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통크게 ‘재벌민원법’을 받아라?
‘통 큰 양보’ 인상 주며 사실상 야당 압박…“대기업 불법파견, 파견법 통과되면 말끔히 정리”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5법 중 기간제법은 중장기 과제로 미루자며 대신 파견법은 꼭 통과시켜야 한다는 사실상의 지침을 내렸다. 파견법이 재벌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가장 잘 반영하는 법이기에 파견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13일 대국민담화에서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여야 간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은 고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 중의 핵심은 새누리당이 발의한 노동5법(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이다. 새누리당은 5개 법안의 일괄처리를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간제법, 파견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부터 처리하자고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기간제법 철회’는 ‘정부가 통 크게 양보했다’는 인상을 주어 나머지 4대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실제 보수언론은 14일 이 제안을 ‘대통령의 양보’로 포장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며 “기간제법을 빼면 노동개혁법을 둘러싼 쟁점은 많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고육책”이라며 “노동계와 야당은 기간제법안과 관련해 비정규직만 양산할수 있는 악법이라고 비판해왔다. 노동계가 절충안으로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겉보기에는 양보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기간제법을 양보했으니 나머지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는 전략이다. 만약 야당이 파견법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면 야당을 ‘양보 없이 고집만 부리며 경제의 발목을 잡는 집단’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 14일자 동아일보 | ||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노동개혁 5대 입법은 함께 처리되어야 효과가 극대화 되지만 청년들의 고용절벽과 장년층의 고용불안을 방치할 수 없기에 ‘노동개혁 입법의 분리처리’라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라며 “야당의 반대를 수용하여 기간제법에 대해서 더 논의하기로 한 만큼 파견법의 개정시 500만명의 파견직이 양산된다는 터무니없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은 접고 노동개혁 입법 처리에 즉각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일괄처리가 아니라 일부만 처리되면 법 개정의 효과가 없다며 야당을 압박하던 정부여당이 이제 와서 인심 쓰듯 4개 법안만 분리처리하자는 것은 국민과 야당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이라며 “더군다나 노동5법에 대해 노사정이 충분한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것은 순서가 아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큰 쟁점인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 기간제법을 버리고 파견법을 선택한 이유를 두고 파견법이 재벌 대기업이 주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민원법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파견법은 파견근로를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 및 파견 급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고령자 파견을 허용하고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파견을 허용하며, 뿌리산업(금형, 주조, 용접 등 6개 업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내친 김에… 새누리당, 주 60시간 노동 밀어붙인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0대 재벌의 경우 사내하청이 40만 명에 달한다. 현대차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대법원은 반복해서 이러한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이번 파견법이 통과되면 이러한 문제가 말끔하게 정리 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게다가 고령자와 전문자, 관리자,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은 사실상 파견근로의 전면화로 이런 면에서 파견법은 재계 내지는 재벌이 가장 바라는 민원사항”이라며 “기간제법은 2009년 이미 한참 논란되다 도입되지 못했던 사안으로 통과되면 좋지만 안 된다 해도 지금하고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고 (재계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파견법은 철강, 자동차, 조선, 기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회사의 민원법“이라고 밝혔고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같은 자리에서 ”정부의 파견법 안이 통과된다고 하면 대법원이 지금까지 판시한 대기업들의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쥐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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