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1명 집에서 자가격리, 사실상 격리포기다”
[인터뷰]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비밀이 괴담 만든다, 발생 지역과 병원 공개해야”
처음에는 별 일 아니라고 여겨졌던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확진환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당국이 ‘가능성 없다’고 자신하던 3차 감염 환자까지 등장했지만 보건당국과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환자가 나온지 2주만에 긴급점검회의를 열었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두고 정부가 초동대응에 실패하면서 일이 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메르스 대응체계의 문제점 등에 대해 물었다. 김 의원은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전문의 출신이다.
김 의원은 메르스의 위험성에 대해 “치사율은 알려진 것보다 낮은 것 같다. 문제는 전염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사율은 40%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2명이 사망했다. 환자 1인당 평균 전염력은 0.6~0.8로 알려졌지만 한국의 경우 첫 번째 환자에게서 무려 14명이 감염됐다.
변종바이러스, 공기감염설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병원이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전염된 것이라 전염력이 강해진 것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는 없다.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면 변종바이러스는 아닌 것 같다. 공기감염설은 전염력이 워낙 높아서 나온 이야기”라며 “첫 환자가 메르스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9일 정도를 입원하고 있었는데, 밀폐된 병동 안에 메르스 환자가 장기간 머무르면서 그 병실과 병동, 또 다른 병동까지 많은 환자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변종바이러스나 공기감염이 아니더라도 첫 번째 환자가 격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9일이나 돌아다니면서 병원 안 환자들에게 옮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김 의원은 “결국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가 메르스의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3차 감염자’, 즉 첫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2차 감염자로부터 병이 옮은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의료기관 내 감염’이기에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만약 의료기관 내 감염을 넘어 지역사회 내 감염이 발생한다면 그 때부터는 통제가 어려워진다.
김 의원은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되고, 낮게 평가해서도 안 된다. 전염병 방지 대책은 나쁜 경우를 상정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대책을 세웠다. 그러면 허점이 생기게 돼 있다. 그래서는 진압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관련 정부의 초기대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 조차 지난달 31일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오판’과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의 누락’을 예로 들며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김용익 의원은 “초기대응이 아주 형편없었다. 초기 대응 실패가 지금 같은 사태를 불러일으킨 원인”이라며 “첫 번째 환자의 행적과 동선을 철저히 조사하고 철저히 격리해서 전파를 막았어야 하는데 소극적이고 관료적으로 대응하다보니 전염병이 포위망을 뚫고 나가버렸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전염병 대처를 공무원들이 민원인 대하듯 한다”며 “메르스의 진단기준이 되는 것보다 열이 조금 낮다고 해서 의심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고, 초기에 메르스 의심이 든 사람들이 스스로 신고를 해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의심자에 대한 통제대책도 ‘노답’이다. 지난 3일 기준 격리 대상자는 1364명인데, 이 중 시설 격리된 인원은 103여명이고 나머지 1261명은 자가격리 대상자다. 자가격리란 정부의 통제가 아니라 본인의 집에서 사람들과 접촉을 주의하는 격리방법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에서 자가격리 중이던 한 50대 여성이 전북 고창을 내려와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며 허술한 격리조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자가격리로는 전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계속 구멍이 나고 있다”며 “자가격리란 집안에서 조심하고 있으라는 것인데 한국의 가옥구조나 생활방식을 고려했을 때 자가격리를 해도 가족은 전혀 분리가 안 된다. 또 밖으로 돌아다녀도 아무도 점검을 못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자가격리를 하더라도 보건소나 기타기관이 격리가 되는지 감시해야 하는데 이것도 아니고 그냥 의심환자 본인한테 맡겨놨다. 이는 사실상의 격리 포기”라고 덧붙였다.
불안감을 늘어나지만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다녀간 병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와 불안감을 증진시킬 수 있고 해당 의료기관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다. 김 의원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공개해야할 것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발생지역을 공개해야 하고 또 하나는 의료기관을 공개해야 한다”며 “지역을 공개해야 국민들이 스스로 조심하고 의료인들도 이를 인식한 채 진료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복지부가 비밀에 부치고 공식화를 안 하니 지자체가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정부는 마치 ‘병원 공개’ 요구를 단순히 병원 이름 알려달라는 요구로 알고, 그러면 환자들이 다 도망갈 거라고 한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야당이 요구하는 병원 공개는 정부가 의료기관에 어떤 절차와 안전조치를 거쳐 환자를 돌보고 보호해야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이런 지침이 있다고 국민에게 공개해 불안을 해소하는 과정, 나아가 병원이 입을 불가피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국민들이 위험에 대해 올바른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그걸 안하고 비밀에 부쳐놓으니 괴담만 돌아다니는 것”이라며 “아무리 비밀에 부쳐도 여기저기서 병원명단이 다 돌아다닌다. 복지부가 공개 안 한다고 비공개가 지켜지는 게 아니다. 괜히 엉뚱한 의료기관의 피해까지 생긴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메르스 덮친 평택, “통제 안 되는 위험이 진짜 공포”>
메르스를 잡지 못하는 정부가 괴담만 잡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은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용익 의원은 “비밀로 하니까 괴담이 나오지 공개하면 괴담이 왜 생기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파동 때 처음부터 어느 시군구에서 병이 발생했고 어디로 퍼졌는지 매일 뉴스에 나왔다. 그래서 괴담이 안 생겼다. 그 때 무슨 괴담이 있었나”라며 “정부가 혼란과 괴담을 유발해놓고 단속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리하면 초동대처는 물론 확산과 통제에도 실패한 정부가 괴담만 잡으려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첫 환자가 발생한지 2주가 돼서야(6월 3일) 긴급 민관합동회의를 열었다.
김 의원은 “우리가 과거 사스를 통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청와대와 총리실이 나서서 총리 주재의 범부처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했기 때문이다. 근데 지금은 청와대도 안 움직이고, 총리는 아예 없다. 이러니 일이 될 수 있나”라며 “정부는 처음부터 메르스에 대해 일관되게 소극적이고 축소지향적이고 관료주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안전을 우선하겠다고 그 야단을 치더니 이렇게 무능력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주의’단계인 전염병 위기 경보수준을 ‘경계’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경계로 격상하면 책임자가 변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식 책임을 맡는다. 정부는 ‘주의’단계를 유지하면서 책임자만 복지부장관이 맡겠다는 데 납득할 수가 없다”며 “단계가 오르면 범부처 간 협조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예산과 인력도 확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다가오는 6월 국회에서도 메르스 사태는 핵심 쟁점이 될 것을 보인다. 김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별도의 TF를 꾸렸고 8일
국회 현안질의도 예정 돼 있다. 여당과 정부, 야당이 협의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며 “여러 가지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잘 들어주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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