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청래 자숙’ 요청? 위기는 계속된다 | |||||||
재보선 패배 책임에 당내 내홍까지, “공천권·위기감이 갈등의 근본 원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취임 3개월 만에 위기에 빠졌다. 4.29 재보선 참패에 당 내홍까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거센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문재인 대표 책임론은 4.29 재보선 패배로 인해 시작됐다. ‘성완종 리스트’로 여권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은 전패했다. 새정치연합의 안방인 광주 서구을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됐고 ‘호남발 야권개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문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며 내건 ‘이기는 정당’ 슬로건이 무색하게 된 셈이다. 비노 진영을 중심으로 문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 후보는 재보선 하루 뒤인 4월 30일 “제가 부족했다. 국민의 민심을 대변하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면서도 사퇴 주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책임론은 계속 제기됐다. ‘비노’ 최고위원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참패는 친노 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재보선 직후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노계 이종걸 의원이 당선된 점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 대표에게 곧 두 번째 위기가 닥쳤다.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 간의 설전 때문이다. 주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책임론을 언급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을 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고, 이에 주승용 최고위원이 “치욕적”이라며 “나도 사퇴하겠다. 모든 지도부들도 사퇴해야 한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같은 자리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이 “어버이날이라 어제 경로당에서 노래 한 소절 불러드리고 왔다”며 분위기에 맞지 않게 원로가수 고 백설희씨의 ‘봄날은 간다’ 노래를 불러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봉숭아학당’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과 뜻을 밝혔으나 주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호남 출신 비노계 김동철 의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을 ‘출당 조치’하라고 문 대표에게 요구했다. 정 의원을 겨냥한 것이지만 그 요구가 문 대표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문 대표에 대한 압박이다. 또 다른 호남 비노계 박주선 의원은 9일 CBS <시사자키>와 인터뷰에서 “비대위 체제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문재인 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한길 의원도 문 대표 압박에 가세했다. 김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대표는 더 시간을 끌지 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한다”고 밝혔다 문 대표 사퇴론이 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선거에 패배해 지도부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을 운영하는 방식이 반복돼 왔다. 문 대표 측근으로 불리는 노영민 의원은 11일 “지금 단계에서는 그 책임의 방법이 더 크게 통합하고 더 크게 개혁하는 것,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훌륭한 후보를 발굴하고 공천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때부터 선거에서 지면 대표가 사퇴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그러면서 ‘사퇴’ 외에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여당일 때는 지도부를 맡을만한 다양한 인물 군이 있었는데 야당인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문 대표가 물러날 경우 야권 대선주자 1위가 치명타를 입게 된다는 점도 대안없는 사퇴를 주장하기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리얼미터의 5월 1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의 대선 주자 지지율은 22.5%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0.1%p차로 뒤져 2위를 기록했다. 17주 간 연속 1위에서 2위로 밀려난 것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문 대표 책임론을 주장하면서도 사퇴는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김한길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뒤 김 의원 측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새로운 결단’의 의미는 사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13일 언론에 김한길 의원이 계파연합 지도체제를 바라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자 김 의원 측은 다시 문자를 보내 “김 의원의 현재 입장은 우리 당의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패권정치의 청산’”이라고 해명했다. 한편으로 비노 계는 ‘대안이 없다’는 주장에 맞서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 7.30 재보선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대표가 복귀해야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병호 의원은 12일 YTN과 인터뷰에서 “또 다른 대안을 찾는 분위기가 있다. 손학규 대표가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논란이 커지자 칼을 빼들었다.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정을 내린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정 최고위원에게 자숙을 요청했고 본인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승용 최고위원께서도 가급적 빨리 최고위원 업무에 복귀해서 당의 정상화와 단합에 앞장서 주시기를 정중하게 요청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해결책이 아니라 ‘수습책’일 뿐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반발은 결국 문 대표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선 의원은 13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어떤 조치를 통해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주거나 면책을 받으려고 하면, 당의 장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문 대표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책을 내놔야할 입장에 서게 됐고, 당의 진로도 이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는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두고 신경전이 심해지는 측면이 있고, 여기에 이 당으로 과연 총선과 대선을 이길 수 있느냐는 회의감이 더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정청래 최고위원에 자숙을 요청한 것은 정청래 막말 파문에 대한 사태를 수습한 것이지 근본적인 수습은 아니다. 지도부가 사퇴하거나 강도 높은 쇄신책을 내놓거나, 문 대표가 당 공식기구를 통해 재신임 절차를 밟는 식으로 가야 수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당 내에 현상유지, 리모델링, 대안신당파가 있는데 현재 리모델링파와 대안신당파가 섞여 있다. 문 대표가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리모델링파는 현상유지파에 굴복하든지 아니면 대안신당파로 바뀌어야 한다”며 “하지만 실제 행동에 돌입할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또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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