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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때문에 경제 성장 안 된다는 새빨간 거짓말

노조 때문에 경제 성장 안 된다는 새빨간 거짓말

[뉴스발굴] 노동개혁은 전경련 머릿속에서 나왔다… 노조가 성장해야 경제도 성장

뉴스는 홍수처럼 쏟아지지만 역설적으로 관점이 돋보이며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에 묻히기 십상이다. 그래서 기자의 시선으로 한 주간 좋은 고른 뉴스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9월 21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방송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노조가 경제 발목 잡는다? 노조가 성장해야 경제도 성장

지난 9월 13일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골자로 한 노사정합의가 이루어졌다. 정부여당은 노동개혁을 추진하며 노조 때리기에 몰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노조가 쇠파이프만 안 휘둘렀어도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었을 것이라 말했다. 노조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러한 주장에는 근거가 있을까.

경향신문은 15일 기사 <정부-노조 누가 경제성장 발목 잡나> 에서 IMF, OECD, ILO, WEF(세계경제포럼)의 최근 보고서를 토대로 노조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지난 7월 발표한 IMF 보고서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이 하락할수록 소득 불평등이 높아졌다. 1981년부터 2010년 1분기까지 노조 조직률이 10%p 하락하는 동안     상위 10%의 소득은 약 5% 증가했고 소득불평등을 상징하는 지니계수도 상승했다.

노조 조직률과 소득 불평등이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이유는 노조가 소득 최상위층인 대기업 임원들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노조 조직률이 약해지고 노조의 힘이 약해지면 경제정책과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에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입장을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중산층와 하층민의 임금은 정체되고 소득 최상위층인 기업 임원들의 월급은 올라간다. 미국의 경우 노조 가입률 하락은 중산층의 소득 하락과 상위층의 소득 증대로 이어졌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노조에 가입하라고 권유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외의 다른 나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경향신문이 주요 20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과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본 결과도 미국과 유사했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50~70%에 달하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와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소득 불평등 정도도 낮았다.

IMF 보고서의 저자 중 한명인 IMF 이코노미스트 플로렌스 조모트는 ‘IMF 서베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정책에 미치는 (노조의) 영향력 축소가 소득 재분배에 영향을 줬다. 관찰기간 동안 나타난 상위 소득층으로의 부의 집중과 지니계수 상승의 약 절반 정도를 노조 약화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1963년 이후 평균 13%다. 1989년 18.6%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 2011년 현재 노조 가입률은 9.8%정도로 OECD 회원국 중 터키, 에스토니아, 프랑스에 이어 4번째로 낮다. 경향신문이 1995년 이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과 상위 10% 이상 계층의 소득 비율도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소득불평등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은 계층 간 이동을 막아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 과거 25년간 지니계수가 3포인트 오를 동안 누적 성장률은 평균 8.5% 포인트 떨어졌다. 소득 불평등은 또한 하위계층의 가계부채를 늘려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ILO는 소득불평등이 늘어나면 소비가 줄어들고, 고용안정성 저하로 노동생산성이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노조가 성장하고 힘이 강해지는 것이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노사정합의, 기자들도 위험하다

노사정합의 후 언론은 청년 일자리 증대 등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우리가 쉽게 망각하는 사실은 이렇게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노동개혁의 당사자라는 것이다. 기자협회보의 16일 기사 <노사정 합의 후폭풍, 언론계 예외 아니다>는 언론계에 몰아칠 노동개혁의 후폭풍을 분석했다.  

기자들이 위험한 이유는 ‘저성과자 해고’ 때문이다. 기자는 업무특성상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한 달 내내 취재해도 기사 하나도 안 나올 수 있고 하루에도 보도자료 수십 개 기사로 쓸 수도 있다. 성과의 기준이 클릭 수, 기사 개수가 되면 기자들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팔아먹는, 실적 위주의 보도경쟁에 내몰린다.

이처럼 성과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에 사측에게 칼을 쥐어준 꼴이다. 경영진 눈 밖에 난 기자는 저성과자로 찍힐 수 있다. 파업을 해도 저성과자가 될 수 있다.  

취업규칙 변경 완화도 문제다. 이제 노조의 동의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어도 사측이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됐다. 단체협약이 있어도, 보통 법원도 인사평가기준의 경우 경영권에 속하는 사안으로 보고 취업규칙 통해 변경해도 된다고 판단한다. 이처럼 인사기준을 사측이 마음대로 정해 노조의 동의없이 밀어붙일 수 있고, 따라서 회사에 찍힌 기자나 노조 간부들을 마음대로 발령하고 해고하기 수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이 노동개혁의 장밋빛 전망만 짚어내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까. 기자협회보 기사를 좋은 기사로 꼽은 이유다.

노동개혁은 전경련 머리 속에서 나왔다.

이런 노동개혁 누구 머릿속에서 나왔을까. 미디어오늘의 15일자 기사 <‘쉬운 해고’ 노동개혁안, 전경련 민원사항이었다>를 보면 알 수 있다. 정부의 노동개혁안은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건의사항이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전경련 문건 ‘2014 규제개혁 종합건의’에 따르면 전경련은 고용노동부에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을 제시했고 이 건의사항이 지난해 7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접수됐다. 또한 지난해 11월 전경련을 포함한 8개 경영자단체가 ‘규제기요틴 과제’로 정부에 별도 제출한 153건의 과제들이 있는데, 이 과제 안에 노동개혁 안과 비슷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 2014년 12월말 국무조정실, 경제단체 부단체장, 관계부처 차관 등이 참석한 규제기요틴「민관합동 회의」 자료.
 

이어 12월 28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가 열렸다. 앞선 건의사항들에 대해 정부의 검토 결과를 공유하고 추진방안을 확정하는 자리였다. 153건 중 수용은 114건, 수용 곤란은 16건이었고 문제의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은 ‘추가논의 필요’ 사항으로 분류되어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추진키로 결정됐다.

‘청년 일자리’를 위한다는 노동개혁이 과연 누구의 요구로 인해 추진된 것인지 드러난 셈이다.

폐업 고민한 CEO의 깨달음, 직원 만족이 곧 고객 만족

인상적인 인터뷰 기사도 하나 골라봤다. 인터넷언론 ㅍㅍㅅㅅ의 <150억 인수 제안을 거절한 이유: 띵동 윤문진 대표 인터뷰>다. 띵동이라는 심부름센터의 윤문진 대표는 폐업까지 몰리는 위기상황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윤 대표는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직접 퀵 서비스 일을 해보니 대표인 자신과 노동자가 적대적 관계였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윤 대표는 1년간 보상체계를 바꾸는 데만 집중한다. 퀵 서비스 노동자의 월급을 올려주고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콜 센터 상담원에게 재량을 주고 근무시간을 자율화했다. 구성원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하면 회사가 발전한다는 논리였다. 실제 이후 띵동은 150억 원의 인수 제안을 받을 정도로 성장한다.

윤 대표 인터뷰의 핵심은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그는 “솔직히 (사업)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와이프 집에 돈이 많아서” 오래 버틸 수 있었다는 말도 한다. 직원 만족이 곧 고객 만족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나 이를 실천하려면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한다는 말이다. 참으로 현실적인 조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