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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사퇴에…보수 누리꾼들 “박근혜 지지 철회”

문창극 사퇴에…보수 누리꾼들 “박근혜 지지 철회”

[오늘의 소셜쟁점] 문창극 사퇴 기자회견, 기자회견인가 설교인가…“박근혜 주님 모시나”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퇴했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언론과 국회를 탓하며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누리꾼들은 “기자회견인지 설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 기사 : <문창극 자진사퇴, 청와대와 교감 있었냐라는 질문에…>

문창극 후보자는 24일 오전 정부 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리 후보를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간단히 ‘사퇴 의사’만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대해 상세히 역설했다.

문 후보자는 “저는 민주주의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그리고 천부적인 권리를 다수결의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제도”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기능을 떠받혀 지탱되는 것이다.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된다. 여론이라는 것이 실체가 무엇이냐,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을 만들어야 할 국회가 청문회법을 지키지 않고 사퇴를 종용했다며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 제기된 사퇴론을 반박한 것이다.

   
▲ 24일자 YTN 뉴스 갈무리
그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문 후보자는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이다. 발언 몇 구절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 보도일 뿐”이라며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교회 강연에 대해서도 그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문 후보자는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소중한 기본권"이라며 "제가 평범했던 개인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 드린 것이 무슨 잘못인가”라며 ‘옥중서신’을 통해 신앙을 고백한 김대중 대통령까지 언급했다.

누리꾼들은 문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에 대해 “교회 설교하는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문창극씨 기자회견을 보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다”며 “대국민 훈계를 하는 것 같고, 법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 생각의 법을 이야기한다. 대통령은 끔찍이 생각하는 반면 국민과 언론, 국회의원들은 완전 하수로 보는 문창극씨 머릿 속을 보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여론을 만들고 주무르는 쪽에 서서 평생을 보내온 문창극으로서는 이제 자신이 여론의 재물이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그러니 조용히 사라지지 않고 ‘언론과 여론이 그러면 안 된다’는 식의 설교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창극 전 후보자는 언론, 여론, 국회를 탓했지만 박근혜 대통령만은 탓하지 않았다. 문 전 후보자는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분이고 이 자리를 거둘 수 있는 분도 그분”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 전 후보자는 또한 “총리 지명을 받은 후 이 나라는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 운영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들일 수도 있는 분도 그분이시다’. 그 분이라니? 박근혜 주님이라도 모시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누리꾼 자로(@zarodream)는 “그가 총리가 되려 했던 이유는 ‘박근혜를 돕기 위해서’였고 그가 사퇴하는 이유도 ‘박근혜를 돕기 위해서’였다”며 “애시당초 그의 머릿 속에 ‘국민을 돕기 위한 마음’ 따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문창극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문제제기도 있다. 한 누리꾼은 “문창극 사퇴로 끝날 문제 아니다”며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 전반을 검토해야 하며, 청와대에서 제왕적 인사를 관장하는 자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문창극이 사퇴했지만 산 넘어 산”이라며 “국정원장 후보자를 비롯해 누구 한 사람도 선뜻 납득이 가는 인물들이 없다”며 “문창극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인물들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문창극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 SNS에는 이례적으로 보수성향 누리꾼들의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문 후보자를 사퇴시킨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와 박사모 등 보수커뮤니티에도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 글이 다수 올라왔다.

보수논객 조갑제씨(조갑제닷컴 대표)는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피해야 할 점이 두 개 있다고 했다. 백성들로부터 경멸을 받는 것, 그리고 원한을 사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문창극씨를 사퇴시킴으로써 지지층으로부터는 배신감을, 반대자들로부터는 경멸을 샀다”고 비판했다. 조갑제 대표는 또한 “청문회라는 민주적 문제해결 절차가 있는데도 자신의 인기관리를 위하여 문창극씨를 자진사퇴 형식의 속임수로 희생시키는 것은 비정상적 대통령제 운영방식이다. 자신이 비정상인데 누구를 정상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밝혔다.

 
보수논객 지만원씨는 “박근혜는 법과 원칙을 짓밟고 대통령 권력을 악용하여 문창극의 팔을 비틀어 자진사퇴 시켰다. 오늘은 낙랑공주 박근혜가 민주주의의 조종을 때린 날”이라며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부정한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배신자 박근혜’ ‘문창극에 칼을 꽂았다’ 등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