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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국민은 없고 VIP만 있는 나라”

세월호 참사, “국민은 없고 VIP만 있는 나라”

[오늘의 소셜쟁점] 해경-청와대 녹취록…구조보다 대통령 보고, 의전, 생색내기 신경썼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와 해양경찰청 간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녹취록에서 해경과 청와대는 구조보다는 대통령의 심기와 의전, 그리고 전시성 대응에 신경 썼다는 점이 드러났다. 누리꾼들은 “이건 나라도 아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특위에서 공개한 녹취록에는 당시 해경과 청와대가 침몰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4월 16일 오전9시39분 경찰청이 “상황이 급박하냐”고 묻자 해경 본청 상황실은 “구조 전부 가능하다”며 호언장담을 한다.

구조를 호언장담하던 해경은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후 4시간 16분이 지난 오후 1시 4분 청와대에 생존자가 370명이 있다고 보고했다가 오후 2시 42분에야 생존자 수를 166명으로 정정한다. 이에 청와대는 “어이쿠 큰일났네. 이거 VIP까지 보고를 끝냈는데”라며 구조 상황보다 대통령 보고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 해경과 청와대가 사고 발생 5-6시간이 지날 때까지 구조자 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경이 상황을 면피하기 위해 거짓보고를 했든 진짜 파악을 하지 못했든 둘 다 심각한 문제다.

   
▲ 7월 2일자 JTBC 뉴스9 갈무리
녹취록에는 구조보다 생색내기, 그리고 의전에만 신경 쓴 정황도 드러난다. 사고 당일 10시 35분 해경 경비국장은 본청 상황실과 통화에서 세월호에 항공구조단이 못 내려가냐며 “그림이 됐어야 하는데. 우리가 올라가서 유도한 것을 보여줬어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4월 17일 오전 6시경 해경 차장은 경비국장에게 “일단 선체를 뚫는 흉내라도 내고 이런 것까지 해봤단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며 “일단 유족들한테 뭐라도 보여야하는데 참 어렵네”라고 말한다.

해경 본청은 16일 오전 11시43분 제주청에 “해수부 장관이 현장 가신다는 것 알고 있나. 어차피 유류 수급하러 무안공항 간 김에 잠깐 태우고 오라”며 “장관 편성 차 간다고 이동한다고는 이야기하지 말고요”라고도 말한다. 현장 구조 중인 헬기를 장관 의전용으로 돌리라고 지시한 것이다.

 

한 누리꾼은 “어떻게 구조 임무보다 해경청장 의전을 위해 헬기를 준비하라고 할 수 있나”라며 분개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해경,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보다 생색내기 몰두. 녹취록을 보니 인간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세월호 침몰 당시, 처음부터 구조가 아니라 쇼였다. 그림이 됐어야 했다니.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해경이 생색내기를 하는 사이 청와대가 한 일은 ‘동영상 요구’였다. 사고 당일 오전 9시39분 경 청와대 국가안보실 상황반장은 해경 상황실에 전화해 “VIP 보고 때문에 그러는데 영상으로 받은 거 핸드폰으로 보내줄 수 있나”라고 말했다. 30분 뒤, “사진 한 장이라도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6분 뒤에는 “영상 갖고 있는 해경 도착했느냐”라고 독촉했다. 오전 10시 32분에는 청와대 관계자가 “아 그거 좀 쏴 가지고 보고 좀 하라니까. 그거 좀”이라며 “VIP(가 요구하는 것)도 그건데요, 지금”이라고 말한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4월 16일 청와대는 동영상을 달라고 해경을 닥달한다. 전원구조라는 오판에 기초해서 홍보꺼리를 찾은 것 아닐까”라는 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공개된 녹취록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세월호가 물에 잠겨가는 5시간 동안 청와대는 상황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구조보다 ‘대통령 보고’만 걱정했고 해양경찰청은 탑승객을 구조했다며 비난여론만 막고자 거짓보고에 구조 흉내만 냈다”며 “해경과 청와대의 공동학살”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인명구조는 관심도 없었고 그저 박근혜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해경과 청와대, 300여명은 그렇게 죽어갔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 나라는 VIP만의 나라인가. 국민은 없고 VIP만 있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김진애 전 민주당은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국정조사가 진행될수록 믿고 싶지 않은 사실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며 “청와대의 무능과 무관심과 무책임, 해경의 눈속임 구조와 관리 부실. 나라가 이럴 수 있나”라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