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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세월호의 데자뷔인 7가지 이유

메르스가 세월호의 데자뷔인 7가지 이유
사라진 컨트롤타워, 뒤늦게 나타난 대통령…‘각자도생’의 길 알려준 세월호와 메르스

중동호흡기질환,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체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확진 환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사망자까지 나왔다. ‘가능성 없다’던 3차 감염환자까지 등장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세월호’를 떠올린다. 여야 의원들은 메르스 사태가 세월호 참사를 보는 것 같다며 일제히 정부를 질타했다. 

“정부의 메르스에 대한 대응을 보면 세월호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무능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국민들은 마치 세월호 참사 첫 날을 보는 것 같다는 장탄식을 하고 있다”(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세월호 참사 때 보였던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떠올리면서 국민은 불안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오영식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우리는 메르스의 총체적난국을 보면서 또 다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보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 속에서 온 국민들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메르스 사태를 보면 세월호가 떠오르는 7가지 이유, 미디어오늘이 정리해봤다.

1. 초동대처 실패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데에는 초동대처가 실패한 탓이 크다. 첫 번째 환자는 지난달 11일 첫 발열 증세를 보였으나 9일 뒤인 20일 메르스 확정 판정을 받았다. 환자는 9일 동안이나 격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진료를 하던 의사가 메르스를 의심해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요청했으나 환자가 다녀온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요청은 묵살됐다. 결국 첫 번째 환자로부터 14명이 감염됐다.

이후에도 정부의 미흡한 대처는 이어졌다. 자가격리 중이던 한 메르스 의심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했는데도 당국은 이 환자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고 출국 다음 날에야 의심환자라는 점을 파악했다. 지난 1일 메르스로 사망한 한 환자의 경우 증상이 나온 직후 6일이나 보건 당국 통제를 받지 못했고, 사망 이후 메르스 판정을 받았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도 지난달 31일 초기 대응 실패를 인정했다. ‘메르스의 전파력에 대한 오판’ 그리고 ‘최초 환자에 대한 접촉자 그룹의 누락’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대응은 세월호 참사를 떠오르게 한다. 세월호 참사 때 최초 신고가 접수된 8시 50분부터 배가 침몰한 11시 20분 간 3시간 동안 정부와 구조당국은 초동대처에 완전히 실패했고, 300명이 넘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서는 탑승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해 실종자 수와 구조자 수가 계속 바뀌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2. 컨트롤타워의 부재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의 초동대처 실패는 ‘컨트롤타워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국무총리 직무대행)가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한 것은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13일이 지난 6월 2일이다. 같은 날 청와대도 대통령 비서실에 ‘긴급 대책반’을 설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난 6월 3일이 돼서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긴급’이라기엔 너무 늦은 뒷북대응이었다.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니 혼선이 벌어진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3일 긴급대책회의에서 “전국 209개 학교가 휴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학교 휴업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컨트롤타워’는 부재했다. 현장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해경, 해수부가 서로 혼선을 빚었고 이는 언론이 오보를 쏟아낸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세월호 참사 직후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법률적으로 청와대는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3. 뒤늦게 나타나 엉뚱한 말 하는 대통령

메르스 사태에서도 세월호 참사 때도 대통령은 한발 늦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12일 만인 6월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처음으로 메르스에 대해 언급했다. 뒤늦게 언급하면서도 엉뚱한 소리를 했다. 박 대통령은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미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보고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조선일보는 3일 사설 <‘메르스 비상사태’ 대통령은 어디갔나>에서 “대통령은 사망자가 2명 나온 2일에도 오래전에 예정된 창조경제센터 개소식을 위해 여수를 방문했다. 비상 상황이 닥쳤는데도 평상시 잡아놓은 일정을 소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YTN 뉴스특보 갈무리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참사 당일 오전 10시 서면으로 보고를 받은 뒤, 7시간이 지나서야 공식석상에 나타나 사라진 7시간을 두고 온갖 억측이 일어났다. 박 대통령은 7시간 만에 중대본을 방문해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4. ‘유언비어’ ‘괴담’ 윽박지르기

메르스는 잡지 못하는 정부가 괴담만 잡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은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정부가 괴담을 꼽은 ‘공기감염’ ‘변종바이러스’ 등은 메르스의 전염력이 지나치게 높은 탓에 제기되는. 합리적인 의심에 가깝다. 병원 명단이 지라시 형태로 SNS에 돌아다니는 것 역시 정부가 환자가 발생하거나 다녀간 병원을 공개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 서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파동 때 처음부터 어느 시군구에서 병이 발생했고 어디로 퍼졌는지 매일 뉴스에 나왔다. 그래서 괴담이 안 생겼다. 그 때 무슨 괴담이 있었나”라며 “정부가 혼란과 괴담을 유발해놓고 단속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는 ‘유언비어’에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언비어의 대부분이 무능한 대처 속에서 피어난 이야기임에도, 정부는 유언비어를 때려잡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누리꾼들은 ‘구조엔 무능, 처벌엔 유능’한 정부라고 비판했다.

 
5. 관료주의의 폐해를 보여줬다

메르스가 초기 진압되지 못하고 확산된 이유 중 하나로 ‘관료주의적인 행정’이 꼽힌다. 김용익 의원은 “소극적이고 관료적으로 대응하다보니 전염병이 포위망을 뚫고 나가버렸다. 전염병 대처를 공무원들이 민원인 대하듯 한다”며 메르스의 진단 기준이 되는 것보다 열이 낮다고 해서 의심하지 않고 내버려두거나 메르스라는 의심이 든 사람이 스스로 신고를 해도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세월호 때도 관료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해운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게 선박의 안전관리 권한이 주어지고, 퇴직관료들이 해운조합의 자리를 차지했다. 선박 안전을 관리해야할 정부와 감독 대상인 해운사들 간의 유착관계로 선박 안전은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관피아 척결’을 이야기할 정도였다. 

6. 사고 책임 꼬리 자르기

사고가 터졌을 때 컨트롤타워도 최종 책임자도 부재하다면 결국 책임지는 것은 ‘꼬리’뿐이다. 메르스 사태 확산의 책임이 의료진과 환자에게 가해지고 있다. 첫 번째 환자와 확진 판정을 받고도 중국에 간 환자, 그리고 환자의 출국을 막지 않은 의료진 등이 처벌대상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메르스를 제때 신고하지 않은 의료진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초기대응 실패의 책임을 일선 병원과 의료진에 떠넘기는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2일 성명을 통해 “자신이 진료한 환자가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신고하면 의료진이 격리 대상이 될 것이고 업무도 할 수가 없다”며 “벌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경제적 피해를 보고도 보상 한 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신고를 바라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꼬리 자르기식 책임 떠넘기기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살인과도 같은 행태”라며 세월호 선장을 비난하고 “해경 해체”를 선언했다. 정부와 검경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잡느라 야단법석을 떨었으나 결국 유 전 회장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책임 소재는 사라졌다.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도 반복됐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4월 17일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 “여러분들과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된다”고 말했다.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단식농성이 이어졌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메르스 사태를 두고도 박 대통령은 책임지는 위치가 아니라 다그치고 혼내는 위치에 서 있었다. 박 대통령은 긴급점검회의에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계신다. 더 이상 확산이 안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며 “오늘 회의가 끝난 뒤 지금의 문제점과 진원지, 발생 및 경로를 철저하게 처음부터 분석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전을 기하겠다’ ‘국민들에게 알리겠다’가 아니라, ‘기해야하겠다’ ‘알려야 한다’며 책임은 아랫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7. 대한민국은 ‘각자도생’ 하는 나라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한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각자도생’(各自圖生) 각자 살 길을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세월호에 있던 많은 탑승객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따르다가 목숨을 잃었다. 메르스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으로 많은 사람들은 정부를 믿는 대신, 마스크를 사거나 정부가 공개하지 않는 명단을 알아서 찾아내 그 지역을 피해 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