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게 반말 툭툭, 김무성의 언론 활용법
“다 아들 딸들인데” 스피커로 활용하다 불편할 땐 침묵… 기자들 전화 잘 받지만 영향력 따라 차별
“문재인 대표보다는 잘하는 편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언론과 소통을 잘 하냐는 질문에 몇몇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답이다. 김무성 대표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언론과 기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말을 전하는데 능숙하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정제되지 않은 말을 툭툭 던지며 설화에 자주 휩싸인다.
김 대표는 최근 강성노조가 불법파업을 일삼고 공권력을 쇠파이프로 두드려 패는 일이 없었다면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 전경들의 눈을 찔러서 눈을 실명케 만들었다”는 말을 스스로 정정했을 정도로 즉흥적인 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이 사건으로 인해 노동계에는 ‘반노동 인사’로 찍혔으나 보수진영에서는 ‘강성노조’와 맞서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기자들은 언론과의 소통 측면을 두고 문재인 대표와 김무성 대표를 많이 비교한다. 문 대표는 김 대표에 비해 언론 대응에 능숙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문재인 대표는 언론에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아직 그런 경험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야당 출입기자들과 야당 관계자들이 만난 자리에서는 “문재인 대표와 자리 좀 만들어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가 많다. 문 대표가 기자들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김 대표는 적극적으로 언론을 자신의 스피커로 활용한다. 여야를 모두 출입한 경험이 있는 A기자는 “문재인 대표와는 통화가 어렵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통화하면 잘 받는다”며 “김 대표가 언론을 잘 활용하고 있다. 언론에 대고 말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노출시키는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출입기자인 B기자는 “기자들에게 성질을 낼 때는 성질을 내면서도 또 할 말이 있을 때는 기자들을 불러 ‘질문해 봐’라고 할 때도 있다. 자기가 이야기할 수 있는 한에서는 피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정치를 오래 했기에 이 바닥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김 대표가 기자들과의 스킨십이 좋다는 평가를 내놨다. B기자는 “스킨십은 괜찮다는 평가가 많다. 인간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출입기자인 C기자는 “자주 보는 기자들을 만나면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어보는 등 의외로 따뜻한 모습도 보인다”고 밝혔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 정책플라자위 합동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 ||
이처럼 스킨십이 좋다는 평가도 있지만 김 대표가 기자들을 상대하는 방식은 논란의 대상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3년 8월 29일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 리조트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 이후 김무성 대표와 기자들 간의 대화가 대표 사례다. 자리에 함께 한 유민봉 당시 국정기획 수석이 “기자들한테 ‘야 이놈들아’ 이게 통한다는 게 저는 너무 이상하다”라고 말하자 김무성 대표는 “다 아들 딸들인데”라며 한 명씩 기자들에게 돌아가며 “니는 어디 소속이고?”라고 물었다.
지난해 8월 김 대표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도 “기자들에게 왜 반말을 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반말하는 습관은 잘 알고 있고 고치려고 노력한다. 기자들과 생활을 거의 같이 했고 친동생 같은 생각에 나온 것인데 듣기 싫으면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반말을 주고받을 정도의 가까운 사이가 돼야 특종기사도 나오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습관적인 반말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C기자는 “김 대표의 반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기자들이 국민을 대표해 질문하는 건데 너무 막 대한다는 의견도 있고, 자주 보는 친한 기자들이고 어린 기자들이기에 반말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며 “기자들한테까지 무례하다는 비판적인 평가도 있고, 그게 원래 김무성 스타일이라며 이해하는 기자들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무성 대표의 반말이 의도된 행동이라는 해석도 있다. B기자는 “1대 1로 만날 때는 반말로 말하지 않는다. 기자들과 다 같이 있을 때 친한 기자들 몇몇에게 반말로 말하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반말하는 게 불편했는데 나중에는 친해서 저러는가 싶어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반말이 기자들과의 친분을 드러내기 위한 행동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스피커가 되어 줄 언론이 필요하고 기자들은 기사거리가 되는 말을 해주는 김무성 대표가 필요하다. 나아가 김 대표는 ‘반말’을 통해 기자들을 관리한다. 기자들은 김 대표에게 한 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김 대표를 따라다니게 되고, 속에 있는 말 한마디를 더 듣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에 처한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김무성 대표이지만, 정작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당 공식 회의 이후 매번 실시하던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위의 마약 투약 전과가 보도된 날이라 이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기 위해 그랬다는 의혹이 일었다.
A기자는 “김 대표는 말이 많다보니 말실수가 잦다. 사위 사건의 경우 말을 잘못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니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브리핑 금지조치로 김 대표와 취재진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씨의 친일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14일 김경래 ‘뉴스타파’ 기자가 김 대표를 찾아가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김 대표 측이 ‘질문은 받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김 기자와 김 대표 측이 실랑이를 벌였다. 김경래 기자는 “왜 질문을 못하게 하냐”고 항의했고 정성일 새누리당 부대변인은 “인터뷰 안 하기로 돼 있다”고 답했다.
김경래 기자는 이후 뉴스타파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기자들이 김무성 대표를 에워싸고 행진한다. 각자 녹음기, 스마트폰 등을 켜고 김무성 대표를 따라가는데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며 “김무성 대표 측이 일방적으로 백브리핑이 없다고 ‘선언’했다는 말도 있지만, 결국 어떤 기자도 질문을 안 한 건 사실이다. 언제부터 우리 기자들이 이렇게 말을 잘 듣는 순둥이들이 됐나”라고 비판했다.
A기자는 “정치인이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김 대표는 자신의 필요성에 따라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말진 기자들이 달라붙어서 물어보면 이야기를 안 하는데 고참 기자들이나 부장들과 통화하면 일관되게 말을 잘 해준다.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기자의 층위를 가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급’이 높은 기자들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물으면 직접 해명하면서 이해를 구한다는 것. 이 역시 기자들에 대한 일종의 ‘관리’라 할 수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처럼 평소에는 언론을 자신의 스피커로 삼으면서도 불리할 때는 침묵을 지킨다. 김 대표는 사위의 마약
투약사건이 알려지자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해명을 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다. C기자는 “언론을 상대로 필요할
때는 말을 잘하면서도 정작 민감한 사안은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으니 김 대표 입장에서는 언론을 매우 잘 활용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무성식 언론활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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