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단독 보도, 주사기 미스터리는 여전히 오리무중 |
[뉴스발굴] 흔적도 없는 무국적자 2만 명, “차라리 난민이 되고 싶다”는 인도적 체류자까지 |
뉴스는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역설적으로 관점이 돋보이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에 묻히기 십상이다. 그래서 기자의 시선으로 한 주간 좋은 고른 뉴스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9월 14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방송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김무성 사위의 마약복용, 한 발 내딛은 노컷뉴스
지난 주 가장 뜨거웠던 소식은 김무성 사위 A씨의 마약복용 뉴스였다. 지난 9월 10일 한 유력정치인의 인척이 마약을 상습투약하고도 양형기준 하한선을 밑도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검찰이 항소도 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후 미디어오늘 보도를 통해 이 유력정치인의 인척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사위 이모씨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무성 대표가 직접 해명을 했다. “정치인 인척이라 양형이 약하다는 건 잘못된 말” “혼인 전까지 전과 사실을 몰랐다” “딸이 결혼을 고집했다” 김 대표의 해명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이 김무성 대표의 해명을 받아 썼다.
이 와중에 이 사건의 의혹 규명을 위해 한 발 내딛은 유일한 언론이 CBS 노컷뉴스였다. 노컷뉴스는 11일 단독보도를 통해 검찰이 지난해 마약사건을 수사할 때 김 대표의 사위 자택에서 필로폰 투약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일회용 주사기 2개를 발견해 압수했다. DNA 검사 결과 하나는 사위 이모씨가 직접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고 다른 한 개에는 제3자의 DNA가 검출됐으나 검찰은 DNA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이 노컷뉴스의 보도 내용이다.
이 보도가 의미 있는 이유는 법원 판결문에 등장하지 않는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석연치 않은 점을 새로 발굴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같이 마약을 투약할 정도로 이모씨와 친밀한 사이이면서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던 이 인물은 누구일까.
만약 이모씨가 특혜를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 제3자의 정체가 사건을 푸는 핵심 고리가 될 수 있다. ‘유력정치인 인척’이라는 사실에서 시작된 의혹에서 관련 팩트를 추가 발굴했다는 점에서 이 뉴스에 주목한다.
우리 안의 난민, 국적 없는 아이 2만 명
2주 전 한 장의 사진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바닷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3살 짜리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 쿠르디의 죽음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중앙일보의 기획기사 ‘국적 없는 아이 2만 명’이 대표적이다.
중앙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우리 안의 난민이라 할 수 있는 불법체류자 2세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실태를 짚었다. 기사에 등장하는 일곱 살 자혼기르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불법체류자 부부의 아들이다. 불법체류가 탄로날까 출생신고도 하지 못해 자혼기르와 그의 동생 잠시드는 태어난 흔적조차 없는 국적 없는 아이가 됐다.
이들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아파도 진통제 밖에 먹지 못하고, 불법체류가 들킬까 두려워 학교나 어린이집도 가지 못한다. 부모는 이들에게 “멀리 가지 마라”고 한다. 사실상 숨어 지내는 없는 존재들이다.
한국에는 자혼기르 같은 무국적 아이가 2만 명에 달한다. 불법체류자들은 보육료나 의료비 부담을 이기지 못해 아이를 고국으로 돌려보내거나 한국 아이로 키워달라며 입양을 맡긴다. 부모와 자식이 생이별을 하는 셈이다. 고국으로 보내기 위해 국적없는 아이를 타인의 자녀로 위장하고, 이 과정에서 또 한 번의 불법이 발생한다.
중앙일보 기사는 통계에도 안 잡히는 무국적 아이들을 여전히 없는 존재 취급할 것인가 아니면 이들에게 최소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고 우리사회로 편입시킬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관련해서 신분과 관계없이 아동의 기본권을 보장하는(보육, 의료 등) 내용의 법안이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 9월 10일자 중앙일보 1면 | ||
공항에서 먹고 자는 ‘인천공항판 올드보이’
한국에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항에서 먹고 자는 난민신청자들이 있다. 오마이뉴스 기사 <200일 넘게 빵만 먹는 ‘인천공항판 올드보이> 내용이다. 지난해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으나 절차의 엄격함과 법의 미비함은 과제로 남았다. 오마이뉴스는 난민법의 한계를 공항에서 찾았다.
세네갈에서 온 난민 A씨와 그의 사촌형은 9월 10일 기준, 벌써 208일째 인천공항에서 먹고 잔다. 이들은 난민신청을 했으나 출입국관리소가 ‘한국을 떠나라’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소송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은 입국을 거부당한 외국인들이 출국 때까지 대기하는 송환대기실에 머무르게 됐다.
인천공항에는 A씨 같은 외국인이 40명에 달한다. 비누와 샴푸는커녕 치약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빵으로만 생계를 유지해 영양실조에 걸린 채 공항에 갇혀 있다. 난민법에는 이들이 머물 장소에 대한 규정이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이 40명의 새로운 ‘난민’이 탄생했다.
“차라리 난민으로 살고 싶다”
“차라리 난민이 되고 싶다”는 외국인들도 한국에 있다. 한겨레가 기사 <아일란은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고 싶다>에서 소개한 시리아인 아일란 이스마일이 대표 사례다. 그는 제주도에 사는 유일한 시리아인으로 내전을 피해 3년 전 한국에 왔다.
그의 신분은 난민이 아니라 인도적 체류자다. 지난 5월까지 한국의 난민신청자는 1만 1172명이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는 496명으로 4%대에 불과하다. 난민 신청이 너무 까다롭자 정부는 인도적 체류자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난민을 다 받아줄 수 없으니 한국에 난민신청을 한 이들에게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것.
그러나 인도적 체류자가 있으니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조차 인도적 체류자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한국에 온 시리아인 중 인도적 체류자는 502명인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는 3명에 불과하다. 인도적 체류자들은 기본적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한다. 아일란 이스마일은 배에 피가 차는 병에 걸렸음에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수백만원을 부담해야 했다. 이들이 차라리 난민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
직장인 평균월급 264만원? 진짜 평균은 191만원!
지난 주 직장인 평균월급에 관한 자료가 꽤 화제가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연말정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 월급쟁이의 평균 연봉은 3172만원, 월급은 264만원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 많은 누리꾼들은 평균월급이 자신의 월급보다 높다며 박탈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았다.
▲ 9월 7일자 JTBC 뉴스룸 팩트체크 | ||
JTBC 뉴스룸은 팩트체크 코너 <직장인 평균월급 264만 원, 진짜 평균치 맞나?>에서 이 평균월급에 대해 분석했다. JTBC는 네덜란드 경제학자 얀 웬의 ‘난쟁이 행렬’ 분석방법을 사용했다.
‘난쟁이 행렬’이란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을 거리에 나오게 해 소득에 따라 키를 정해 작은 순서대로 한 시간 동안 행렬을 하도록 하는 가장행렬이다. 소득분배를 알아볼 때 쓰인다. 예컨대 처음에는 땅바닥에 거의 붙어서 가는 사람들이 행진을 하다 30분이 지나면 1m가 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행렬이 끝나기 직전에는 키가 수십m에 달하는 거인들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쟁이처럼 보여서 난쟁이행렬이라 부른다.
JTBC는 이번에 나온 직장인 평균월급 자료를 난쟁이 행렬 분석에 적용했다. 처음에 저소득층의 키는 10cm로, 30분이 지나면 1m가 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월 평균인 264만원의 소득자는 40분이 지나야 등장한다. 막판에는 키가 100m 넘는, 연봉 18억 원~20억 원의 거인들이 나타난다.
이 난쟁이 행렬에 따르면 진짜 평균 월급은 30분이 지난 시점에 나타나는 사람의 소득이다. 이대로라면 평균값은 264만원이 아니라 191만원이다. 평균에 잡히지 않는 소득불균형을 읽어내고 진짜 평균을 도출해 낸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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