의 석조 기술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미완성 오벨리스크 앞에서.

 

미완성 오벨리크스를 보고,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향수 가게였다. 가이드 투어의 단점이다. 투어 시간이 급박한 데도 꼭 투어를 하면 이런 데를 끼어 넣는다. 지난 번 피라미드 여행 때처럼 가게에서 콜라라도 줄까 하는 기대감에 암말하지 않고 들어갔다.

그러나 정작 콜라는 없고 이집트 전통차만 줬다. 아무래도 상술인 것 같았다. 전통 차는 만드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뜨거워서 다 마시는 데도 오래 걸린다. 고로 그 시간 동안 손님을 잡아둘 수 있다. 콜라를 주면 그냥 원샷해 버릴 테니까. 향수가게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아빠 선물로 향수를 살까 했는데, 뭔가 사기 같은 느낌이 나서 안 사기로 했다. (정품이 아닌 것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다만 향수가게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이집트 여행 내내 의문이었던 한 가지가 풀린 것이다.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서부터(두바이공항부터) 내 코를 강하게 찌르던 정체를 모를 향수 냄새가 있었다. 이집트 남자들이 주로 바르는 향수 냄새 같았는데, 이집트 여행 내내 이 강한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무슨 향인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파피루스 향수였다. 향수가게 주인이 내 손등에 살짝 발라줬는데도 거의 하루 종일 냄새가 남아있을 정도로 강력한 향이었다.

향수 가게를 잠시 들렀다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필레 신전이다. 이시스 신전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지금은 아킬라섬이란 곳에 있는데, 원래 필레섬에 있었기 때문에 흔히들 필레 신전이라 부른다. 아부심벨도 그렇고,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이집트 정부가 유네스코 도움을 받아 지금의 위치에 이전했다. 신전을 이전할 때 전체를 다 분해해서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붙인 뒤 퍼즐 맞추기를 하듯 복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신전에 가서보니 돌 하나하나에 다 번호가 붙어 있었다.

 

필레 신전 가는 길. 이집트에서 타는 마지막 배가 이 배였다.

 

섬에 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신전이다. 신전 입장료는 100파운드다. (학생증 있으면 할인) 배 값은 따로 받지 않았는데 아마 가이드가 낸 것 같았다.(투어 비용에 포함. 아마 가이드 없이 가는 사람은 배 값을 따로 내야할 듯.) 필레 신전은 섬에 있어서 그런지 경치가 정말 좋은 신전이었다.

필레 신전을 오가는 길에 탄 배는 모터만 달렸지 돛단배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작은 소형선이었다. 내가 왼쪽에 있다 오른쪽으로 움직이자 배가 휘청거렸고, 앉아서 손을 뻗으면 강물이 닿았다. (강물에 손을 대려고 몸을 기울여도 배가 휘청거렸다. 짝은 움직이지 말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너 때문에 집에 가는 날 나일강에 빠지고 싶지 않다며..)

 

필레 신전 입구.

 

필레 신전 안에서.

 

필레 신전 가는 길을 포함해서, 아스완은 배를 타고 보면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디서 타든, 아스완에서는 배를 타고 여행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필레신전 오갈 때 배 값은 안 냈지만 가이드가 뱃사람들에게 팁을 주라고 해서 20파운드를 주었다.

필레 신전에는 고양이가 정말 많았다. 날씨가 매우 더웠는데, 큰 선풍기를 틀어놓은 카페테리아에 가니 이 동네 고양이들이 모조리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여기 고양이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가만히 있다. (시원해서 딴 데 가기 귀찮아서 그런 것 같다.) 섬에 콜라나 물을 파는 상점이 있는데 관광지답게 일반 상점보다 비싸다. 미리 물을 준비해가는 게 좋다.

 

이집트에서도 고양이는 귀엽다.

 

필레 신전 다음으로 향한 곳은 아스완 하이댐이다. 입장료는 1인당 30파운드였다. 필레 신전, 그리고 아부심벨 신전을 이전하게 만든 그 문제의 댐이다. 알다시피 고대부터 나일강은 자주 넘쳤다. 그리고 넘친 뒤 토양이 비옥해지면서 이를 바탕으로 나일강 주변의 문명이 발달했다. 그런데 인근 유역에 사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나일강 범람을 막고 관계 및 농경을 위해 전력 발전을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만든 게 아스완 하이댐이다.

52년 이집트공화국을 출범한 나세르 대통령이 댐을 쌓기 시작했다. 기존에 로댐이 있었는데 이걸로는 범람을 막고 전략발전을 이끄는데 부족해서 만든 게 하이댐이다. 처음에 미국과 영국이 돈을 대다가 사이가 틀어지면서 소련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준공기념탑에 아랍어와 러시아어가 함께 쓰여 있다.) 이 과정에서 수몰지역에 있던 아부심벨과 필레 신전을 옮겼고, 9만 명이 거주지를 옮겼다. 누비아 족만 빼고 대부분 댐 건설에 찬성했다고 한다.

 

하이댐 위에서 바라본 풍경.

 

하이댐은 볼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입장료가 30파운드...) 그냥 하이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을 듣고 댐 주변 경치를 둘러보는 정도다. 일정이 바쁘거나 빡세신 분들은 굳이 안 들러도 될 듯.

 

하이댐을 배경으로. 이게 이집트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하이댐까지 구경을 마치니 오전 11시 반 쯤 되었다. 가이드가 아스완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가이드에게 팁 20파운드를 주고, 바이바이 했다.

아스완 공항에서 2시 비행기를 타고 4시에 카이로공항 도착 예정이다. 하지만 역시나 이 이집트 공항에선 정시 출발을 기대해선 안 된다. 아스완 공항은 비행기 타러 가는 길에 피자 조각이나 샌드위치 같은 걸 파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웠다. (남은 이집트 화폐도 해치울 겸) 이집트 국내선 공항에선 기내식을 주지 않고 비스킷 같은 것만 주기 때문에 밥을 먹고 비행기를 타야 한다.

아스완 공항에서 내려서 카이로 공항에 왔다. 한국으로 가려면 640분 비행기를 타야 했다. 카이로공항은, 정말 돌아가는 날까지 우리를 지치게 했다. 나랑 내 짝은 각자 다른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상황이었다.(짝은 다음날 새벽, 모스크바 경유 비행기) 내가 돌아가는 비행기 티케팅을 하기 위해 짐 검사를 한 뒤 안으로 들어왔고 내 짝도 같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공항 직원이 내 짝을 불렀다. (그리고 그 뒤 난 짝을 서울에서 만났다..)

짝은 다음날 비행기라서 아직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짝이 잠깐 인사만 하고 오겠다고 했으나 절대 안 된다고 했다. 8일을 같이 다닌 우리는...그렇게 카이로 공항에서 인사도 못한 채 헤어졌다.

티케팅도....굉장히 오래 걸렸다. 보통 우리는 비행기 타면 한 시간 전에 티케팅을 다 끝내고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하지 않나? 그런 걸 이곳에서 기대하면 안 된다. 늦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비행기도 늦게 출발한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바이 경유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니 73일 오후 5시였다. (다음날 바로 출근을..ㅠㅠ) 624일 출국해서 73일 귀환, 9일 만에 꿈같았던 이집트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복귀했다.

 

아스완을 떠나며 남긴 팔찌 사진.

 

*이집트 여행 총평.

프랑스도 가보고 이탈리아도 가봤는데 유적지가 주는 웅장함은 이집트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느낌이 , 이 그림 진짜 잘 그렸다.”였다면 이집트의 유적지를 보면 ...사람이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 “유럽 놈들이 훔쳐온 게 원래 여기 있던 거였구나!”)

이렇게 좋은 곳이지만 혼자 가는 건 비추다. 나도 한 번 가보고 나니 다음번엔 자신감이 생겨서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처음 갈 때는 친구들이랑 가거나 단체 투어를 추천한다. 인도 삐끼도 심하다는 말이 있는데, 이집트까지 다녀와 본 어떤 사람은 이집트에 비하면 인도 삐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여행을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경험한 삐끼들은 그래도 최소한의 이라는 게 있었다. 싫다고 몇 번 이야기하면 다시 접근하지 않는다거나, 먼저 호감을 갖게 한 뒤 나중에 슬쩍 무언가를 팔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상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달라고 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집트에서 만난 삐끼들은 그런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내 내면에 존재하는 짜증과 폭력성만 깨닫게 된다.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하고 무작정 돈을 달라고 한다. (6에서 소개한 알린 정도의 삐끼라면 속아줄 수 있다.) 유적지 안에서 아무 유물이나 가리키면서 아무 소리나 해대고 돈을 달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어떤 삐끼는 놀이터 모래더미에서 막 주은 것 같은 담배꽁초를 들이대며 원달러 원달러라고 했다. (원달러 주는 것도 안 내키는데 나보고 쓰레기까지 가져가라는 거냐?)

 

인간의 폭력성을 실험하기 위해 사람들을 룩소르로 보내보겠습니다...

 

른들은 물론이고,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꼬마 아이들까지 외국인만 나타나면 조각품 같은 걸 들고 "원달러 원달러" 한다. (많이 안타까웠다나라에 관광 말고 다른 산업이 없으니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 상대로 삐끼짓하는 것 말곤 먹고 살 궁리가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집트에서 본 많은 유적지와 잊지 못할 풍경과 야경, 그리고 (-알민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을 비롯해) 그 안에서 찾은 이집트의 양심들. 그들이 떠올라 이집트는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특히 후르가다와 아스완은 꼭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카이로는 공항이 거기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들러야 하겠지만, 삐끼천국이던 룩소르는 솔직히 다시 가고 싶지가 않다;;) 이번에 못 가본 알렉산드리아랑 다합도 다음 번엔 꼭 다시 가고 싶다.

그리운 이집트!

만약 다시 가게 된다면 또 여행기 형태의 기록으로 남겨보겠다.

그럼 이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