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비 44억 편성, “세부 사용계획 공개해야”… 비밀 TF, 기획기사 섭외·방송 패널 관리 등 여론전 준비 정황
정부가 국정교과서 편찬을 위한 비용으로 44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했으나 정작 국정교과서를 제작하는 데는 6억 원 정도의 비용 밖에 들지 않는다는 국회예산정책처 추계 결과가 나왔다. 예비비 44억 원의 사용계획을 공개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편찬 비용추계’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교과서 편찬에 최대 약 6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역사교과서는 검정도서로, 중학교의 경우 역사①, 역사② 등 2권이고 고등학교는 한국사 1권이다. 예산정책처는 총 3권의 역사교과서를 편찬할 경우 교육부 국정도서 개발단가를 적용하면 3억4400만원, 현행 검정도서 개발단가를 적용하면 6억5005만원이 들어갈 것이라 추산했다.
▲ 역사교과서 국정전환시 소요비용. (단위 : 백만원). 자료=변재일 의원실 | ||
2005년 이전 국정도서의 개발단가는 초등학교 2841만원, 중학교 3190만원, 고등학교 3400만원이다. 중등은 초등의 1.12배, 고등은 초등의 1.20배 단가다. 이를 2013년 초등학교 국정도서 개발단가 1억원에 적용하면 국정교과서 전환 시 중학교 도서의 개발단가는 초등학교의 1.12배인 1억1228만원으로, 2권이면 2억2400만원이다. 고등학교는 초등학교의 1.20배인 1억1968만원으로 3권 제작에 드는 비용은 총 3억4400만원으로 추계됐다.
검정도서 개발단가를 적용할 경우, 역사교과서의 검정심사본 예정 산출가격을 출판사별로 보면 중학교 역사 ①②의 평균은 2억250만원으로 두 권이면 4억500만원이다. 고등학교 한국사의 8개 출판사 평균치는 2억 4506만원이다. 세 권을 합치면 6억 5005만원이 소요된다.
▲ 중학교 검정교과서 개발단가 현황(2013년 기준, 단위:천원). 자료=변재일 의원실 | ||
결국 실제 교과서를 만들어내는 비용이 6억 원인데 정부가 예비비로 44억 원을 책정했다는 점은 나머지 비용을 여론전에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5일 야당 교문위원들이 공개한 ‘국정교과서 TF 구성‧운영계획안’에 따르면 상황관리팀의 직원 5명이 언론 동향파악, 교원‧학부모‧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협력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홍보팀은 뉴스, 블로그, SNS 등 온라인 동향 파악, 기획기사 섭외, (방송 출연할) 패널 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 국정교과서 TF 구성·운영계획안. | ||
교육부가 남은 예비비 38억 원의 비용을 국정교과서 추진에 유리한 언론환경과 여론을 조성하는 데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개발비로 예비비 중 44억 원을 지출하기로 했으나 그 내역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변재일 의원은 “국정교과서 여론전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교과서 예비비 전체에 대한 내역을 밝혀야 한다”며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육부가 작성한 예비비 명세서와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예비비 사용계획 명세서를 공개하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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