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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8분 안철수 20분? “유치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8분 안철수 20분? “유치하기 짝이 없다”

이희호 여사 예방 시간 놓고 교묘한 '디스'… “쾌유 바라느라 서둘러 일어난 것, 스포츠 경기마냥 보도”

정치인의 행보는 항상 정치적 해석을 낳는다. 하지만 언론이 무리한 의미부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이희호 여사 예방시간을 비교하면서 이희호 여사가 안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러한 보도에 대해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안철수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안 의원은 이 여사에게 “저희가 새로 만드는 정당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 그리고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 꼭 이루겠다. 열심히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동교동계와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몇몇 언론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이희호 여사 방문시간을 비교하며 안 의원이 문 대표보다 더 오랜 시간 만났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문 대표는 8분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안 의원은 20분이나 만났다는 것.

TV조선은 4일 보도에 서 “안철수 의원을 맞이한 이희호 여사의 반응이, 며칠 전 문재인 대표를 만났을 때와는 상당히 달랐다”며 “이 여사는 안 의원에게 직접 담근 모과차를 내어주고, 비공개 독대를 하는 등 25분간 만났다. 사흘 전, 이 여사는 문재인 대표와는 불과 8분 마주했고,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고 전했다.

   
▲ 1월 4일자 채널A 갈무리
 

같은 날 채널A도 “이 여사는 문재인 대표의 신년 인사 때는 8분을 할애 했지만,안 의원과는 20분 넘게 만났다”며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예방했을 때 비공개 회동 없이 8분간 짧은 대화를 나눈 것과 대조적”이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총선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신당의 3자 구도를 염두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도로 치러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병헌 더민주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희호 여사 방문을 둘러싸고 속이 훤히 보이는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를 보면서 안타까운 동시에 언론 현실에 대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새해 첫날 이희호 여사를 만나 뵙고 새해 인사 드렸는데 깜짝 놀랐다. 팔에 기부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넘어지셔서 늑골 4개에 금이 갔고 왼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하셨다는 설명을 듣고 참으로 깜짝 놀랐고 걱정됐다. 95세 고령 여사님 쾌유하시기 바라는 마음에 서둘러 자리를 마무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은 이어 “그런데도 방문시간을 비교하면서 어이없는 의미를 부여하는 불미스러운 보도가 참으로 유감스럽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새해 인사드리는 자리를 두고 스포츠 경기마냥 시간을 재서 분석하고 누구는 8분이니 누구는 20분이니 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재단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1월 5일자 조선일보 ‘뒤카’ 갈무리. 출처=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1/05/2016010503277.html
 

전 위원은 “우리가 먼저 자리를 일어서서 나왔고 이 여사가 차 대접까지 하려고 따뜻하게 맞아 주셨다는 것은 그 자리에 있던 언론인이라면 다 안다. 더욱이 (문 대표에게) ‘부디 바라는 일 잘 되었으며 한다’고 덕담까지 해주셨는데도 마치 당을 홀대한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이 여사를 욕되게 하는 것”이라며 “일부 보수언론들이 이 같은 황당한 보도를 통해 누구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고 왜 들고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속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몇몇 언론이 이희호 여사가 안 의원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보도함으로써 야권의 분열과 정쟁을 부추기는 보도를 했다는 비판이다. 추미애 더민주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전국을 유세 다니신 분이며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당이 이 당이다. 이 당을 안에서 흔들고 밖에서 파괴하려는 세력에게 절대로 힘을 실어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추 위원은 “연초에 세배 문안하면서 일생의 반려자(김대중 대통령)가 소중하게 아끼고 가꾼 그 당을 부수는 일에 손들어 달라고 이용하는 것을 누가 믿겠나. 8분이건 20분이건 그건 코미디 같은 일이니 전병헌 위원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전 위원은 “걱정하는 게 아니라 팩트가 있어야 한다, 팩트가”라며 언론 보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추 위원은 “내가 드린 말씀이 팩트”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