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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태평 복지부장관에 “지금 논문 쓰나”

천하태평 복지부장관에 “지금 논문 쓰나”

문형표 장관 국회 현안질의에서 “공기감염 아냐”… “지나친 공포심 바람직하지 않아”

자고 일어나면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감염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현안질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책임자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전히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태도를 취해 비판을 샀다.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을 향해 정부당국의 메르스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문 장관은 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리라는 지적에 “지역사회 감염이 아니다”고 답하는 등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의 전염병 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단계로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한다.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는 순간 메르스는 통제 불가능에 빠진다”며 “그 이전에 경보 수준을 격상하고 범정부기구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장관은 “필요하면 즉각 (단계를) 올리겠다”면서도 “현재 주의 단계이지만 실제 취하는 조치는 경계단계 조치들”이라고 답했다. 현재 정부는 ‘주의’단계를 유지하면서 총괄 책임자를 질병관리본부장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격상시키는 등 ‘경계’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들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자 이목희 의원은 “그럼 (단계를) 못 올리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문 장관은 “경계단계로 올리면 국가 이미지가…”라며 국가 이미지가 떨어지는 점을 단계 격상을 반대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 장관은 “현재 메르스는 분명 병원 내 감염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모두 병원에서 감염됐다. 아직까지 지역사회 내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며 단계 격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이 ‘단계는 어떻게 올릴거냐’라고 물었을 때도 문 장관은 “아직 지역사회라기보다 병원을 통한 의료기관 내 감염이라 나와 있기에 경계단계로 격상하지 않았다”며 “항상 준비하면서 언제든지 경계단계로 격상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정림 의원은 “너무 지침에 따르지 말고 유동성 있게 지역 확산이나 사망자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형표 장관은 시종일관 메르스 사태가 큰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장관은 지금 정부의 무능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공포와 불안을 주고 있는지 알고 있나”라고 물었으나 문 장관은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병원 감염의 문제로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문 장관은 또한 “(메르스는)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기에 병원에서의 감염을 차단해 나가면 충분히 안정시킬 수 있다”며 “충분히 경계하고 염려해야겠지만 지나친 공포심이나 과장된 경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전병헌 의원은 “어제 환자가 64명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23명 늘어나 87명이 됐다. 격리자는 2500명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냐”며 “자가격리자가 천 명 이상으로 늘어나면 통제 불능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 장관은 “노출된 환자들이 특정 3개 병원 정도에 국한돼 나타난다. 이 병원을 집중 마크하고 있기에 조속히 (진압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메르스는 결코 공기감염이 아니다. 기침하면서 비말이 나오지 않으면 전파가 안 된다. 국민들이 너무 염려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답했다. 

문 장관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에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만 이 분들을 살펴보면 상당히 심각한 말기 암이나 폐렴, 호흡기증상을 가지고 있던 분들의 증상이 메르스에 의해 가속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반면에 연령이 젊고 조기에 발견한 분들은 회복세를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메르스는 심각하지 않다’ ‘공기감염은 없다’ 등 낙관적인 전제를 깔아두고 대처해 사태를 키웠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초 환자 확진 후에 정부는 의료진과 가족 64명을 격리대상으로 정했다. 2m 이내에 한 시간 이상 접촉한다는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셈”이라며 “재채기를 하면 3.5m까지 비말이 날아가는 것으로 안다. 공기감염의 가능성이 없더라도 대처해야하며, 공기감염에 준하는 전파경로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응하는 것이 방역의 원칙”이라 밝혔다.

이에 문 장관은 “초기조치가 부족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부족했다”면서도 “전문가들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위협이 될 정도로, 공기감염과 같이 대규모 전파되는 위험이 없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익 의원은 “그건 맞다”면서도 “그러나 비말감염만으로 제한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는 사례들이 무수히 있다. 삼성병원 의사, 35번 환자는 감염된 환자를 진찰한 게 아니라 옆의 환자를 진찰했는데도, 즉 비말감염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도 감염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공기감염이 있나 없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논문 쓰는 게 아니다”며 “있다고 전제하고 관리를 해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문 장관은 “공기감염은 아니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 의원은 “(공기감염이) 아닌 건 안다. 방역할 때는 이를 전제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