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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야당 퇴장 황교안 청문보고서 강행처리

새누리당, 야당 퇴장 황교안 청문보고서 강행처리

단독으로 회의 소집, 단독으로 보고서 채택…야당 향해 “고장난 녹음기가 아직 수리 안 됐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새누리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루자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청문보고서 처리를 강행했다. 이로써 황교안 후보자 인준절차는 국회 본회의 표결만 남게 됐다.

황교안 국무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2일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애초에 야당은 황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며 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이 오후 5시 경 회의를 소집했다.

장윤석 위원장은 “특위의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은 오늘까지가 법정시한이다. 양당 간사회의에서 개회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더는 미룰 수 없는 사정 있어서 부득이 위원장인 제가 회의를 소집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합의 없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독재다”라고 항의했고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독재는 무슨 독재냐. 야당이 독재지”라고 받아쳤다.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황교안 후보자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렇게 채택되면 이후에 장관이든 총리든 청문회 준비하는 사람들은 어떠한 사람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출하지 않아도 통과되는데 어떤 사람이 바보같이 다 내놓겠나. 인사청문 기간은 짧고 총리는 길다는 생각으로 버티기만 하면 다 통과될텐데”라고 지적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지난 이틀 간 후보자 청문회 통해 후보자와 질문응답 받으면서 무력감 느꼈다. 법에 따라 진행하는 검증을 회피하기 위해 지능적인 대처를 했다”며 “미제출에 늦장제출, 의원들 질문은 회피하고 뭉개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뭉개고 도대체 해명된 의혹이 뭐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 <‘의혹? 입증해 보시든가’, 배짱 튕겼던 황교안 청문회>

홍종학 새정치연합 의원은 “오늘 보고서가 통과하더라도 본회의는 오늘 안 열린다. 다음 주에 열린다”며 “그 사이 여야 간사들끼리 충분히 이야기하고,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니 좀 더 받고 이렇게 하면 된다. 근데 그렇게 안 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정을 단독으로 운영하려는 독재적 사고방식 갖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충분히 의혹이 해소됐다며 야당이 무분별한 의혹제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의혹제기는 가능하지만 진실을 알기 위해 의혹 제기해야지 의혹제기를 위해 의혹제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은 “의혹은 우리가 밝혀야 한다. 후보자에게 죄 있을 증거를 가져와라 이렇게 할 순 없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고 가기도 했다.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이 야당 의원들을 향해 “고장난 녹음기가 아직 수리가 안 됐다. 여기까지 와서 고장난 녹음기가 돌아가는 것 같다”고 비난했기 때문.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이 “말이 좀 심한 것 같다”고 항의했고 염 의원은 “남 이야기하는데 끼어들지 말라”고 대꾸했다.

염동열 의원은 이어 “의혹이 해소된 게 없다”며 말실수를 했다. “의혹이 드러난 게 없다”는 말을 착각한 것. 야당 의원들이 “그렇다. 의혹이 해소된 게 없다”고 받아치자 염 의원은 “남 이야기하는데 끝까지 들어라. 본인 시간에 발언해라”라고 말했다. 우원식 새정치연합 의원은 “그러니까 말을 과하게 하지 말라. 동료 의원한테 고장 난 녹음기라니”라고 항의했다.

이어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가진 박범계 의원은 “야당 청문위원들이 고장난 녹음기가 돼 버렸다. 유감”이라며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그게 마음 속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장윤석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모두 들은 뒤 심사보고서 채택 절차를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이 “다음주에 해요” “이렇게 무리하게 해야하나”라고 항의했으나 장 위원장은 “국회법 지켜서 오늘 중으로 심사보고서 채택할 수 밖에 없다”고 강행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반쪽짜리 총리”라며 회의실을 퇴장했다. 야당 의원들이 빠진 상태에서 여당 의원들의 동의로 청문보고서는 채택됐다.

새누리당이 황교안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를 단독 처리함에 따라 다음주에 열릴 본회의에서 황교안 후보자 인준안이 표결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이 청문보고서 단독처리에 반발해 본회의 일정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