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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글/논문 및 레포트

결선투표제가 대표성을 증대할 수 있는가?

학교 수업 중 비교정치 관련 발표를 준비하면서 쓴 정리글이다.




1. 문제의식(종속변수의 설정) : 대의제에서 ‘대표성’이라는 문제
2. 독립변수의 설정 : ‘결선투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1) 결선투표제란?(단순다수제와의 비교를 통해)
2) 결선투표제와 대표성 사이의 상관관계
3. 가설 검증 :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
1) ‘대표성’이라는 종속변수의 조작적 정의
ⅰ. 결선투표제 도입 이전과 이후 투표율의 변화
ⅱ. 1차 투표보다 2차 투표에서 투표율이 상승했는가?
2) 프랑스, 브라질 등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 연구
4. Rival Theory : 양당제 국가일수록 투표율이 높다?
5. 결론


1. 문제의식(종속변수의 설정) : 대의제에서 ‘대표성’이라는 문제

‘민주주의’를 잘하고 있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대의제라는 형식을 빌려 전개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한국 역시 그런 국가들 중 한 곳이라는 ‘현실’ 속에서, 그리고 혁명적으로 분출되는 정치적 욕망이나 열망보다는 항시적이고 측정(그러므로 예측)가능한 제도가 정치학의 ‘연구 대상’에 더 적합하다는 점에서, 특정 국가. 사회. 인간집단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 마느냐는 대의제를 얼마나 잘 작동시키느냐를 기준으로 ‘측정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의제라는 추상적인 형식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무엇인가? 즉 우리는 어떤 기준에 의거하여 대의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 혹은 대의제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가? 최장집은 그 척도로 참여, 대표성과 책임성을 제시한다. 여기서 대표성이란 대표자가 선출되는 과정에서 유권자의 의사가 더 잘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책임성이란 국민의 대표가 자신에게 위임된 권력을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는 모든 행위결정의 근거에 대해 주권자인 인민의 요구가 있을 때 이에 응답하고 설명해야 하며, 정책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 중 가장 측정하기 손쉬운 대표성을 문제 삼고자 한다.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대통령/국회의원의 대표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는 대통령 선거/총선거에서의 투표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투표율이 낮은 상황에서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자 역시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면서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김의 분열로 대표되는 1987년 선거에서 노태우는 겨우 36%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는데, 이 당시 투표율을 고려하면 노태우는 전체 국민 중 32%의 지지, 전체 국민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를 받고 대통령이 된 셈이다. 1992년 선거에서 김영삼 역시 42%의 지지를 받았는데 투표율을 고려하면 노태우와 별반 다르지 않은 33.9%의, 겨우 1/3을 넘은 수의 지지를 받고 당선되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이명박 역시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 데다, 투표율을 고려하면 이들의 득표율은 더욱 낮아진다. 이명박은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48.5%의 지지를 받았지만 전체 선거인수를 기준으로 할 때 득표율은 30.52%로 이 수치는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노무현은 34.33%, 김대중은 31.97%의 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을 기록했다. 국회의원/지방도지사/지방의회 의원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선거에서의 기권을 후보자에 대한 소극적 거부의 표현으로 이해한다면, 오늘날 대부분의 대표자들은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거부한) 유권자를 더욱 많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러한 대표성의 위기를 ‘문제적 상황’(종속변수)으로 설정했다.

2. 독립변수의 설정 : ‘결선투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이러한 대표성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정치권/학계에서는 결선투표제의 도입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과반수도 되지 않는 소수의 지지만 받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은 한국에서만 문제되는 일은 아니다. 선거라는 경쟁에 참가한 후보 가운데 제일 많은 표를 차지한 후보가 당선되는 단순다수제를 채택한 나라들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예컨대 1945년 이래 영국의 어떤 집권당도 50% 이상을 득표하지 못했지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여 단일정당 정부를 구성해 왔다. 이러한 단순다수제의 대안으로 흔히 제기되는 제도가 남미 국가나 프랑스에서 시행되는 ‘결선투표제’이다.

1) 결선투표제란?

결선투표제(run-off)란 당선의 조건을 단순다수제와 같이 ‘후보자들 중 1위를 차지하는데’ 두는 것이 아니라, ‘과반수의 지지를 차지하는데’에 두는 ‘절대 다수제’의 한 형태이다. 결선투표제 하에서는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 1차 투표의 순위나 득표율에 따라 상위의 소수 후보자(보통은 2명)가 결승라운드에 진출하여 최종 당선자를 결정짓는다. 이러한 결선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프랑스이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 선거 시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 1,2위 상위 득표 후보들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프랑스 외에도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이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에서,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포트루칼, 우루과이, 페루, 브라질, 에콰도르 등이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사용하고 있다.

2) 가설의 논리구조

그런데 이러한 결선투표제 도입이 어떤 방식으로 대표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일까? 우선, 결선투표제의 제도 자체가 그러하다. 결선투표제는 한 후보자가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했을 경우 상위 득표자들만을 두고 2차 투표를 실시함으로써 2차 투표에서는 어느 한 후보가 유권자의 과반수 지지를 얻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즉 결선투표제 하에서 한 후보자는 적어도 투표한 사람들 중 과반수의 지지를 얻을 수‘밖에’ 없다. 당선자는 소수가 아니라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으므로 대표성을 지닐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강력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결선투표제는 투표를 안 하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오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투표 참여/불참의 문제를 일반적인 가설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유권자들은 대개 선거에서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는 경우 기권을 선택한다.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는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보장하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어렵게 만드는 양당제에 기여한다. 후보자들은 1등을 차지하기 위해 떨어질 가능성을 무릅쓰고 선거에 출마하려 하지 않으며, 최악의 후보자를 막기 위해서나 현 정권 심판을 위해 제2당과 연합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정치에 실망하고 좌절한 이들은 대안의 부재를 느끼며 기권을 선택하거나 자신이 생각한 최악의 후보를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한다. 반면 결선투표제는 단순다수제와는 달리 후보자 수를 증가시킨다. 33개국 대통령 선거를 분석한 존스에 따르면 단순다수제보다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 국가에서 후보자 수가 증가하였는데, 그 이유는 결선투표제에서는 일단 1등이 아닌 2등만 차지하면 되는 데다, 설사 2차 선거에 나가지 못하게 되어도 후보자들이 1차 선거의 결과에 따라 2차 선거에 나가는 후보들과 정치적 협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택에 따르면 후보자 수 증대는 유권자들에게 투표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효과로 이어진다. 많은 후보들이 선거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각 후보들은 서로 다른 유권자 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각기 다른 유권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해줄 수 있는 후보를 가질 수 있는, 다시 말해 투표선택의 폭이 넓어져 투표에 참여하려는 동기가 커지게 된다. 또한 유권자는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이 싫어서 혹은 최악의 후보를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선호도를 표현할 수 있다.

3. 가설 검증 : “결선투표제가 선거의 대표성을 증대할 수 있다.”

위의 논리구조를 정리하여 “결선투표제는 대표성을 증대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결선투표제는 1) 과반수 지지를 받지 않는 후보는 당선될 수 없게 만들며 2) 유권자에게 투표선택의 옵션을 늘려주어 투표율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대표성을 증대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1)의 효과는 굳이 입증할 필요가 없다. 제도 자체가 지닌 효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2)의 효과, 결선투표제가 투표율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가설의 검증에 주력해야 한다. 1)의 효과가 아무리 크더라도 투표율 자체가 높지 않다면 대표성 충족이라는 종속변수에 결선투표제가 별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1) ‘대표성’이라는 종속변수의 조작적 정의

여기서 나는 종속변수로 설정한 ‘대표성’과 독립변수인 결선투표제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피기 위해 조작적 정의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 조작적 정의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ⅰ. 결선투표제 도입 이전과 이후 투표율의 변화

우선,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이 결선투표제 도입 이전과 이후에 투표율에 차이를 보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선투표제 도입 이후 투표율이 상승했다면 결선투표제는 대표성이라는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임이 입증된다.

ⅱ. 1차 투표보다 2차 투표에서 투표율이 상승했는가?

그러나 단순히 투표율이 높아졌다는데 만족하지 않고, 1차 투표와 2차 투표 사이의 투표율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선투표제의 투표율 상승효과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비판이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에서는 1차 선거를 거치면서 후보자들이 두 명으로 좁혀지기 때문에 2차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은 둘 가운데 하나로 강요받게 되고 따라서 1차 선거에서 지지한 후보가 탈락한 유권자들이 기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파렐은 이러한 투표율의 하락으로 인해 2차 선거에서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로 당선된 후보도 선거인 모두를 고려하면 결선투표제에서도 승자가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결선투표제 도입 이전의 투표율과 도입 이후의 1,2차 투표율 사이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을 떠나서 결선투표제 하에서 1차, 2차 선거에서의 투표율이 1차 선거에서의 투표율에 비해 하락하지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2) 프랑스, 브라질 등의 사례 연구

이제 본격적으로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의 사례를 검토해보자. 일단 첫 번째로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이 결선투표제 도입 이후 투표율이 높아졌는지를 살펴보자. 우리가 검토할 수 있는 사례는 브라질, 칠레, 우크라이나이다.


그런데, 왜 세 가지 나라의 사례 밖에 검토하지 않는가? 결선투표제는 브라질, 칠레, 우크라이나는 외에도 프랑스가 채택하고 있다. 게다가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의 동유럽 국가들과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 공화국, 과테말라, 페루, 엘살바도르 등의 중남미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동유럽과 중남미 국가 대부분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체제 전환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즉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결선투표제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채택하는 제도이다. 이는 심지어 프랑스도 마찬가지인데, 프랑스의 경우 드골의 주도로 1962년 헌법 개정이 이루어졌고(제5공화국) 이때서야 대통령 직선제가 처음 도입되고, 결선투표제도 함께 실시되었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그렇지 않고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결선투표제 실시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수 있는 국가는 세 가지 사례뿐이었다.

세 가지 사례만 놓고 보았을 때, 브라질의 경우 결선투표제 도입 이전보다 이후에 투표율이 4~5% 정도 상승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는 오히려 10% 정도 하락했고, 칠레의 경우에도 1~4% 정도 투표율이 하락했다. 세 가지 사례만 놓고 보았을 때 결선투표제 도입과 투표율 상승은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결선투표제 도입 이후 1차 투표율과 2차 투표율 사이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1차 투표율과 2차 투표율 비교

국가

년도

1차 투표율

2차 투표율

비고



브라질


2002


82.26


79.53


하락


2006


83.2


81


하락


2010


81.9


78.5


하락


루마니아


2004


58.5


55.2


하락


2009


54.4


58


상승




칠레


1999-2000


89.94


90.62


상승


2005-2006


87.67


87.12


하락


2009-2010


87.2


86.7


하락


우크라이나


2010


66.5


68.8


상승


슬로바키아


2009


43.6


51.7


상승


콜롬비아


1994


35


43


상승


1998


50.35


59


상승


코스타리카


2002


68.81


60.96


하락


도미니카공화국


1996


77.2


76.6


하락


에콰도르


1996


67.9


71.7


상승


2002


62.89


71.21


상승



과테말라


1985


60.94


69.28


상승


1999


53.36


40.38


하락


2003


55.91


46.78


하락



페루


1990


78.4


79.7


상승


2000


85.29


82.29


하락


2001


83.71


82.79


하락


2006


88.7


87.7


하락


내가 조사한 31개의 사례들 중에서 1차 투표보다 2차 투표에서 투표율이 상승한 사례는 17가지, 하락한 사례는 14가지였다. 나는 이 사례들을 검토함으로써 결선투표제 도입이 오히려 자기가 원하는 후보가 없어지는 상황을 초래해 2차 투표에서의 투표율 하락을 가져온다는 가설, 양자 대결로 투표가 이루어지게 만들어 투표에 대한 관심도를 증대하여 2차 투표에서 오히려 투표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가설 둘 중에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검토할 수 있었다. 두 가설 모두 별 상관이 없었다.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보다는 오히려 국가별 변수가 중요해 보인다. 브라질의 경우 세 번 모두 하락했고, 칠레 역시 세 번 중 두 번 하락했고 페루는 네 번 중 세 번 하락했으며,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는 두 번 모두 상승, 과테말라는 세 번 중 두 번 상승했다. 프랑스는 8번의 사례 중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2차 투표에서 투표율이 상승했다. 1차 투표에서 2차 투표 사이의 투표율 변화가 상승 혹은 하락이라는 하나의 법칙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국가별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4. Rival theory

나는 결선투표제와 투표율 사이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이제 어떤 다른 독립변수들이 투표율과 관련이 있을지를 검토해보기로 했다.

-> 양당제 국가일수록 투표율이 높다?

우선 나는 “양당제 체제를 갖추고 있는 국가일수록 투표율이 높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는 결선투표제가 투표율과 별 관련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기인한다. 결선투표제의 투표율 상승효과를 기대하는 많은 이들이 결선투표제로 인해 후보자가 많아지고, 유권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아지면 투표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사표심리가 줄어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후보자가 난립하는 것보다는 후보자가 적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두 명의 후보가 박빙을 다투는 선거가 사람들의 흥미를 더 끌 수 있고, 내가 행사하는 표의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할 동력을 더 얻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많은 후보자들 중에서 나를 대표해줄 사람을 고르는 비용보다 몇 안 되는 후보자 중에 나를 대표해줄 사람을 고르는 비용이 더 적게 들기 때문에 후보자가 적을수록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양당제 체제가 더 강한 나라일수록 투표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는 양당제와 다당제 국가들의 투표율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나는 단순다수제를 채택하는 나라일수록 양당제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나라일수록 다당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뒤베르제의 법칙에 따라 단순다수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과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의 투표율을 비교해보았다. 우리는 단순다수제 국가 43개국의 대선과 총선 투표율, 비례대표제 국가 75개국의 대선과 총선 투표율을 비교해보았다.



양당제(단순다수제)/다당제(비례대표제) 국가의 투표율 비교


양당제(단순다수제)


다당제(비례대표제)


대선 평균 투표율


총선 평균 투표율


대선 평균 투표율


총선 평균 투표율


65.950625


65.950625


67.52461538


68.57444444


내가 살펴본 사례를 볼 때 양당제 국가들의 대선, 총선 평균 투표율은 65%, 다당제 국가들의 대선 평균 투표율은 67%, 총선 평균 투표율은 68%였다. 양당제 국가일수록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당제 국가일수록 투표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2%,1% 정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조사한 것보다 더 자세한 자료를 찾아냈다. Pippa Norris라는 정치학자가『Shared Global Database』라는 책에서 선거제도와 투표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있다. (비록 이 자료는 1990년대를 다루고 있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선거제도와 투표율>



선거제도


투표율 (%)


사례국가수 (N)


1위 대표제


61.3


43


혼합제 평균


64.3


26


명부식 비례제


70.0


59


양당제일수록 투표율이 높다는 가설과는 달리, 이 연구에서도 오히려 다당제를 불러일으키는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국가일수록 투표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10% 포인트 정도의 차이가 있다.)

5. 결론

나는 '결선투표제'가 투표율을 높여 대표성을 증대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검증해보았다. 그 결과, 결선투표제와 투표율은 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 가설에 대한 rival theory, "양당제 국가에서 투표율이 높다."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다당제, 즉 비례대표제를 택한 나라일수록 투표율이 높다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연구에 따라 우리는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제를 증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똑같이 후보자 증대 효과가 있는, 즉 다당제 효과가 있는 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의 차이가 무엇이길래 유권자들이 결선투표제에는 반응하지 않고 비례대표제에는 반응하는 것일까? 여기서 나는 대표성을 증대하는 데 있어 단순히 많은 후보자가 나와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많은 후보자들 중 하나를 찍었을 때 자신의 표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결선투표제의 경우 결국 둘 중 하나를 찍어야 한다는 2차 투표에서는 오히려 투표율이 줄어들기 일쑤이다. 그러나 비례대표제의 경우 자신이 찍은 표가 실제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이 연구만 보았을 때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는데 있어서 '선택의 폭' 증대보다는 '사표방지'에 더욱 민감한 듯하다.

참고자료

강원택. 1997. “대통령 선거 방식의 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연구: 단순다수제와 결선투표제 방식의 비교를 중심으로.”『한국정치학회보』제31집 제3호.

박경미. 2010. “결선투표제의 상이한 정치적 결과 : 프랑스와 브라질의 정치개혁.”『현대정치연구』제3권 제2호.

안용흔. 2006. “투표율에 대한 결선투표제와 국제화 변수의 영향력 분석.”『한국정치학회보』 제43집 제4호.

이준한. 2006. “라틴 아메리카의 결선투표제에 대한 고찰.”『국제. 지역연구』15권 A호.

http://aceproject.org/epic-en/CDTable?question=ES005&view=country&set_languag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