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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아버지가 인민군? 새누리당엔 카드가 없다”

“문재인 아버지가 인민군? 새누리당엔 카드가 없다”

[인터뷰]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여론 이미 기울어, 공안 전략으론 못 뒤집는다”

국정화 여론이 반대로 기울었지만 정부여당은 퇴로없이 국정화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강행 의지를 밝혔고, 새누리당은 ‘북한 지령’ 등 종북몰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확정고시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은 정부여당의 국정화 폭주를 막을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이 새정치민주연합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종환 의원을 만났다. 미디어오늘이 찾아간 29일 오전에도 도 의원은 종로 보신각 앞에서 국정화 반대 서명을 받고 있었다. 도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확정고시는 끝이 아니라 국정화 싸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왜곡‧미화할 생각 없으면 국가가 왜 교과서 저작권 가져가나”

- 국정화 반대 선전전을 하다보면 시민들 반응은 어떤가
“어제 부천역에 갔는데 젊은 사람들은 물론 주부, 어르신들까지 서명에 동참하고 스티커를 받아가더라. 10분~20분 사이에 한 번씩 할아버지들이 ”빨갱이들“이라고 욕하고 지나가긴 하는데, 그런 경우를 빼면 대체적으로 반응이 좋다.”

- 국정화를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찬성이 더 많았다.
“정부여당은 찬성이 많다고 생각하고 국정화로 가겠다는 결정을 한 거다. 교육부가 교육과정평가원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가 있다. 만 명 대상으로 했는데 찬성이 더 많았다. 교사들은 많이 반대했지만 학부모나 일반 국민들은 찬성이 더 많았다. 2013년 김무성 대표가 역사전쟁을 선포하고 100여명의 새누리당 의원과 포럼을 구성해 교학사 교과서 필진인 이명희, 권희영 교수 등의 강의를 들었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실패한 뒤 찬성 여론이 더 많다는 점에 힘을 얻어 국정화까지 왔다.”

- 그런데 지금은 반대가 더 많다. 왜 뒤집혔을까
“이념대결 프레임에 우리는 ‘진실과 거짓’ 프레임으로 대응했다. 교과서 집필기준에도 있고 비판적 기술까지 다 되어 있는 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친다고 거짓말을 했다. 교과서를 보지 않은 여당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펄펄 뛰었다. 단언컨대 김무성 대표도 교과서 안 봤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안 봤다. 대통령도 기운만 느꼈지 안 봤다. 그 대신 편집된 자료만 봤다. 검정 심사를 받기 이전, 수정 명령을 받아 고쳐지기 이전의 교과서를 편집해 만든 교육부 자료만 보고 펄펄 뛰고 흥분해서 플랜카드까지 내건 것이다.”

- 교과서만 보면 알 수 있는 거짓말을 해서 여론이 뒤집혔다는 건가
“그렇다. 교과서를 펼쳐보고 해당 부분만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국민을 속이는 홍보를 했다. 유관순을 가르치는 교과서가 없다고 TV광고까지 하더라.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다.”

- 교과서에 유관순이 진짜 없나.
“2015년 교과서에 있다. 문제 삼은 건 검정 받기 전 2014년 두산동아, 천재교육 교과서다. 왜 없었냐면, 초등학교 교과서는 인물중심으로 가르치기에 유관순에 대해 다루지만 중학교 교과서는 여성독립운동가 전반에 대해 다루고 고등학교에서는 3.1운동과 임시정부에 대해 다룬다. 이런 단계적인 교육과정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무조건 ‘왜 유관순 안 가르치냐’고 한다. 교육에 대한 무지다. 그래서 결국 검정을 거쳐 교과서에 넣었다. 근데 그것도 모르고 유관순이 교과서에 없다고 예전에 들은 것 가지고만 이야기하는 거다.”

-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주장도 한다.
“북한 관련 서술은 전체의 3% 밖에 안 된다. 그 몇 페이지 안 되는 걸 가지고 더 적대적으로 기술하라는 거다. 북한사회의 변화도 가르치지만 교과서에는 평화적 통일에 대해 가르치는 단원이 있다. ‘남북대결 심화되지만 평화통일의 길을 포기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에 개입해서 북한이 저지른 잘못된 일을 다 기술하라는 거다. 문맥에 안 맞는다. 맥락도 안 따지고 전후 문장도 안 따진다.” 

“또 다른 사례로 해방 이후 미군정기 국가성립과정에 설명하는 단원이 있다. 토지개혁에 대해 다루는데, 북한은 무상몰수무상분배 남한은 유상몰수유상분배라고 나온다. 이 단원은 미군정기 국가형성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여기 개입해서 북한이 더 나쁘다고 서술하라고 한다. 유상몰수유상분배한 남한이 더 나빠보인다는 이유다. 앞뒤 맥락도 없고 교육과정 전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사고가 없다.”

   
▲ 정부의 국정교과서 홍보광고.
 

-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고 친일독재를 미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한다.
“왜곡하고 미화할 생각 없으면 국가가 뭐하러 저작권을 가져가나. 교과서를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권한이 국가에게 있다는 것이 국정화의 핵심이다. 미화도 안 하고 왜곡도 안 할거라면 그냥 역사학자들에게 맡기면 된다. 2015년 9월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과정에서 1930년대 독립운동사가 축소됐다. 친일이라는 학습요소는 사라졌다. 교과서 교육과정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놓고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국민을 또 속이는 것이다.”

-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교과서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나
“90% 학자를 좌파로 몰아붙인 뒤 나머지 10% 중에 골라서 교과서를 만들텐데 균형잡힌 교과서가 될 수 없다. 교학사 교과서가 2년 동안 만들었는데 오류가 2200개 나왔다. 이렇게 부실한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이 1년 만에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균형 잡히지 않은 것은 물론 부실하고 위험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 정부여당은 5일 확정고시를 하면 논란이 끝날 거라 보는 듯하다.
“확정고시가 되면 이제 비로소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간다. 1년 내내 진행된다. 집필기관 위탁, 집필자 선정, 1차 예산배정, 집필기본계획수립, 집필, 검정, 2차 예산배정, 재편집 등등.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모든 절차를 졸속으로 비밀로 할 것이다. 집필진도 공개 안 하겠다지 않나. 단계 단계별로 계속 검증하고 싸우는 일이 1년 내내 진행될 것이다. 총선에서도 국정교과서를 이슈화할 생각이다. 가장 좋은 건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어 국정화 여부를 입법사항으로 바꾸는 것이다.”

“시민단체 동향파악‧언론관리, 교과서 제작과 무슨 관련 있나”

국정화 논란은 지난 교육부 ‘비밀TF’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야당 의원들이 공개한 ‘TF 운영계획안’에 따르면 TF는 교과서 집필 업무는 물론 학부모, 교원, 시민단체의 동향을 파악하고 언론을 섭외해 기획기사를 싣고 기고‧칼럼자를 섭외하는 일을 한다. 도종환 의원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은 제보를 받고 25일 밤 TF 사무실이 있는 서울 동숭동 국제교육원을 찾았으나 직원들은 문을 걸어 잠갔다.” 

- 25일 밤 무엇을 확인하러 국제교육원에 갔나
“제보를 받았는데 TF가 청와대 일일보고를 한다고 했다. 교사, 학부모단체를 동향파악하고 언론을 관리하는 내용이 있었다. 교과서 만드는 팀이 왜 이런 일을 하지? 몰래 사무실을 얻어서 왜 이런 일을 할까. 메르스 사태처럼 국가에 중요한 일 생기면 TF를 운영하지만 이런 식으로 비밀스럽게 하진 않는다. 일요일에도 일을 한다고 해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 여당은 야당 의원들이 직원들을 ‘감금’했다고 한다.
“불시방문이다. 교문위 소관기관이니 갈 수 있다. 거기 있던 김연석 역사교육지원팀장과는 동북아역사왜곡저지특위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보는 사이다. 정상적인 업무였다면 우리를 보고 ‘왜 왔나’고 묻고 ‘무슨 일 하는지 확인하러 왔다’고 하면 ‘들어가시죠’라고 했어야 맞다. 그런데 우리를 보고 경찰에 연락하고 문을 걸어잠갔고, 문건을 파쇄하고 컴퓨터를 옮겼다.” 

   
▲ 25일 22시경 서울 혜화동 교육부 산하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회관을 출입통제하고 있는 경찰들. 사진제공=정진후 의원실
 

- TF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보나.
“정상적인 업무라면 TF단장인 오석환 충북대 사무국장이 TF에 파견을 왔어야한다. 그런데 2주 출장을 가고 출장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근무했다. 출장명목도 국정교과서 업무총괄이 아니라 ‘교육개혁추진점검지원’이었다. 건물을 임대하면서 정식협조공문도 보내지 않았다. 정상적인 업무인데 왜 이렇게 처리하나.”

- TF는 여론전을 어떻게 했을까
“모든 자료를 생산했을 것이다. 어느 날 J일보에 한 면 가득 교과서 집필진의 성향에 대해 분석했는데 출처가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다. 강은희 의원에게 교육부가 자료를 제공한 걸로 안다. TF가 만들었을 것으로 본다. 주체사상 가르친다, 6.25 남한 책임으로 보고 있다, 유관순이 없다 등 정부여당이 제공하는 모든 자료를 이 팀에서 생산했을 것이다.” 

- 야당에게는 그런 자료를 안 줬나
“안 준다. 언론과 국회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폭증했기 때문에 역사교육지원팀 인원을 늘렸다고 하는데, 우리는 하나도 못 받았다. 근데 우리 때문에 인원을 늘렸다니 복장이 터진다. TF에서 문건을 161건 만들었고 문서목록만이라도 달라고 했는데 안 준다.”

- 동향파악은 어떤 식으로 했을까
“교육부가 교수들을 조직해 국정화 지지 선언을 하게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학부모단체나 시민단체들 관리했을 거라 본다. 이게 국정교과서 만드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 지금은 의견을 들어야하는 기간이지 반대를 조직하거나 여론을 조작하는 기간이 아니다.”

“역사교과서 그 다음은 국어교과서 국정화다”

반대여론이 늘어나자 새누리당은 이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국정화에 반대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문화일보가 나왔고 이후 새누리당은 ‘국정화 반대=종북’이라는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도종환 의원은 “북한 지령 외에 다른 몇 가지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귀순하는데 이 사람이 518 때 특수부대로 내려왔던 사람이고 이걸 보수언론에 흘릴 거라는 식의 이야기가 돈다. 첩보수준의 흘러 다니는 이야기다. 역사교사모임 연수자료집에 나오는 내용 중 한 교사가 말한 걸 좌편향으로 몰아서 종편에 방영한다거나, 야당 의원들이 전부 친일 부역자의 자식이라는 식의 여러 가지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개입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 여론이 37대 57까지 벌어지니 쓸 수 있는 카드가 공안카드 밖에 없는 것이다.”

도 의원을 인터뷰를 한 29일 오후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부친이 친일 전력자이고 인민군이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유포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새정치연합은 “허위사실 유포의 배후를 찾아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도 의원의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소속 전희경 위원이 “다른 과목도 좌편향됐다”고 말했다. 다른 교과서도 국정화 할까
“그런 우려는 진작부터 있었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에서 2011년 토론회를 했는데 ‘우리는 실력 있는 학자가 부족하다. 논쟁을 하면 진다. 그러니 국정으로 가자’는 내용이 있다. 90%가 좌파라는 식의 이념성향분석도 나온다. 역사교사모임 소속이면 다 좌파, 민족문제연구소면 다 좌파, 촛불집회 참여하면 좌파라는 식이다. 심지어 교학사 집필진 두 명도 좌파로 분류됐다. 보수단체는 국어교과서가 자체 토론회 등에서 좌편향됐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 국어교과서 좌편향의 근거는 뭔가
“남북대립을 소재로 한 희곡이 실려 있거나 신영복 선생이 쓴 글이 실려있으면 좌편향이다. 4대강 반대한 법정스님 글을 빼자는 주장도 했다. 한 학자가 국어교과서 좌편향에 대해 발표한 글이 있는데, 주인공이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을 선택하는 최인훈의 <광장>을 빼야한다고 주장하더라. 국어교사들은 역사 다음에 국어가 국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 이런 이념공세가 먹혀들까
“너무 단순하고 지지층만을 위한 전략 밖에 구사를 못한다. 37% 밑으로 지지층이 내려가지 않으니 계속 거짓선동을 반복한다.”

- 이길 수 있을까.
“이 싸움은 이미 야당과 여당, 정권의 싸움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싸움이 됐다. 정부여당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대자보와 플랜카드가 붙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공안전략만으로는 못 이긴다. 나아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다 반대한다. 역사학자들이 매우 분노하고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 중국의 동북공정 때 학자들 불러서 토론회하게 하고 논리 제공해달라고 요청해서 여태까지 정부와 같이 싸웠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 좌파로 몰아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 중국과 역사 전쟁이 벌어지면 정부는 누구와 함께 싸울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