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부활’ 움직임? 밑바닥 정서는 ‘냉담’
박정희기념관 가봤더니…하루 평균 100명, 그나마도 지방 단체관광버스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앙하고 마치 부활시키려는 듯한 목소리가 나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6일 박 전 대통령 서거
34주기 추도식에서 참여한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아버지 대통령 각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4년이 됐다”고 말했고 남유진
구미시장은 “님께서 난 구미 땅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무한한 영광”이라고 미화했다.
유신체제와 독재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손병두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은 국립 현충원 추모식에서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고 했으며, 김영진 부천원미동 교회 목사는 추모예매에서 참여해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라고 말했다.
이러한 박정희 부활 움직임에 일반인들도 호응하고 있을까. 29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기념관을 찾아가보니 세간의 요란한 부활
움직임과는 달리 박정희기념관은 인적이 뜸해 매우 썰렁한 분위기였다. 두 시간동안 찾아온 방문객은 5-6명이 전부였다. 기념관
전시실 관리자는 “하루 평균 100명 정도 방문하는 것 같다”며 “작년 초에 개관했을 때만 해도 하루에 400~500명이 왔는데,
아무래도 올 사람은 이미 다 왔다가서 더 이상 많이 안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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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기념·도서관 제1전시실. 5·16 군사쿠데타를 민족중흥과 근대화를 위한 혁명이었다고 표현하며 혁명의 정당성을 역설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전시실은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반복해서 들려준다. 사람들이 전시실을 지날 때마다 박정희 대통령의 18년 6개월 동안의 업적, 5‧16 쿠데타, 경제발전과 관련된 동영상들이 자동으로 재생되며 귓가에 반복된다. 재연 배우들이 등장해 새마을 운동 당시 풍경을 재연하면서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알려주는 영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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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전시실 새마을운동 파트에서 새마을운동 관련 영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방문객들의 방문 이유는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해서 와봤다는 의견과 그냥 한 번 들려봤다는 의견으로 갈라졌다. 인천에서 온
한백석씨(인천, 70)는 “박정희 대통령 때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박 대통령이 우리나라 경제를 살려 놨다. 여러 가지 배울 점이
있을 것 같아서 와봤다”며 “지금 젊은 사람들이 그 때 우리 같은 정신으로 살면 나라가 더 부강해질 것이다. 젊은 사람들도 누구
덕에 잘살게 됐는지 이런 데 와서 보고 배워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김정관씨(59)는 “박정희 생가도 들렀다 왔다. 유신 때 고등학생이었는데, 옛날 생각이 나서 와봤다”며 “제일 잘한
일은 새마을 운동이다. 우리 국민들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묻자 “아직 잘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 상암동에서 온 한 여성 관람객은 “이 동네에 살아서 한 번 들러봤을 뿐이다.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오른
김아무개씨(44세)는 “박정희 대통령이 뭘 했는지 궁금해서 지나가다 한 번 들렀다”며 “이분이 좋은 일만 한 건 아닌데 기념관에
너무 좋은 말만 써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텅 빈 도서관도 기념관의 썰렁한 분위기에 한 몫 하고 있었다. 도서관 관리자는 “예산이 없어서 도서관이 텅 비어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국회에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렇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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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상암동 박정희 기념·도서관. 사진=조윤호 기자 |
썰렁한 서울 박정희기념관과는 달리 구미 박정희 생가에는 여전히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평균 1500명~2000명의
방문객이 생가를 방문한다. 박정희대통령 생가 관리자는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방문자가 늘어난 것 같다. 원래는 하루 평균 500명
정도 방문했는데, 작년 대선 이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하루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서울 박정희기념관의 방문객도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단체 관광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념품매장 관리자는 “지방에서 하루 평균
7대, 8대 단체버스가 온다. 많으면 10대도 온다”며 “시골에서 관광하러 서울 왔다 들렀다 가는 형태다. 지금은 농번기라
시골에서 단체관광을 안 오다보니 관람객이 뚝 끊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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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기념·도서관 제2전시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박정희 대통령의 추진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사진=조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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