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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소요죄 검토 공안독재·민주노총 죽이기

집회시위 소요죄 검토 공안독재·민주노총 죽이기
경찰, 1차 민중총궐기에 “소요죄 검토”…“대통령 한마디에 무리수, 공안입법 전초전”

경찰이 지난 11월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지도부에 대한 ‘소요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회시위에 대한 소요죄 적용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무리수’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소요죄 적용이 목적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찰청은 6일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에서 “경찰은 압수수색 문건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민주노총 등 몇몇 단체에 의해 사전에 불법 폭력시위로 기획되고 시위 당일 역할과 소요자금 조달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분담했던 정황도 여러 경로를 통해 포착하고 있다”며 “소요죄에 대한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요죄는 형법 제115조에 명시돼 있다. 형법 115조는 “다중이 집합하여 폭행, 협박 또는 손괴의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경찰이 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집회가 아닌 ‘폭행’ ‘협박’ ‘손괴 행위’로 해석하겠다는 뜻이다. 소요죄가 ‘공안을 해하는 죄’의 세무항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이 이번 사건을 공안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찰이 그간 불법폭력집회가 벌어졌다고 판단해도 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요죄 적용은 매우 이례적이다. 법원이 소요죄를 인정한 경우도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6년 5.3 인천항쟁 등 전두환 정권 때 뿐이다.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지난 30여 년 동안 이 땅에서 사라졌던 ‘소요죄’를 다시 부활시킨다면 ‘공안 독재’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소요죄 적용이 무리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요죄 적용은 한 지역을 마비시킬 정도의 소요 사태, 즉 폭동이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김경진 변호사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무리한 해석이다. 소요죄란 한 지방의 법질서를 깨뜨릴 정도일 때 적용되는 것인데, 시내 일부 도로에서 공공기물 파손이 있었다고 해서 지역의 평온을 해칠 정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소요란 한 지방이나 지역의 안전을 해쳐야한다. 공안적인 개념이 강하다”며 “광화문사거리에서 집회했다고 무슨 소요냐”라고 반문했다.  

경찰은 소요죄 적용의 근거로 이번 집회에서 벌어진 폭력이 기획됐다는 점을 들었다. 경찰청은 “한상균은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당시 ‘15년 하반기에 10만 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시위 등 강경투쟁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이후 모두 23차례에 걸친 사전회의를 통해 노농빈 연대 투쟁을 결의하고 종전에 사용했던 ’바꾸자 세상을‘이라는 구호를 ’뒤집자 세상을‘이라고 변경하였고 ’청와대 진격‘ ’서울시대 난장‘ ’서울 도심 마비‘를 주장하며 폭력시위를 구체적으로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한 △시위에 필요한 동원 인원과 분담자금을 참가단체들에게 할당한 점 △일부 단체가 쇠파이프와 밧줄을 준비하여 경찰차벽을 뚫고 청와대로 진격 투쟁할 것을 지시하는 등의 폭력 행위를 교사한 사실 △집행부가 집회 당시 마이크를 통해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어내릴 것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시위대들이 쇠파이프로 경찰을 폭행하고 방패 등 경찰장비를 탈취하거나 차량을 손괴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경찰이 내놓은 근거들이 폭력의 기획성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노총은 6일 논평에서 “일부 시위참가자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차벽 일부를 밧줄로 당겼던 항의를 인명을 위해하는 폭력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쇠파이프는 조직적으로 준비된 것이 아니며, 13만 명 참가자 중 채 10명도 되지 않을 사람들이 물대포 공격에 흥분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주변 시설물을 이용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또한 “경찰이 말한 복면은 민주노총 가맹 조직이 조합원 기념품으로 나눠준 ‘버프’로 추정된다. 겨울 보온의류 소품이 테러범의 복면으로 둔갑한 것”이라며 “한상균 위원장은 선거공약으로 총파업을 내걸었을 뿐 10만 시위를 선전한 바도 없다. 또한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1월 1일 시작되는바 대규모 시위를 기획할 권리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설령 폭력의 기획성이 인정된다 해도 소요죄 적용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경진 변호사는 “폭력의 기획 여부와 관계없이 폭력시위가 한 지역의 헌정질서를 해칠 정도까지 가야 소요죄 적용이 가능하다”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경찰이 무리하는 것 같은데, 경찰이나 검찰은 밀어붙일지 몰라도 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요죄 적용은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거나 시위대를 IS에 비교하며 복면금지법을 주장하는 정부여당의 공안몰이의 일환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상희 교수는 “법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경찰이 이렇게 분위기를 띄우고 언론이 보도하면 민주노총이 아주 나쁜 단체처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라는 주장은 새누리당에서 처음 나왔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다중이 모여 깨부수고 사람 때려눕히는 게 폭동이다. 당장 소요죄를 검토하라”고 말했다. 김수남 후보자는 “그런 부분까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6일 소요죄 검토를 밝히며 “고발단체를 비롯한 일각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대표들을 소요죄로 처벌해야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을 들었다. 

한상희 교수는 “민주노총을 통합진보당을 대체하는 또 다른 타겟으로 삼은 것 같다. 통합진보당 해산이 검찰의 전리품이었다면 경찰도 그런 성과를 내고 싶다는 의지로 읽힌다”며 “이 국면을 계속 끌고 가 테러방지법도 만들고 노동개악도 밀어붙이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7일 성명을 통해 “경찰의 이번 소요죄 적용검토 주장은 테러방지법 등 일련의 공안악법을 입법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며 “실제 적용여부도 불분명한 소요죄를 언론에 공표하여 이번 민중총궐기대회가 ‘불법·폭력집회’였다고 선전함으로써 공안입법을 위한 그들의 주장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