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의 전통 복원하려 대전에서 창당"
국민의당 창당대회, 엑소 노래 틀고 취준생이 사회… 중도 무당파층 공략 시사
지난 2012년 대선과 총선 최대 변수는 갑자기 등장한 안철수 현상이었다. 서울시장직을 양보하며 시작된 안철수 열풍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지닌 1위 박근혜 후보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했다.
2016
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공식 창당한 국민의당 창당대회는 안철수 열풍을 되살리려는 모습으로 가득찼다. 국민의당은 2일
오후 2시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개최하고 안철수, 천정배 의원을 당의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또한 최고위원으로
주승용‧박주선 의원, 김성식 전 의원, 박주현 변호사를 선출했고 김한길 의원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2011
년, 2012년 안철수 열풍의 근원은 양당 정치 모두를 믿지 못하는 국민들의 새정치에 대한 열망이었다. 창당 대회에서도 이러한
점이 부각됐다. 윤여준 공동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치인들은 수도없이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번도 제대로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 그래서 안철수라는 사람이 등장했을 때 국민들이 바꿔달라며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준 거 아니냐”고 말했다.
창당 결과를 보고하는 동영상에는 기존 정치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정치라는 말을 들으면 짜증난다” “많은 공약을 내세우지만 지켜지지 않는다”는 시민들의 인터뷰 영상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해가 뜨고 새벽이 와야 어둠이 물러나듯이 사람을 바꾸고 판을 바꿔야 진짜 정치가 시작된다”며 ‘3당 민생정책 회담’을 다시 한 번 제안했다.
안
대표는 “여야 기득권 양당은 19대 국회가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했는지를 스스로 반성하고 이제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쟁덤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민 앞에 약속해야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이 양당을 비판하는 위치에 서서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총선과 대선
국면에서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열풍의 주역이던 중도 무당파층을 공략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드러냈다.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창당대회 대회사에서 “중심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도다.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도지만 우리는 일제식민지배, 남북분단, 냉전시대를 경유하면서 이 고귀한 중도의 가치를 잃었다”며 “국민의당은 이 고귀한 중도의
전통 복원하기 위해서 오늘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을 하면서 높이 중도개혁의 깃발을 올린다”고 말했다.
충청권에서
창당대회를 한 것도 이런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보도자료에서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인 대전 충청권이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만큼 대전 충청권의 민심을 얻고 4.13 총선 승리를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상진 위원장은 또한 “세월호 참사까지도 이념투쟁, 정치분열 소재로 전락했다.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라며 “서울시민 의식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져야한다는 정도가 100점 만점에 77.5점으로 가장 높다. 그 다음이 새누리당이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참담함 현실로 국민의당은 이념갈등 시대의 종언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정대철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65% 이상의 국민이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다. 옛날 정당, 구정당을 가지고 해낼 수
있을까? 많은 국민들이 옛날정당을 가지고 할 수 없다고 해서 신당인 국민의당을 만든 것”이라며 “중도우파 국민의 지지까지 받을
수 있는 이념적 스펙트럼 넓은 정당으로 가야, 국민의 넓은 지지를 받아내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세력이다. ‘안철수 열풍’의 주역은 정치에 무관심한 무당파 중도층과 청년들이었다. 국민의당은 창당대회에서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창당대회 식전행사 진행은 27세 자원봉사가 이경휘씨가 맡았다.
이씨는 자신을 “입사원서도 수없이 많이 써보고 탈락도 많이해 본” 취준생이라 소개하며 “국민의당은 청년의눈으로 청년을 바라보는 정당이길 바란다. 청년들도 동등하게 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식
전행사 때는 아이돌 그룹 엑소(EX0)의 노래 ‘마마(MAMA)’가 흘러나왔다. 기자들끼리 “무슨 노래야?”라고 물을 정도로
창당대회에는 생경한 ‘젊은’ 노래였다. 이경휘씨는 “(노래 가사 중에) ‘우리는 왜 더 이상 소통하지 않을까. 왜 사랑하지
않을까. 바꿀 수 있다고 바꾸면 된다고’라는 대목을 기억해 달라”며 “새로 출발하는 국민의당이 소통하고 사랑하고 바꿀 수 있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민의당은 ‘정치에 관심없는 평범한 젊은층’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창당대회에 모인 사람들은 대다수가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기성 정치인들의 지지자들로 보였다. 이날 모인 6000명의 당원들은 지도부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각자가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정대철 전 고문은 축사에서 “젊은 사람들이 참여해야하지만 중장년층의 지지
없이는 절대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장년층과 노년층, 50대 이상이 국민의 23%고 보궐선거에서는 42%, 다음 대선에서는
46%가 된다”며 “20대. 30대 유권자는 지금 58%지만 다음 보궐선거에서 38%, 다음 대선에서 34~35%가 된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장년층 노년층의 지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공표한다”고 말했다.
결국 전당대회에서 국민의당의 보여준 간극, 대표한다고 말하는 지지세력과 실제 지지세력 사이의 간극을 해소하는 것이 앞으로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성공하는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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