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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가 안철수 낙점? 오보 논란 진실은…

이희호가 안철수 낙점? 오보 논란 진실은… 

안철수 신당 과잉 해석에 더민주 '발끈', 김홍걸은 "사실무근, 중앙일보에 정정보도 요청할 것" 주장

호남 민심을 둘러싼 안철수 신당과 더불어민주당 간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희호 여사의 발언을 둘러싸고 진실공방까지 진행되는 양상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4일 새해 인사를 위해 이희호 여사의 동교동 자택을 방문했다. 안 의원은 이희호 여사와 20분 간 독대 비공개회동을 했다. 안 의원은 당시 비공개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교체를 하는데 꼭 중요한 역할들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기대를 가진다는 말씀도 해주셨다”고 밝혔다.

언론은 이날의 회동을 지난 1일 문재인 더민주 대표와 이희호 여사 간 회동과 비교했다. 문 대표와는 8분밖에 만나지 않았고 비공개 회동도 없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희호 여사와 동교동계가 안철수 신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추측 보도가 쏟아졌다.

6일 이런 추측에 쐐기를 박는 보도가 나왔다. 중앙일보 8면 기사다. 중앙일보는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무소속 안철수 의원에게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전한 것이다. 이 여사가 ‘정권교체에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전언 대신 이 여사의 말이 큰 따옴표를 통해 직접 인용됐다.

   
▲ 6일자 중앙일보 8면 기사
 

중앙일보는 이 여사가 안 의원에게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 “올해 총선에서도 많은 숫자(의석)를 가져가야 하는데” “지난 (2012년) 대선 때 내가 좋아했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많이 좋아하고 응원했는데, 마지막에 후보를 내려놓게 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안 의원이 “건강하셔서 꼭 정권교체 상황을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이 여사가 “꼭 정권교체하세요, 꼭”이라고 재차 강조했다는 상황도 전했다. 모두 회동에 배석했다는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반박이 나왔다. 이희호 여사의 삼남인 김홍걸씨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이다. 김씨는 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자 중앙일보 8면 보도와 관련해서 어머님께서 직접 확인한 결과, 어머님은 안철수 의원의 말씀을 듣기만 하였을 뿐 다른 말씀을 하신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한 “사실과 다른 보도 내용에 대해 어머님께서는 어이가 없어 하셨다. 어머님 뜻과 전혀 다르게 보도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셨다”며 “중앙일보에 관련 보도를 정정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여사의 발언을 둘러싼 진실공방에서 읽어낼 수 있는 행간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 여사의 발언이 과잉 해석됐을 가능성이다. 안 의원이 이 여사를 방문했을 당시 ‘정권교체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는 정도로 말했다는 이야기만 전해졌지만,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구체적인 발언 내용이 공개됐다. 김홍걸씨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안 의원 측이 이 여사의 의례적인 발언을 과잉 해석해 공개함으로써 호남 민심이 안 의원에게 기울었다는 점을 기정 사실화하려 했을 수도 있다.

중앙일보가 공개한 발언은 모두 ‘안철수 의원 측 관계자’로부터 나왔다. 중앙일보 기사에는 ‘회동에 배석한 안 의원 측 관계자’라는 말이 등장하지만 안철수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비공개 회동 때는 두 분(이희호 여사, 안철수 의원)만 들어가셨을 뿐 아무도 안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 다른 행간은 더민주가 안 의원의 이런 행보와 언론의 해석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와 관련된 이희호 여사의 발언은 안 의원의 입을 통해 이미 지난 4일에 공개됐다. 그 당시에 더민주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이후 각종 추측이 이어지자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 홍걸씨가 보도자료를 뿌리기에 앞서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홍걸 박사가 오늘 아침 보도를 보고 이희호 여사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대변인은 “기사에 따르면 안 의원 측에서 이런 말을 한 것으로 돼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면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겠지만 적절치 않은 언론플레이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변인의 기자간담회 이전, 더민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희호 예방을 둘러싼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방문시간을 비교하면서 어이없는 의미를 부여하는 불미스러운 보도가 참으로 유감스럽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새해 인사드리는 자리를 두고 스포츠 경기마냥 시간을 재서 분석하고 누구는(문 대표) 8분이니 누구는(안 의원) 20분이니 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재단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위원은 또한 “일부 보수언론들이 이 같은 황당한 보도를 통해 누구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고 왜 들고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봐도 속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호 여사의 의중이 안 의원에게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자 당 차원에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한편 한 중앙일보 관계자는 기사가 오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중앙일보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상적인 취재와 확인을 거쳐 나온 내용이고 지면 기사 내용 그대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