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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감염·3차감염 없다” 괴담 진원지는 정부

“공기감염·3차감염 없다” 괴담 진원지는 정부

초기대응 실패하고 “괴담 처벌” 엄포, 사고병원도 ‘쉬쉬’…‘변종바이러스’ 가능성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가 점점 퍼져나가고 있다. 2일 오전 현재 환자는 총 25명에 사망자는 두 명이다. 사망자 두 명 모두 보건당국의 방역망 밖에 있었다는 점에서 허술한 대응체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메르스를 잡지 못하는 당국은 엉뚱하게도 ‘괴담’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도록 수사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고, 경찰 역시 SNS를 중심으로 떠도는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SNS에 떠도는 소문들을 모두 ‘괴담’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밖에서 양치질을 하면 안 된다’ ‘메르스는 주한미군의 실험’ 등 황당한 괴담도 있지만, 정부당국이 ‘괴담’이라고 꼽은 내용 중에는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기 어렵거나 ‘이유 있는’ 괴담들도 상당하다.

1. ‘공기감염’은 없다?

‘공기감염’은 정부가 메르스 관련 괴담으로 꼽는 대표적인 내용이다. 호흡기질환이 유행할 때마다 공기감염 위험이 있다는 소문이 돈다. 보건복지부는 “전파경로와 관련해서 공기전파는 현재까지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는 공기감염을 알리는 내용이 있었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유언비어 엄벌 방침을 밝히기 열흘 전까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작성한 ‘중동호흡기증후군 자주하는 질문’에는 “비말, 공기 전파 또는 직접접촉을 통해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나왔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2일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증상과 예방수칙 알아보기>라는 홍보자료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은 침 또는 콧물 등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비말)이나 공기 전파,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단독] 공기전파 괴담? 복지부 산하기관이 유포>

            <보건복지부도 열흘 전 “메르스 공기 전파” 주장>

전염성이 높은 점도 공기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메르스는 보통 감염자가 기침을 할 때 퍼지는 침이나 가래 등에 섞인 병원균이 호흡기에 들어가면서 감염된다고(비말감염) 알려져 있다. 따라서 환자 1인의 평균 전염률이 1명 이하로 낮다. 중동지역의 전염력은 0.6~0.8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은 최초 감염자 1인에 의해 14명이 감염됐고, 첫 감염자와 다른 병실에 있던 입원자들까지 감염됐다. 공기감염 가능성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질병관리본부는 뒤늦게야 “2012년 생긴 메르스는 평균 0.6 정도지만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명까지도 감염시킨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2. 변종바이러스 생겨났다?

‘변종바이러스가 생겨났다’는 것도 떠도는 소문 중 하나다. 전염력이 너무 강한 걸로 미루어볼 때 한국의 메르스가 중동의 메르스와 다르다는 것.  

정부는 변종바이러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메르스 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30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는 핵심적인 유전자 부분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공기로 전염된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변종이 생겨나 공기전염도 가능해졌고, 따라서 확산 속도가 중동에 비해 빠르다는 것. ‘변종바이러스설’ 역시 괴담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기존 메르스와 달리 감염력이 매우 높고 직접 접촉하지 않은 사람들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어 공기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며 “전파 양상이 다른 것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의심하게 하는 또 하나의 대목”이라고 말했다. 

3. ‘당분간 00병원에 가지 마세요’

SNS를 통해 ‘당분간 OO병원 가지 말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여의도 OO병원, 평택OO병원 수원OO병원 등 병원 이름까지 등장한다. 경찰은 이런 ‘괴담’이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불안감을 ‘사실무근 괴담’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첫 번째 환자가 평택과 수원의 병원을 옮겨 다녔다는 사실은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여의도OO병원의 경우 2차 감염 환자가 다녀간 것은 사실이나 ICU(집중치료실)가 폐쇄되진 않았다. 

공기감염과 변종바이러스 이야기까지 나오는 와중에 감염 환자가 있는 병원에 가지 말자는 소문이 도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5월 30일자 연합뉴스 <“메르스 환자 거쳐간 병원 방문해도 감염 가능성 없다”>는 누리꾼들의 조롱의 대상이 됐다. 

차라리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 이름을 공개해서 불안감을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해당 의료진과 의료기관 이용자들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병원 이름 공개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이 안전하다는 기사 밑에 누리꾼들의 조롱 댓글이 달렸다.
 

4. 3차 감염자는 없다고?

SNS를 통해 떠도는 또 다른 루머는 ‘3차 감염자들이 십 수명인데 보건당국이 숨기고 있다’는 내용이다. ‘숨기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3차 감염 가능성 없다”던 정부의 호언장담은 허언이 됐다. 16번째 확진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첫 번째 환자와 접촉이 전혀 없는데도 감염됐으므로 3차 감염에 해당한다. 

3차 감염은 병을 옮길 수 있는 위험군을 특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2차 감염자까지는 감염경로를 파악해 격리조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3차 감염부터는 통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 관리대책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3차 감염이 아니라 “의료기관내 감염”이라고 명시했다.

의료기관 내 감염이며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에 3차 감염이라고 명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3차 감염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료기관 내 감염”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이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폭주했다.

괴담을 없애는 방법은 처벌이 아니라 적절한 대응이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큰 걱정 없다는 듯 이야기하다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식으로 25명까지 됐다. 정부 대응체계가 한발씩 늦는다”며 “괴담은 이러한 늦장대응이 나은 결과다. 괴담이 사실로 드러나는데도 아니라고 눈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국장은 “내가 아프면 어디에 입원해야하는지, 자가 격리는 며칠 간 해야 하는지, 가족을 만져도 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유통이 안 되니 원천봉쇄, ‘저 병원 안 갈래’식의 태도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괴담은 정부가 키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