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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체험한 편의점 알바, 난 초등생부터 했다”

“안철수가 체험한 편의점 알바, 난 초등생부터 했다”

[인터뷰] 노원병 출마하는 이동학 전 더민주 혁신위원…“청년이 튼튼하지 않으면 노년도 무너진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 최대 변수는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당장 안철수 의원의 노원병 생환을 걱정해야할 처지다. 노원병에 ‘청년 후보’를 자처하며 출마한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 원병에는 또 한 명의 청년후보가 있다. “엘리트만이 아닌 평범한 시민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등장한 33세의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전 혁신위원이다. 이 전 위원은 노원병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이동학 전 위원을 만났다. 이 전 위원은 오는 5일 공식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있다.

- 노원병에는 특별한 연고가 있어 출마했나

“연 고는 없다. 최근에 전입신고를 했고 집을 얻어서 들어가 살고 있다.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이고, 제가 현재 살고 있는 곳(부천)과 삶의 환경이 유사한 동네다. 다세대주택과 빌라 많고, 월세 내는 사람들 많고. 제 형편에 (이사)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전통적인 서민동네이자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평범한 이들을 대변하고 싶었다”

- 당 후보로 나서려면 일단 당내경선부터 통과해야한다.
“저까지 포함해서 현재까지 네 분이 등록했다. 젊은 내가 더 활력있고 역동성 있는 노원, 청년들이 이사오고 싶은 노원, 문화가 살아 있는 노원을 만들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어필하고, 노원 주민들의 평가를 받겠다”

▲ 이동학 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 소장(가운데)이 4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동학 페이스북

- 노원병은 안철수 vs 이준석 구도가 짜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구가 화제가 되자 이에 편승해서 몸값 올리려고 한다는 시선도 있다.
“충 분히 편승이라 볼 수 있다. 편승 맞다. 다만 편승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주민들이 살아왔던 길과 앞으로 제시하는 길이 일치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면밀하게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격전지가 된 만큼 검증할 수 있는 시선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두렵지 않다. 누가 노원의 상황을 제대로 이야기하는지 경쟁하고 검증받고 싶다”

- 출마의사를 밝히며 SNS에 “엘리트만이 아닌 평범한 시민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썼다. 이준석 후보를 겨냥한 것인가
“안 철수, 이준석 후보 두 분 다 엘리트다. 안철수 의원이 편의점에서 하루 동안 알바 체험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 저는 이런 알바를 초등학교 때부터 해왔다. 당 대표나 정치인들이 ‘하루 체험해봤으니 도와줄 게’라고 말하는, 이런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식당 아주머니가 의회로 들어가고 평생 알바한 청년이 국회로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할 일은 알바 체험이 아니라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일 아닌가”

- 두 엘리트보다 평범한 이동학을 선택하라는 말인가
“노 원은 굉장히 많은 평범함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노원은 지난 번 새누리당 홍정욱 의원에게 속았고 이번엔 안철수 의원에게 속았다. 이제는 평범한 우리가 뭉쳐서 이길 때가 됐다. 그나마 우리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노회찬 의원이었다고 생각하는 데, 그 이후 노원의 정치는 엘리트 독점으로 돌아갔다. 이번 노원병 선거는 우리를 진짜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선거다.

- 젊은 노원을 만들고 싶은 입장에서, 이준석이 아니라 이동학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대 비되는 점이 많이 있다. 이준석 후보와 내가 살아온 삶은 간극이 크다. 이준석씨는 머리가 좋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다. 저는 공부보다는 삶과 계속 싸워 왔다. 어렸을 때부터 신문배달, 피자배달, 치킨배달 아르바이트에 노점상, 삶의 궤적이 다르다. 평범한 노원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그러면서도 난 사회를 바꾸기 위해 살아왔다. 청소년 연설대전이나 신촌대학교 등 대안적인 교육모델에 대한 실험을 해왔다. 이런 부분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선명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거칠게 말하면 이준석은 금수저인데 이동학은 흙수저란 뜻인가
“지 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누구일까. 빈부 격차, 임금 격차, 삶의 격차는 심각해지는 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우리 편이 있어야한다. 우리 편이 아닌 후보를 찍으면 그는 우리를 대변해주지 않는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이런 진정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 정치는 어쩌다 하게 됐나. 보통 먹고 살기 어려우면 정치에 관심 갖기 어려운데.
“초 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국가로부터 학비지원을 받았다. 국가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아버지가 없으니 어머니가 학비를 부담해야하는데, 그 일을 국가가 해줬다. 국가가 국민을 도와줘서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것이 감사해서, 아버지가 군인으로 국가유공자라 6개월 복무만 하면 됐는데도 해병대에 자원했다. 첫 번째 계기였다”

- 국가에 감사하다고 꼭 정치를 하는 건 아니다.
“고 3때 학교에 두발자유화 열풍이 불었을 때 학생회장이었다. 선생님들과 대립만 하고 우리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았는데 몇 개월 지나서 어디선가 공문이 왔다. 학생들과 상의해 두발자유화를 일정부분 도입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정치인들이 노력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때 ‘정치가 멋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부당함을 바로잡고 약자를 도와주는 거구나, 그걸 고3때 느꼈다. 이후 군대를 갖다 온 이후 우연히 창당대회에서 의자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때 정치인들이 연설하는 걸 보고 정치가 더 멋져 보였다. 그래서 입당했다”

- 들어와 보니, 진짜 정치가 멋있던가. “전 혀 그렇지 않았다. 당이 청년들을 많이 이용했다. 23살 때 당에서 일하다가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경선과정에서 선거인단을 구성하는데, 청년들이 부족하다보니 당 자원봉사자들이 청년들 주민번호와 전화번호를 가지고 (임의로) 선거인단 명부를 만들었다. 나는 선거인단에 포함돼 있다고 투표를 하라기에 투표를 했는데, 불법으로 모집된 선거인단에 들어갔다며 벌금 300만원을 내라고 하더라”

- 300만원은 본인이 부담했나.
내 가 냈다. 당에 들어오자마자 그런 일을 겪었다. 그러니 내가 이 당을 얼마나 황당하게 봤겠나. 정치가 참 비정하다고 생각했다. ‘깨끗한 정치 잘 사는 나라’ 이런 구호들이 멋있다고 생각해 들어갔는데 현실에서는 술수가 난무하고, 처참했다. 이 길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당 안에 남아 바꿀 것인가 두 가지 선택 속에서, 바꾸기로 했다. 청소년기 멋있다고 생각했던 정치가 더럽게 펼쳐지고 있다는 데 동의가 안 되더라. 비슷한 이유로 정치를 떠난 친구들도 많다. 함께 시작했던 친구들 중 남아있는 친구가 많지 않다”

- 그런 정치를 바꾼다며 최근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안 의원이 혁신정당을 만들어주길 기대했다. 안철수 열풍은 청춘콘서트 등 청년세대의 기대감으로 인해 일어났고, 그 때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랐다. 탈당하면서 어르신들 영입하는 작업보다 청년당원 10만 명을 모으는 캠페인을 먼저 벌였다면 어땠을까. 지금 정당이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 여전히 5060 중심의 정당이다. 청년세대는 아예 없다. 뭐가 혁신인가. 선거에 급급해 창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제3정당이 아니라 삼류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청년층의 기대와 열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전략을 쓰길 바란다”

- 그래도 대선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밀어줘야 결국 노원이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진 노원 주민들도 있더라.
“안 의원에게 그런 기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각을 좀 바꿔서, 노원에서 건강한 아들 한 명 키워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화합하고 숨 쉬면서 우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줄 대통령 후보를 지금부터 키워주는 것 어떨까, 이렇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 지난 총선 대선 때는 당 차원에서 청년들을 후보로 세우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화제다.
“당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어르신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건 매우 유의미하다고 본다. 바꿔 말하면 어르신들 말고 다음 세대가 준비가 덜 됐다는 거다. 정치적으로 자립할 기반 자체가 없다. 서글픈 현실이다. 정당은 노인의 지혜와 청년의 혈기가 잘 융합돼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정당이 청년들을 키우기보다 써먹으려고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당들이 청년 육성에 힘쓰고 있다고 보나
“키우지 않는다.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정당이 미래지도자를 키우지 않는 건 큰 미스다. 청년 육성을 위해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는데. 일회성일 뿐 시스템이 없다”

- 안  하는 건가, 못하는 건가
“의 지가 없다. 선거 때만 필요성을 느낀다. 투표할 때나 필요하지 일상적으로는 필요하지 않다. 나아가 청년들이 정치에 진출하려면 어딘가에 줄을 대야하고 어떤 계파에 속해야하는, 이런 문화도 큰 장애요인이다. 이념과 가치가 아니라 사람을 따라다녀야 한다. 더민주는 지금 이런 부분의 부족함에 대해 자성 중이고, 더불어콘서트 등을 기획하며 소통 정당으로 변해가는 시기다. 이 때 만들어야 한다”

- 더민주의 최근 인재영입이 긍정적 평가도 받지만, 당 내에서 준비 중인 청년들 입장에선 박탈감도 느꼈을 것 같다.
“상 실감이 있다. 인재는 외부와 내부 두 가지 바퀴가 다 잘 돌아가야 한다. 외부영입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그렇지 않고 선거 때만 영입을 하다 보니 누구는 열심히 그 길을 달려왔는데, 누구는 반칙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예컨대 상반기와 하반기에 연설대전을 기획해서 누구든지 자기 정견을 밝힐 기회를 주고, 괜찮은 사람들이 입당할 수 있는 일상적인 통로를 당이 만들어야한다”

-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청년공약들을 내놓을 텐데, 어떤 공약이 필요하다고 보나
“일 자리와 주거 문제가 핵심이다. 당에서 일자리 70만개 만든다는데, 그런 구호가 먹힐까 의문이다. 초점은 중소기업을 가고 싶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다. 두 배에서 다섯 배 가까이 차이 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불공정거래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정치가 할 일이고 나도 그런 이야기를 할 것이다. 주거문제의 경우, 전세가 씨가 말라가면서 이제 주거형태는 집 소유주와 월세, 두 가지로 귀결될 것이다. 반값 월세를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월세소득에도 세금을 부과해야한다. 한 가지 더 꼽자면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으로 결혼이 고통스럽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 사진=이동학 소장 제공


- 흔히 노인들은 빈곤층이라는 이유로 복지 대상으로 보는데, 빈곤층이 된 청년들을 복지 대상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있다.
“어 르신들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점점 늘어날 노인복지 비용에 대비하려면 청년세대가 소득활동을 하고 생산활동을 해 부를 축적하고. 이것이 세금으로 가야 한다. 청년이 튼튼하지 않으면 노년도 무너진다. 청년에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비용이 아니라 투자고, 안전망이라기보다 활력망이다. 지금처럼 청년에 투자하는 것을 비용으로만 보면 노인세대의 행복도 결코 오지 않는다”

- 좋은 문제제기인데, 그렇게 바뀔 수 있을까
“정치가 할 수 있다. 그것도 청년정치인들이 할 수 있다. 청년정치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바뀌는 게 없다. 기성세대에게만 세상을 맡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