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떠오른 유승민 “대화통하는 인물 없다는 방증” | ||||||||||||||||||||||||||||||||||||||||||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무수석에 강성 ‘친박’…박근혜, 당 장악 본격화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물러난 지 53일 만이다. 몇몇 언론을 이를 두고 ‘당청관계 복원’을 위한 시도라 해석했으나, 강성 친박인 현 수석의 임명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 시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무성과 ‘형님‧동생’하는 현기환, 당청관계 회복 신호탄?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지 이틀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을 발탁했다. 현기환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조윤선 전 수석이 지난 5월 18일 공무원연금개혁 처리 무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53일 만의 일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현 신임 수석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외협력본부장 등을 지낸 노동계 출신의 전직 의원”이라며 “정무적 감각과 친화력, 정치권과의 소통 등 대통령을 원활하게 보좌할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부산 출신의 현기환 정무수석은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 등을 지낸 노동계 인사로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부산 사하갑)을 지냈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대외협력부단장을 지냈고 2012년 총선 후보 추천위원으로 임명돼 박근혜 후보의 공천 관련 ‘연락 통로’ 역할을 할 정도의 ‘친박’ 인사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실무기획단장으로 ‘박근혜 마케팅’을 이끈 것도 현 수석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언론이 주목한 점은 현 수석이 김무성 대표와도 친분이 두텁고,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를 잇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몇몇 언론은 이러한 점에 근거해 당청 관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동아일보는 “현 수석은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에게 김 대표와의 화해를 여러 차례 건의하기도 했다. 무려 8차례나 같은 건의를 하자 박 대통령이 ‘또 그분 얘기를 하실 거면 전화 끊겠다’고 말할 정도였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현 신임 정무수석은 박 대통령과 직접 전화 통화가 가능할 정도로 각별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도 ‘형님, 동생’ 할 정도로 가깝다. 결국 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교집합’인 셈”이라며 “박 대통령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방치된 당청 채널을 회복하겠다는 신호탄”이라 해석했다. 국민일보는 “2개월 가까이 이어졌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란, 국회법 개정안 문제, 유 전 원내대표 거취 논란 속에서도 당청 소통을 아우르는 정무수석이 공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박 대통령의 당청 관계 복원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 읽힌다.”며 “현 수석은 같은 부산 출신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도 가깝다. 그런 만큼 당청 간 가교 역할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으로 청와대와 여당은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역시 “화통한 성격의 현 신임 수석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이후 당·청 관계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당청관계 회복? 청와대 중심의 당 장악 신호탄 당청관계 회복을 반드시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만은 없다. 당청관계의 회복이 사실상 수직적 당청관계로의 복귀를 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체제 하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생겼던 갈등이 사라지고 당청 간에 ‘훈풍’이 분다는 점은 곧 당이 청와대의 보조를 맞추는 역할로 전락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선일보는 현기환 수석이 박 대통령의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정무수석 자리를 비워둔 가장 큰 이유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당에 대한 불만이었다.”며 “유 전 원내대표 사퇴라는 목적이 달성된 만큼, 청와대가 정무수석 인선 발표를 통해 당·청 재구축에 시동을 건 셈”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친박계인 현 수석은 ‘저돌적’ 스타일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의 의지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청와대 중심형 인물’(여권 관계자)”이라며 “19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현 수석을 당시 공천위원으로 발탁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다. 현 수석은 대리인으로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실행에 옮긴 경험이 있다”는 새누리당 인사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현 수석이 공천 실무를 꿰고 있다는 점, 현재 새누리당 의원들이 어떻게 공천됐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한 당직자의 말도 전했다. 내년 총선 공천까지를 의식한 정무수석 인사라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현 수석이 2003년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 노동 분야 전문위원에도 발탁됐지만 1주일 만에 그만뒀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현 수석이 “나와 (성향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의원 시절 사석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내 정치 인생의 어머니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현 수석 임명에 청와대의 당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봤다. 한겨레는 “현 수석은 나중에 무혐의로 확정되긴 했지만, 2012년 8월 4·11 총선 과정에서 3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당을 떠났다가 재입당한 전력이 있다”며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청와대 정무수석에 기용한 것은 그만큼 박 대통령의 ‘다른 뜻’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현 수석이 공천 작업을 해본 적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청와대의 공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현 수석을 지켜봐온 다른 관계자도 “현 수석은 청와대의 뜻을 당에 강하게 밀어붙일 스타일에 가깝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유승민 원내대표 축출에 성공한 박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과 내년 총선을 고려해, 가능한 한 친박계를 총동원해 장악력 강화에 나섰다는 평가”라며 “마침 새누리당 새 원내지도부도 ‘화합형’으로 짜일 전망이고, 김무성 대표도 주요 당직에 친박계를 배려할 방침이어서, 당과 청와대에 친박 색채가 강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찍어내기’ 당한 유승민, 여권대선주자 1위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찍어내기 당한 유승민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정치적 숙청’으로 지난 8일 원내대표 자리에서 쫓겨났지만, ‘정치적 주가’는 수직 상승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직후인 8일~9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유 전 원내대표가 19.2%의 지지로 처음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3~24일 같은 조사에서 5.4%에 그친 지지율이 20일 만에 급상승한 것. 부동의 1위였던 김무성 대표도 제쳤다. 김 대표는 18.8%를 기록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주목할 점은 유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율 26.3%를 기록하며 1위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을 찾아 대구의 민심을 전했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결정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대구 시민들. 도장집 주인 김아무개씨가 텔레비전을 보다 나지막히 말한다. “대통령과 사와서(싸워서) 결과적으론 손해본 거 항게도(하나도) 없을기라. 유승민에게 아마 득이 안 되겠능겨? 이번 일로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었으니까예. 그전에는 대구에서나 좀 아는 사람이었지 다른 데서 유승민을 알기나 했나. 인자 대통령감이 될 것 같다.” 경향신문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한 유 전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는 ‘배신자’였지만, 민심은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후원용 계좌번호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습니다.”라는 유승민 의원실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오히려 ‘정치인 유승민’의 인기는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지지가 주로 야당 지지층에서 나왔다는 한계점도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중도층·진보층에서 각각 25.3%, 29.4%로 1위를 차지한 반면, 보수층에선 8.6%로 김무성 대표(35.5%)에게 크게 밀렸다. 지지 정당별로도 새정치연합 지지층과 무당층에서는 각각 27.1%, 22.6%의 지지를 받았지만, 정작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10.1%를 얻는 데 그쳤다. 여권 입장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는 광주ㆍ전라지역에서는 대구경북(26.3%)보다 높은 27.7%를 얻었다. 연령별로 보면, 유 의원은 30~40대에서 30% 안팎의 지지를 얻으며 김무성 대표를 압도했다. 다만 50대와 60대 이상 층에서는 각각 17.6%, 10.1%로 평균치를 밑돌았다. 한국일보는 “유 전 원내대표가 단기간에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고는 하지만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은 그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며 “그에 대한 지지층의 상당수가 전통적 의미에선 야당 지지층에 가깝다는 점에서다. 새누리당의 주된 지지층의 호응은 미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유 의원의 인기가) 일시적인 거품이라는 반론도 있다. 문재인·안철수 등 야당 지지층이라고 밝힌 응답층에서 지지율이 30% 안팎이었다.”며 “인지도는 올렸지만 보수정당의 대선주자로서 홀로서기가 가능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셈이다. 야당 지지층이 유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건 박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서지, 유 전 대표를 지지해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복지보단 성장을 우선시하는 시장주의자이며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안보 보수주의자인 유승민을 야권 지지층까지 응원하는 지금의 현상은, 그만큼 한국 보수 정치계에 대화가 통하는 합리적 인물이 희소하다는 방증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경향은 “유 전 원내대표가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인물이라는 여권 지지층의 인식이 퍼진다면 ‘도토리 키재기’ 식 여권의 차기 경쟁에서 유력 주자로 안착할 수 있다”며 야당 지지층이 유 의원을 지지하는 현상이 꼭 유 의원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납작 엎드린 새누리당, 친박 60명->105명으로? 한편 유승민 사태 이후 새누리당은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김무성 대표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묵언”이라며 함구령을 내렸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계파 갈등을 불러 온 사안들에 대해 입을 닫았다. 경향은 “정기적으로 열던 회의도 없었다. 금요일마다 열리던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연석회의도 이날은 열리지 않았다.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 ‘아침소리’도 매주 월요일 열던 회의를 오는 13일에는 하지 않겠다고 이날 ‘미리’ 밝혔다.”며 “이틀 전까지 내전이 치러졌던 이곳은 ‘절간’ 같았다“고 전했다. 경향은 또한 ”이날(10일) 오전 KBS·MBC 등 8개 라디오 아침방송 중 새누리당 의원이 출연한 곳은 TBS 라디오 하나뿐이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평소 3~4개 방송사 라디오에 출연해왔다“고 밝혔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결국 답은 권력구조 개편’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 당 형편이 내가 여기서 토론하고 앉아 있을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한술 더 떠 지금 금언령이 내려져 있어서 말 함부로 했다가는 제 모가지가 간당간당하다”는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졌다. 합의추대 형식으로 추대될 후임 원내대표 및 후임 당직 인선도 당청 간, 당내 갈등 최소화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향은 “결국 김 대표 2기 체제는 ‘친박’에 포위된 형국이 될 공산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 ‘선전포고’에 당직 인선에 관한 대표 권한을 일정 부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2주 간의 유승민 정국이 새누리당 내 계파 분포도를 흔들어놨다고 분석했다. “비박(비박근혜)계 우위의 당 역학구도는 박근혜 대통령이 ‘친정’에 나서자 일거에 친박(친박근혜)계가 압도하는 국면으로 뒤바뀌었다.”는 것. 세계일보가 10일 당직자 및 의원 보좌관의 도움을 얻어 소속 의원 160명 전원의 계파를 분석한 결과 비박계는 55명, 친박계는 105명으로 분류됐다. 세계일보는 “‘유승민 정국’이 진행되던 중 일부 언론이 분석한 계파 분석도에서 친박계가 60여명, 비박계가 90여명으로 평가된 것과는 확 달라진 것이다. 최소 40여명이 비박계에서 친박계로 넘어간 셈”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친박계의 우위 탈환은 ‘중립적 비박’ 성향으로 분석된 의원들이 대부분 친박계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 둘 중 택일하는 식으로 선명한 전선이 짜이자 중립 성향 의원들이 결국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편에 선 것”이라며 지난달 25일 첫 의원총회에서 다수가 유 전 원내대표를 지지했지만, 지난 8일 의총에서는 ‘유승민 지킴이’가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을 사례로 들었다. 세계일보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던 결정”이라며 “이들 다수가 초·재선 의원이다. 친박계 압박에 맞설 만큼 지역구 ‘뿌리’가 단단하지 못한 처지”라고 전했다.
다음은 7월 11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할줌마’·‘할저씨’ 삶이 고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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