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집권 반환점, 남북 갈등으로 지지율 급등
군사적 긴장으로 중도보수층 결집… 반짝 지지율 올랐지만 결국 핵심 변수는 안정과 경제
오는 8월 25일로 임기 절반 반환점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북관계’라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바탕으로 임기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과 쳐져 있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5년 8월 3주차 주간집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41.0%를 기록했다. 메르스 사태로 6월 2주차부터 3개월 간 계속 이어졌던 30%대의 지지율에서 벗어났다.
일간집계를 보면,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에 대해 박 대통령이 단호한 응징으로 맞서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지난 21일(금)에는 42.4%까지 지지율이 올랐다. 리얼미터는 “서부전선 상호 포격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 고조의 영향으로 보수·중도층이 결집하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리얼미터 여론조사 | ||
남북 간 군사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은 지지율 측면에서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지 않다. 지난 2013년 2월 말 취임 직후 인사파동으로 40%대에서 출발한 박 대통령 지지율은 4월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남북 간 대치를 겪으며 50%까지 솟아올랐다.
또한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하락세를 겪던 박 대통령 지지율은 2014년 신년기자회견의 ‘통일대박론’과 ‘드레스덴 구상’이 등장하면서 상승세로 변했다. 외교안보이슈가 부각될수록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라간다.
윤태곤 의제와전략 정치분석실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어느 나라든지 안보사안이 터지면 여론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다. 또한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잘했다는 이유에 항상 ‘대북정책’ ‘외교/안보’가 포함돼 있다”며 “두 가지를 고려하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나아가 북한이 먼저 도발했다가 먼저 대화하자고 제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 변수는 진행 중인 남북 고위급회담 결과를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여론이 갈라질 수 있다. 회담 결과 북한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거나, 한국이 양보를 하는 상황이 되면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보수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화전양면전술’을 사용하는 데에도 이런 고민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없다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역시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값싼 유화책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 북한 정권의 도발의지를 반드시 꺾어야 된다”고 말했다.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온 강경발언이다. 이러한 ‘화전양면전술’의 목적은 북한을 압박하려는 것이겠으나 동시에 보수층에게 믿음을 주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설사 한국 정부가 양보한다 해도 보수층의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수층도 말로는 강경대응을 외치지만 전쟁을 원하지는 않을뿐더러 대치국면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 3군사령부를 순시하며 군의 대비 태세를 점검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 ||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북한의 사과가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유감표명에 그친다면 집토끼들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탈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긴장국면이 이어지면서 서민경제나 주식시장에 타격이 가기에 보수층 역시 어쨌든 이 국면이 해결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증시 폭락’ 소식이 전해진 19일(수) 박 대통령 지지율은 39.4%로 하락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많이 떨어졌던 시점은 올 초 연말정산 파동 때다. 보수 진보를 떠나 지지를 정하는 데 있어 경제적 지표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태곤 실장은 “TV조선 등에서 전쟁을 각오하자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으나 보수층 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가진다고 보기 힘들다. 예컨대 강남에 사는 중산층 이상이나 재벌들이 남북 관계의 긴장이 격화되는 걸 원할까”라며 “박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모습을 보일지라도 그 반발여론은 제어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보보수’는 강경대응을 요구할지라도 ‘시장보수’는 조속한 긴장완화를 더 중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유연한 모습을 보여 긴장을 수습하면 중도나 진보층 지지자들이 유입돼 지지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야권이나 진보진영도 잘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내면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윤 실장은 “몇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 봐도 박 대통령이 손해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안보 이슈가 연달아 이어진다는 점도 박 대통령에게 호재다. 박 대통령은 9월 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여한다. 이어
10월 한미정상회담, 한중일 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예정돼 있다. 남북 갈등을 풀어낼 경우 각국들이 좋은 반응을 보일 것이고 연달아
진행되는 정상회담을 통해 지지율과 국정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박 대통령의 탄탄대로 앞에 놓인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변수는 별 성과 없이 남북 회담이 결렬되고 지리한 군사적 대치가 장기화되는 경우다. 직접적인 책임은 북한에게 돌아가겠지만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무능론’이 대두되고 경제에 타격이 커질수록 ‘시장보수’들이 실망할 가능성이 있다. 이택수 대표는 “위기상황이 닥치면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지만, 위기가 지속될 뿐 잘 해결이 안 될 경우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때도 초기 박 대통령 지지율은 70%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정부의 무능이 이어지면서 지지율은 40%대로 곤두박질쳤다. 두 번째 변수는 외교안보 국면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느냐이다. 윤태곤 실장은 “남북이 만나 철도를 뚫거나 하지 않는 이상 외교안보 이슈는 1-2달을 가기 힘들다. 9월 26일, 다가오는 추석을 앞두고 경제사회적 이슈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며 “결국 안보이슈로 국정 동력을 만든다 해도 경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금방 동력이 꺼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북한이 먼저 양보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북한에) 져야 (국내정치에서) 이기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 딜레마를 극복한다 해도 박 대통령 앞에는 ‘경제 살리기’라는 거대한 과제가 하나 더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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