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나오는데 일주일, 검사받으러 왔다 감염 될 수도”
[인터뷰] 메르스 최전선에 있는 보건소 공중보건의…“미흡한 정부대처, 감염병 관련 교육은 전혀 없어”
‘감소세’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10일 오후 현재 확진 환자는 108명, 사망자는 9명까지 늘어났다. 격리자는 3439명이다.
정부의 메르스 진압작전의 최전선에는 보건소의 공중보건의들이 있다. 공중보건의들은 사태 초기 역학조사를 담당했으며, 현재 몰려드는 시민들의 증상을 상담하고 검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발병지역 중 한 곳의 보건소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던 그는 현장의 애로사항에 묻자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인터뷰이의 신원보호를 위해 근무지역과 장소는 공개하지 않는다)
- 메르스 사태 이후, 어떤 일을 맡고 있나
“보건소 옆에 진료를 볼 수 있는 버스가 마련돼 있다. 진료버스를 설치해두고 메르스가 의심되서 찾아온 분들을 상담하고 필요하다면 객담(가래) 검사를 할지 결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자가격리자 모니터링 일이나 보건소 상담민원 일은 안 하나
“그 일은 보건소 행정직원들이 한다”
- 인력이 몇 명이나 되나
“보건소에 있는 공중보건의 네 명이 돌아가면서 버스 진료를 한다. 간호사들은 오전 오후로 나눠서 버스에 있다. 진료버스 안에는
간호사 1명, 의사(공중보건의) 1명이 있고 버스 바로 앞의 접수대에 행정직원 1명, 다른 간호사 1명이 배치돼 있다”
-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나
“부족하다. 4명이 돌아가면서 버스진료를 보다보니 일주일에 많으면 두 번은 버스에 하루종일 있다. 근무시간은 9시부터 6시까지인데 원래 없던 주말 근무가 생겼다. 주말에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한다”
- 하루에 환자가 몇 명이나 찾아오나
“요새는 대략 30~40명 정도 찾아온다. 주로 감기증상이나 발열 증세가 있는 분들이 찾아온다. 증상이 없는데 걱정돼서 찾아오는 분들도 소수지만 있다. 회사에서 ‘열 나니까 가봐라’고 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
- 이 중 실제 환자로 의심되는 경우는 몇 명이나 되나
“강력히 의심되는 환자는 2-3명 정도다. 이미 격리대상자가 될 만한 사람들은 거의 자가격리가 되어 있는 탓도 크다. 환자가 발병
병원을 다녀왔는데 열이 있다거나 하면 의심을 하고 객담 검사를 한다. 그리고 자가격리 교육을 하고 환자가 내야할 서류가 있으면
떼어준다”
- 그 뒤 어떤 절차들이 있나
“자가격리 여부를 우리가 직접 판단하지 못하고 검체만 질병관리본부나 보건환경개발원 쪽으로 보낸다. 행정직원들이 인적사항을 적어두고 있다가 검사 결과가 오면 전화를 해서 통보해준다”
- 메르스 사태 이후 의료진이 동네북이 되어버린 것 같다. 정부는 열심히 하라고 의료진들만 잡고 있고, 근데 또 현장에서 책임은 의료진들이 떠안는다. 현장에서 느끼기에 장비나 환경은 잘 갖춰져 있나.
“제일 좋은 것은 우리가 진단 검사하는 장비를 갖추고 의심되는 환자가 있으면 객담 검사를 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결과를 보는
것이다. 결과 나오는데 6시간 정도 걸린다. 의심되는 환자는 그 자리에서 확인을 하고, 일단 기다리는 동안은 환자를 받지 말아야
한다. 6시간 기다려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차질 없이 진행하고, ‘양성’ 반응이 나오면 진료했던 의사와 간호사는 격리조치하고
진료버스는 폐쇄해야 한다. 근데 질병관리본부 등에 검체를 보내면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일주일씩 걸리니 우리가 감염된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진료를 하는 셈이다. 우리의 안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진료를 받는 환자들도 감염될 수 있다”
- 시민들이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오히려 감염될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그 환자들이 또 2차, 3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니 지역사회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셈이다”
- 의료진 입장에서도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겠다.
“집에 아내나 다른 가족들이 있는 경우, 특히 임신한 아내가 있거나 갓난아이가 있는 보건의들이 불안해한다. 우리야 건장한 성인이니
감기처럼 앓고 넘어가지만 부모님이 같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걱정이다. 일단 우리가 근무하는 진료버스가 ‘찾아가는 보건소’
개념으로 상담해주는 곳이라서 진료실의 환경처럼 방역이 안 된다. 흐르는 물로 손을 씻는 장치나 방역할 때 쓰는 에어워셔 등
전신소독장치, 음압장비도 제대로 안 갖춰져 있다”
“격리대상이 되면 집으로 가야하는데 집에 애도 있고 해서 자가격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관사 같은 데 있어야한다. 근데 또 관사는 모자란다. 숙소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예산 문제로 인해 약속을 못 받았다”
- 주변의 공중보건의 중 격리된 이들이 있나
“지금까진 없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환자 진료상담을 했는데 아직 그 결과도 안 나왔으니 알 수가 없다. 확진 판정이 나오면 그날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다 격리해야한다”
- 확인되지 않은 자신의 병이 옮을까봐 집에서 따로 조치하는 게 있나.
“일단 집에 안 가는 사람도 있다. 관사는 모자르니 휴게실 같은 곳에서 숙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집에 가면 모든
옷을 벗어 바로 빨고 샤워하고 마스크 쓰는 정도다. 그 다음에 물건을 같이 안 쓴다거나. 그 정도 조치 외에는 못하고 있다”
- 정부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많은데 현장에서 보기엔 어떠한가
“처음부터 경각심을 갖고 대처했으면 이렇게까지 퍼지진 않았을 것이다. 필요하면 대한의사협회나 민간기관하고 협조해서 지시를 내렸어야
하는데 늦었다. 정부 지침도 빨리 안 내려왔다. 6월 4일 목요일에 버스진료를 시작하기 전 날 협의할 때는 의심되는 환자들
검체를 보내기로 했다. 근데 6월 4일 당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침이 내려와서 검사가 많이 밀려 있으니 의심되는 환자라도 검체를
보내지 말라고 하는 거다. 그 다음날 바로 다시 풀리긴 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진료를 하라는 건가 말라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아쉬운 소리 해야 하는 건 우리다. 검사가 많이 밀려 있어서 못 한다고 이야기해야하는데 환자 입장에서도 화가 나니 설명을 잘 해줘도 기분 나쁘게 대하는 분들이 많다. 근데 그걸 또 우리가 다 방어해야 하는, 황당한 측면도 있었다. 보건소 행정직원들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지침이라곤 ‘손 잘 씻자’ 밖에 없으니 우리랑 협업도 잘 안되고, 민원인들이 문의해도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그랬다”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복지부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나
“대응을 잘 못하고 있다. 문형표 장관은 마스크 안 껴도 된다면서 본인은 끼고 다니고, 일관적이지 않았다. 장관이나 차관이나 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아니라서 그런 쪽에서 대처가 부족했던 것 아닐까 싶다”
- 사스나 신종플루 사태 등 다른 감염병 사태랑 메르스를 비교하면.
“신종플루 사태 때 내가 인턴 레지전트였는데, 대응이 지금보다 빨랐다. 병원 옆에 빨리 진료소도 설치하고 초기부터 잘 대응했다. 메르스 이건 진짜 시간이 지나도 방치하는 느낌이다”
- 감염병이 발생하면 공중보건의들이 많은 역할을 하는데 평소에 이에 대비한 교육은 받나
“전혀 없다. 예방접종하는 이들은 1년에 한번씩 교육을 하지만, 감염병이나 공중보건 관련해서 국가에서 받는 교육은 없다”
- 정부는 메르스가 통제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기엔 어떤가
“어느 정도 통제는 되는 것 같다. 버스진료 오는 분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의심되는 환자 추이도 적어지고 있다. 하지만 잠복기가
2주니 더 지켜봐야한다. 초기 발병지역은 잠잠해지는 분위기인데 지금은 서울 등으로 옮겨간 상태라, 이번 주가 고비라고 다들
말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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