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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컬투의 베란다쇼’, ‘악의적인 편집’ 논란

MBC ‘컬투의 베란다쇼’, ‘악의적인 편집’ 논란

동국대 “방송윤리적 문제” vs 제작진 “절차상 문제없다”… VOD는 초상권 문제로 삭제 상태

MBC <컬투의 베란다쇼>가 역사인식이 부족한 현실을 전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결론을 도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MBC <컬투의 베란다쇼>는 지난 5월 20일 방영된 43회 “역사 교육의 현실” 편에서 대학생의 역사인식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베란다쇼 제작진은 서울시내 한 대학교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퀴즈를 실시했다. 퀴즈쇼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독도가 왜 우리 땅이냐’는 질문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가하면, 고려를 세운 인물이 ‘궁예’라고 말하고 대한민국 초대대통령이 ‘이수만’이라고 말하는 등의 모습이 방영됐다. 대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본 베란다쇼 MC들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혀를 차며 탄식했다. 역사에 해박한 한 학생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역사인식이 부족한 모습으로 묘사됐다.

방송이 나가자 인터넷에는 대학생들에게 역사인식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방송화면이 캡처되어 ‘대한민국 대학생.jpg’ ‘흔한 대학생의 역사인식.jpg’이라는 식으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반발했다. 학교 커뮤니티에는 베란다쇼 제작진이 ‘악의적인 편집’을 했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촬영하는 걸 목격했다는 목격자들은 “아무런 동의 없이 갑자기 질문을 던져서 학생들이 장난스럽게 대답한 것” “아는 것도 갑자기 물어보면 말이 헛 나올 수도 있지 않느냐” “제대로 대답한 거는 다 잘라먹고 틀린 내용만 넣었다” "악마의 편집이다"고 주장했다.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게시판에도 항의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자신들을 해당 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이들이 “앞 뒤 다 편집하고 오답으로 몰아가는 인터뷰 방식” “준비가 안 된 인터뷰 대상자에게 갑자기 들이대 상식을 물었다” “악의적인 편집기술이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역사퀴즈에 참여한 학생과 목격자들의 의견을 들었다는 동국대신문사 원석진 기자는 “제작진이 장난 식으로 물어봤기에 학생들이 그렇게 대답했다”며 “한 문제를 맞추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식이었는데, 앞 단계에서 문제를 맞춘 건 안 내보내고 틀린 장면만 내보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도 제작진에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공문을 보내 항의의 뜻을 전하고, 홍보팀도 제작진에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홍보팀 관계자는 “촬영협조 의뢰를 할 때 축제 기간에 학생들 대상으로 가볍게 퀴즈를 푸는 프로라고만 들었다. 촬영 후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학생들 역시 가볍게 퀴즈 푸는 것 정도로 알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윤리적으로 적절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갑자기 툭 질문을 던지고 그것 중 일부분만 캡처해서 의도에 맞게 편집하는 것에 누가 동의 하겠나”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학교 측에서 언론중재위 제소를 검토”할 수도 있으며, “학생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없이 노출된 부분에 대해 학생들이 초상권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학교에 조력을 구할 경우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베란다 쇼 제작진은 학교와 학생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제작을 담당한 김현기 PD는 “사전에 어떤 방송이고 어떤 제작의도였는지 다 고지했으며, 섭외된 사람만 촬영을 한 거라 절차적 문제가 없다”며 “모든 학생이 다 듣지 못했을 수도 있고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다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어떤 학생이 ‘너무 못 맞춰서 틀린 장면만 나가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고, ‘틀린 거 말고 인터뷰도 넣어주세요’라고 요청해 인터뷰까지 넣었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악의적인 편집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맞춰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식이 아니라 똑같이 모든 학생들에게 10문제 씩 출제했고, 평균점수도 공개했다. 잘 맞춘 학생의 모습도 많이 나갔다”며 “틀린 장면만 내보냈다고 하는데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목적에 맞게 취사선택할 권한이 (제작진에)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감정적으로 격앙될 수는 있지만 제작하는 과정을 다 보지도 않고 그런 주장을 하면 안 된다. 학교 측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부분에서 제작진의 실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모자이크를 요청한 학생이 있었는데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이후 온라인에 올라온 VOD를 내렸다는 것이다. 현재 5월 20일자 베란다쇼는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김 PD는 “초상권 때문이지 방송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VOD를) 내린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