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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 강행, ‘이완구 리턴즈’ 될까

황교안 총리 강행, ‘이완구 리턴즈’ 될까

비리 의혹 뭉개고 야당 반대→여당 단독처리, 이완구 전철 밟나… 사면개입 논란 총리 발목 잡을 수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0일 마무리되면서,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표결 등 인준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상황에서 여당이 빠른 인준안 처리를 시사해 이완구 전 총리가 인준되던 과정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경과보고서 채택과 인준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은 병역 기피 의혹 하나만으로도 황교안 후보자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청문회 마지막 날인 6월 10일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 야당특위 위원들은 황 후보자가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국가적 과제를 헤쳐 나갈 국무총리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황 후보자가 태평양에 재직할 때 사면 관련 자문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통령 특별사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외에도 병역면제 등 의혹을 검증할 상당수의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이유다.

반면 새누리당은 하루 빨리 총리 인준절차를 마무리해 11일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신임 총리가 메르스의 컨트롤타워가 되려면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황 후보자 본인의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증인과 참고인들의 진술을 종합해봤을 때 도덕적인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정해진 시간 내에 청문보고서 채택과 아울러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총리 인준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는 일정협의에 박차를 가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당 원내대표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문회에 성실하게 입할 생각이 없었다면 총리 지명을 거부했어야 했다”며 “버티고 인준되고 또 총리에 취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전임(이완구) 총리가 그 길을 가다 낙마한 지 45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11일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고 12일 본회의에서 표결하자는 입장”이라며 “이완구 후보자 때 같이 아마 여당 단독으로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될 수 있으면 그런 상황이 안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통점은 두 원내대표 모두 이완구 전 총리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여당이 단독으로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며 야당을 압박해 본회의 처리까지 이어진 이완구 총리후보자 인준처리 때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이완구 당시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언론 외압 발언 등 각종 의혹이 백화점처럼 쏟아졌다. 야당은 인준을 해줄 수 없다고 맞섰으나 여당은 여당 청문위원들만 참석한 채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야당의 반발로 인준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한 번 미뤄졌으나 결국 여당은 표결처리를 강행했고 새정치연합은 표결에 참여했다.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도 단독처리가 가능하다. 인사청문특위는 여당 7명, 야당 6명으로 구성된 데다 위원장도 여당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청문보고서까지 단독으로 밀어붙인 마당에 수적으로 열세인 야당이 본회의 표결을 저지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게다가 야당이 끝까지 황 후보자를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 끝까지 반대할 경우 ‘총리가 메르스 컨트롤 타워를 맡아야한다’고 주장하는 여당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을 줄 수 있고, 황 후보자 청문회는 이완구 전 총리 청문회처럼 반향을 일으키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다 표결에 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도 무리하게 인준을 밀어붙였다가 결국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황교안 후보자가 이완구 전 총리와 닮은 점이다. 

이 전 총리는 청문회에서 각종 비리 의혹이 드러났으나 여당은 인준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결국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스스로 물러났다. 황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사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는데, 총리 임명 후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거나 구체적인 증언이 나올 경우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