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부추기는 TV조선, ‘노무현-종북’ 편가르기도
[비평] “평화는 싸워서 지키는 것”…조선일보 “저질 언론 퇴출”, TV조선은?
북한이 추가 도발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시간(한국시각으로 22일 오후 5시 30분)이 다가오면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이 고위급 회담으로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모색하기로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몇몇 언론은 정부의 강경 대응을 부추기고 불안감을 조장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TV조선이 대표적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1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선 조치 후 보고 원칙을 지키라”고 당부하는 등 남북 간 물러서지 않는 치킨게임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남북이 군사적 대응을 삼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몇몇 언론은 오히려 정부의 강경대응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21일 TV조선 <뉴스를 쏘다>에 출연한 패널들은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 상임포럼대표는 “북한으로 하여금 잘못 건드렸다간 큰일 나겠다고 판단할 정도로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다면 추가적인 도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분한 대응’이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이 대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즉각적인 보복과 응징이 있어야하고 응징은 1대 10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방을 맞으면 열 방을 때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또한 “응징에는 반드시 원점타격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 역시 “단호함이 말로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런 식의 도발 패턴을 보이는 것은 제대로 된 대응 및 보복조치를 하지 않아서”라며 “장기적으로 상황을 매듭짓고 막으려면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북한이) 교훈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 TV조선 뉴스 갈무리 | ||
이는 21일 조선일보 사설의 논조와 비슷하다. “우리 국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만큼은 북에 끌려 다니는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고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원점 타격과 확실한 보복이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남북 간 보복조치가 이어지며 긴장 관계가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엄성섭 TV조선 앵커가 “원점타격으로 강하게 보복하면 또 보복하고 그렇게 되면 에스컬레이팅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동복 대표는 “북한 권력층 내부에 제동 장치에 결함이 생겼다. 내부적으로 고장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몇 십년째 계속되는 철 지난 북한 붕괴론이다.
이 대표는 이어 “북한이 이성적 판단을 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치킨게임에서 판단을 못하는 쪽은 절벽으로 떨어진다”며 “판단력을 상실했으면 절벽으로 떨어지는 거다. 초조해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남북 간 치킨게임에서 남한이 핸들을 먼저 돌리지 말아야 하다는 주장이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남북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고위급 접촉’이 필요하고 제안했지만 TV조선 패널들을 강경일변도다.
21일 TV조선 <뉴스를 쏘다>에 출연한 주승현 명지대 외래교수가 “국군과 북한군이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하자,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합의점이라고 설명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유 원장은 “우리 대한민국을 먼저 건드린 건 반국가단체 북한인데, 합의 대화 운운하는 것은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을 끄집어내 주저앉히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분명한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평화는 싸워서 지키는 것이지 굴복해서 얻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또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 평화가 유지되나. 천만의 말씀”이라며 “바로 도발 원점을 날려버렸으면 주춤한다. (원점 타격을 안 하고) 옆을 때리니 48시간 뒤에 치겠다고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불사론’으로 들린다.
앞서 20일 TV조선 <시사토크 판>에 출연한 송대성 건국대 초빙교수 역시 “우리가 북한을 보복 타격한 1시간이라는 시간은 늦은 시간이다. 북쪽에서 날아오면 야산이든 어디든 우리 영토로 오는 것은 바로 불을 뿜어야 된다”고 말했다.
▲ TV조선 뉴스 갈무리 | ||
TV조선은 북한의 포격 도발을 전하며 늘 써먹는 ‘종북’ 이슈를 꺼내들었다. TV조선 21일자 <뉴스를 쏘다> 에서 앵커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이름을 거론하며 패널들에게 “국내 종북세력들도 회합하고 모임을 가질 것이다.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면 종북세력들이 각 도시에서 테러를 준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배성규 조선일보 정치부 차장은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간첩과 종북세력에 대비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배 차장은 “이 세력들은 물리적 테러보다 사이버 테러, 사이버상에서 정부를 혼란하게 만드는 정보를 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 차장은 “이번에 잡힌 청년(예비군 동원령 허위문자를 보낸 청년)이야 종북세력은 아닌 걸로 보이지만 정말 종북세력들은 어수룩하게 잡힐 정도로 하지 않는다. 조직적으로 하기 때문에”라며 “정부를 음해하고 북한을 돕는 듯한 발언, 국민 혼란 일으키는 정보를 흘릴텐데 국정원이나 군 당국에서도 신속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식의 언급도 잊지 않았다. TV조선은 21일 <뉴스쇼판>의 한 꼭지 <노무현 정부 때 중단…"남북 대화 성과 욕심에 포기">에서 “1980년 북한의 방송재개에 맞대응하면서 재개된 이후 우리 군의 심리전 전력은 북한을 압도했다”며 확성기 방송이 2004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중단됐다고 전했다.
TV조선은 이어 “11년 전 보여주기식의 남북 대화 성과를 내기 위해 했던 '통 큰' 양보가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11년 전 노무현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던 것이 이번 북한 포격으로 이어졌다는 말일까.
TV조선은 <뉴스쇼 판>의 다른 꼭지 <11년 전 확성기 방송 누가 중단했나…이종석 "상임위 합의"> 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밀어붙인 인물로 이종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을 꼽는다. TV조선은 “북한이 도발수위를 높아감에 따라 11년 전에 내려진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결정의 책임 소재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TV조선 뉴스 갈무리 | ||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하는 일은 냉철한 분석과 대안 제시다. 원점을 타격하라거나 한 방 맞으면 열방으로 보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언론이 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까.
조선일보는 21일 사설에서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 종지부를 찍는 건 소중한 국군 장병들의 목숨이 될 수도 있고, 우리 국민들의 인생이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는 22일 주목할 만한 사설을 남겼다. 조선일보는 22일 사설 <저질 인터넷 신문‧방송말썽 부릴 때마다 퇴출시켜야> 에서 선정적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쏟아내 언론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왜곡 과장보도를 하는 인터넷 언론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곡 과장보도, 선정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인터넷 언론’만 하는 건 아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의 보도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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