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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정면 돌파, 만장일치로 혁신안 통과

문재인의 정면 돌파, 만장일치로 혁신안 통과
비주류 반발, 안철수 만류에도 "혁신에 무슨 주류·비주류가 있나"… 재신임 투표 등 갈등 소지 남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이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문재인 대표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인 재신임투표 등 갈등의 소지는 남아 있다.

16일 오후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2차 중앙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과 연계됐던 혁신위원회 공천혁신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중앙위원회가 끝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혁신안 가운데 공천 제도에 관한 혁신안은 상당히 많은 지역위원장들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안이다. 중앙위원들께서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해 전폭적으로 받아들여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제도 혁신 외에 우리 당의 문화를 바꾸고 당의 근본적 체질을 바꾸는 더 본질적인 혁신안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공천혁신안의 골자는 안심번호 도입될 경우 내년 총선 경선에 참여할 선거인단을 100% 일반시민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비주류는 공천혁신안 통과에 반대했으나 문 대표는 중앙위원회에서 통과시킬 것을 거듭 주장했다.

반대가 이어지자 문 대표는 혁신안 통과에 자신의 재신임을 연계시켰다. 안철수 의원이 15일 간담회를 열어 “중앙위를 연기하거나 그날 안건을 처리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으나 중앙위는 당초 계획대로 열렸다.

비주류가 불참해 중앙위원회를 무산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중앙위는 과반수 성원을 넘기며 순조롭게 시작했다. 재적위원 570명 중 318명이 참석해 개최됐고, 비공개로 전환한 오후 2시 30분 경 총 396명의 중앙위원이 참석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중앙위원회 인사말을 통해 혁신안을 통과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중앙위가 반드시 단결과 혁신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다시 힘차게 출발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오늘 혁신위의 혁신안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무슨 혁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던 우리의 다짐은 헛된 다짐이 되고 만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비주류의 반대를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 대표는 “갈등이 있으니 중앙위를 연기하자는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갈등이 없다면 그것이 무슨 혁신이겠나”며 “제발 혁신위의 혁신안을 계파적인 관점에서 보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혁신에 무슨 주류, 비주류가 있겠나”라고 밝혔다.

중앙위원회가 순조롭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조경태 의원은 김성곤 중앙위원회 의장이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말하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중앙위원회 비공개에 반대한다. 민주적 절차를 언론을 통해 모두 공개할 수 있도록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지난 번에도 비공개로 했다. 토론내용들은 전부 정리해서 언론인들에게 발표하겠다”고 답했으나 조 의원은 “문재인 대표 거취도 관련되어 있기에 공개적으로 투명한 절차를 따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앙위원들 사이에서 “앉으세요” “그만 좀 해” “비공개로 합시다”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조 의원이 계속 공개를 주장하자 김 의장은 중앙위원들에게 “비공개로 하는 게 맞겠죠?”라고 물었고 대다수가 동의해 결국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몇몇 비주류 인사들은 공천혁신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요구했다. 당 대표에 대한 재신임이 걸려있기에 중앙위원 입장에서 신원을 드러내며 투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박지원, 조경태, 문병호, 최원식, 유성엽, 권은희 의원 등이 퇴장했다. 몇몇 중앙위원들이 퇴장한 상황에서 공천혁신안은 박수로 만장일치 통과됐다.

문 대표와 입장 차이를 보여 온 안 의원은 아예 이날 중앙위에 불참했다. 안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 중앙위의 성격은 사실상 혁신안 찬반이 아니라 대표의 진퇴를 결정하는 자리로 변질됐다. 중앙위원들의 토론과 반대를 봉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는 ‘만장일치였으면 무기명 투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무기명 투표는 당헌당규에 맞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앙위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만장일치로 통과된 만큼 중앙위원들의 의견이 풍부히 반영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공천혁신안이 통과되면서 일단 문재인 대표에게 힘이 실리게 됐다. 문 대표가 혁신안 부결시 사퇴하겠다고 밝힌 만큼, 혁신안 통과와 함께 문 대표에 대한 1차 재신임안도 중앙위를 통과한 셈이다.

하지만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혁신안 통과 이후 실시할 문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두고 문 대표 측과 비주류계의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추석 전에 ‘전 당원+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안철수 의원 등 비주류계는 투표를 국정감사 이후로 미루자는 입장이다.

안철수 의원이 제안할 혁신안을 두고도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안 의원은 지난 15일 문 대표와 회동자리에서 더 본질적인 혁신안이 필요하다며 낡은 진보 청산, 부패척결, 인재영입 등의 3대 혁신안을 제안했고 문 대표는 중앙위 이후에 논의하자고 답했다.

문 대표는 중앙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오늘 통과된 혁신안은 지고 지선한 것이 아니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며 “안철수 의원이 말한 본질적인 혁신의 과제가 남아 있다. 함께 나가자는 합의”라고 말했다.

한편 비주류계 주승용 최고위원은 중앙위 이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만약 문재인 대표가 이번 중앙위원회 결정을 계기로 일방적인 독주에 나선다면 저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패권정치와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