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새누리당은 펀드라도 만드는데 야당은 뭐하나”

“새누리당은 펀드라도 만드는데 야당은 뭐하나”

노동개혁 이슈 선점, 청년들 위하는 척 뒤에서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실업안전망 강화 등 적극적 대안 마련해야

보수진영이 다문화, 통일 의제 등 진보진영의 이슈를 빨아들이는 가운데 노동개혁을 토대로 청년의제마저 선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보진영과 노동계가 실업안전망 강화 등 대안적인 청년의제를 개발하고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노동개혁은 청년일자리’라는 캐치프라이즈를 내세우며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 ‘취업 결혼 걱정 없는 한가위, 노동개혁으로’ ‘노동개혁으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등과 같은 플랜카드를 내걸었다. 

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노사정 합의 후 청년의 삶은 어떻게 되나’ 토론회에서 “원래 노동개혁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을 위한 것이었는데 어느새 청년 일자리가 그 명분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 3월 20일자 조선일보 광고. 정부는 노동개혁을 홍보하기 위해 미생에서 장그래 역을 맡았던 임시완씨를 활용했다.
 

조 소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을 내세울 때도 그 모델은 미생의 장그래였다. 청년 프레임을 활용한 셈”이라며 “하지만 이후 그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청년들을 위해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고 프레임을 바꿨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올해 초 노사정합의 때만 해도 청년일자리와 연결되지 않았는데 어느새 청년 일자리와 동일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이명박 정부 때는 ‘청년들 눈높이가 너무 높다’느니 ‘금융권을 비롯한 청년 초임이 높다’는 식으로 청년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그에 비하면 박근혜 정부는 청년들이 힘드니 세대 간 형평성을 위해 나머지 세대가 양보하라는 식으로 훨씬 영리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이어 “2008년 촛불 이후에 청년 이슈는 진보진영과 노동계가 선점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 아니었나 싶다. 통일에 이어 청년문제까지 그 주도권을 보수진영에 빼앗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 <“이러다 새누리당에서 첫 동성애자 국회의원 나올 수도”>

이에 따라 진보진영이 현장에서 청년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들으면서 좀 더 세밀하고 차별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준태 한국청년연합 대표는 “이미 청년들이 일하는 50인 이상 100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권고사직, 즉 일반해고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노사정합의가 개악이라는 점이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 이유”라며 “진보 보수 모두 일자리만 늘리겠다고 한다. 일자리 늘린다고 청년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하 대표는 “성장이나 일자리 등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분배개선과 안정망 구축이 중요하고 취업을 못해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18일 교육부와 직업능력개발연구원이 주최한 미래인재포럼 자리에서는 청년들에 대한 취업활동수당, 니트족 지원을 위한 민관전담기구를 설치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 대표는 “이 포럼을 보며 청년프레임을 진보진영이 가져오기 정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만들지 않으면 청년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이슈도 기득권 보수정당이 먼저 제기하고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청년들은 정부여당은 임금피크제라도 해서 일자리 늘려주려고 하고, 펀드라도 만드는데 야당은 뭘하는 거지라고 생각한다. 대선 때처럼 청년들이 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환상에서부터 깨어나야한다”고 비판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실업이 문제니 고용을 늘리자는 간단한 항정식이 계속 등장한다. 일자리 개수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질이 너무 후진 것이 핵심”이라며 “임금피크제로 일자리 13만 개가 생긴다는 것도 뻥이지만, 새정치연합이 청년일자리 60만 개 늘린다는 것도 뻥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일자리 개선, 노동시장 단축, 청년고용할당제 등 진보정당들이 너무 정답만 외치고 있어서 오히려 허한 느낌이 든다”며 장시간 노동문제를 예로 제시했다. “장시간 노동은 기업의 탐욕도 있지만 소득을 높이겠다는 노동자의 이해관계도 얽혀있고, 따라서 로드맵과 해법을 구상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이 그냥 입장과 당론만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은 또한 “제조업 현장의 장시간 노동의 IT문화 업계의 장시간 노동은 완전 다른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IT업계는 비효율적인 야근을 조장하는 조직문화가 장시간노동의 원인이기에 2차, 3차, 6차까지 이어지는 가치생산의 사슬을 풀 수 있는 해법이 없다면 노동시간 줄이겠다는 말은 매우 허망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의 요구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새벽에 코딩 마치고 잠깐 눈 붙일 수 있는 휴게공간을 달라는 것이다. 복잡한 문제에 대한 현장의 요구를 더 많이 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진보진영의 청년 의제로 ‘실업안전망 강화’를 제시했다. 새누리당이 당론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실업급여의 지급수준과 지급기간을 확대했으나 실업급여의 문턱을 높여버렸다. 구직급여 기여요건을 이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에서 이직 전 24개월 간 270일 이상으로 늘렸고,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조정했다. 이 법에 통과되면 단기계약 노동을 하는 다수의 청년들이 실업안전망 밖으로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련 기사 : <내친 김에… 새누리당, 주 60시간 노동 밀어붙인다>

조성주 소장은 “만일 이를 강행한다면 고용보험법 개정이야말로 노사정합의 관련 입법안 중 청년 입장에서 최악의 입법안이다. 이런 식으로 기여조건을 강화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청년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진보진영과 노동계는 대부분의 구직자를 고용보험 안으로 집어넣는, 전국민 고용보험의 대안을 갖고 싸워야한다. 필요하다면 보험료 인상도 주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정부의 노동개혁 광고 한 장면.
 

오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청년워킹푸어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실업기간 중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다’는 대답은 별로 없었다. ‘일을 하는데 돈이 없다’ ‘다음 일자리를 준비해야하는데 소득이 없으니 불안하다’는 답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오 처장은 또한 “현장에서는 자발적으로 그만뒀다는 식의 권고사직이나 계약자체를 10개월 단위로 받는 일이 다반사라 청년들은 실업급여를 못 받는다. 정부여당은 유연성을 늘리자는 이야기만 하는데 그렇다면 안전성은 어떻게 확보할지 요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