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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 형법' 음모죄 남발, 예비검속은 심각한 인권침해”

“'심정 형법' 음모죄 남발, 예비검속은 심각한 인권침해”

대중 파시즘, 무차별적 매카시즘 확산… “국정원 무소불위 권력, 민주주의 위협”


국정원의 권력 행사가 대한민국 헌법가치와 배치되는 것이며, ‘내란음모사건’ 이후 한국에 매카시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의 문제점과 한국사회’ 긴급토론회 자리에서 “국정원은 국내정치와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권위주의의 극복이라는 87년 체제를 정면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의 긴급토론회는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 대책위’(이하 대책위)의 주최로 열렸다.

한 교수는 “87년 이후, 헌법은 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가권력의 행사를 조정하는 기능을 해왔고, 따라서 법치, 민주주의, 인권 등은 헌법의 기본적인 가치”라며 “하지만 국정원은 이러한 헌법 가치들을 무시하고 파괴해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한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헌법에 봉사해야 하는데, 이는 그 권력이 헌법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국정원 같은 비밀정보기관은 헌법에 봉사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국정원이 헌법에 봉사하지 않는 이유로 언제나 적을 만들어내야 하는 비밀정보기관의 특성을 들었다. ‘잠재적인 적의 위협’을 계속 확대재생산하면서 비밀주의, 예비검속, 총체주의, 편의주의 등을 내세우는 비밀정보기관의 특성을 들어 한 교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에 어긋나며 잠재적 위협이 가시화한다는 것을 빌미로 사전에 실시하는 예비검속은 인권침해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의 문제점과 한국사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적을 막기 위해 하나의 중심인 비밀정보기관이 모든 것을 총괄한다는 ‘총체주의’의 경우도 권력분립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가치에 위배된 채 국정원이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적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편의적이고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국정원의 행태 역시 법에 따른 행정을 통해 인권 보장을 추구하는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한 교수는 비판했다.

한 교수는 이처럼 민주주의나 인권 같은 헌법의 가치에 봉사하지 않은 대표적인 국정원의 수사 사례가 이번 ‘내란음모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석기 의원의 혐의 중 ‘음모’라는 개념을 들어 한 교수는 “음모는 형법학계에서도 비판받는, 일종의 심정(心情)형법”이라며 “앞으로 각종 음모죄 혐의가 국가보안법처럼 남발될 수 있고, 이는 민주주의의 조건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실제로 ‘내란음모사건’ 이후 한국에 매카시즘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공안통치기구와 보수적인 언론환경이 결합해 공안정치가 심화되고 대중파시즘의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이 더 확산될 경우 결론이 내려진 답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반대하면 위험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역시 “이번 내란음모사건에 대해 정치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 및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 절차적 과정 속에서 보장받는 인권은 사라졌고 그런 이야기들이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매카시즘에 의해 피해를 입은 참가자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김나래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은 국정원이 자신이 하는 일이 국정원의 감시를 받고 정용필 전 한대련 의장도 국정원의 내사를 받았다며 “(우리 외에도) 무차별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서영 민권연대 사무총장도 “국정원이 민권연대가 이름을 세탁한 이적단체라는 내용의 자료를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에게 전하고, 이것이 문화일보에 그대로 보도됐다”며 “누구도 안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시즘이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배 사무총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 직원이 아닌 모든 사람이 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대책위는 무차별적인 매카시즘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래군 대책위 상임집행위원장은 “자본론을 강의한 강사가 국정원에 신고 되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사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책위에서는 피해사례를 계속 수집하고 있다”며 “사례를 모아서 발표하는 등 적극 대응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