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사장'의 친노 청산, 탈당파 명분 흔들까
더민주 김종인 체제 첫 컷오프, 야권 통합의 최대 변수…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판단” 당내 반발 수습도 관건
총선을 앞둔 야권에서는 ‘야권통합’과 ‘제3정당’이라는 두 개의 명분이 충돌하고 있다. 이 충돌에서 어떤 명분이 승리할지는 더불어민주당의 ‘컷오프’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더 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에 이어 새누리당의 과반을 막고 개헌저지선을 확보해야 한다며 야권통합을 주장하고, 이에 김한길 의원 등 일부 국민의당 의원들이 호응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독자파’는 총선의 목표로 ‘기득권 양당구조 타파’를 제시하며 제3당의 길을 고수하고 있다.
이르면 9일 발표될 더민주 현역의원 컷오프가 야권통합이냐 분열이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1차 컷오프에 이어 2차 컷오프에서 초재선 30%와 3선 이상 50%를 대상으로 정밀심사를 실시한다. 공천관리위원들의 가부투표를 거쳐 컷오프 대상자를 선정한다. 대상자는 10여명 안팎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 민주는 컷오프 대상자를 직접 발표하지 않고, 전략공천이나 경선후보 명단을 발표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컷오프 대상자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가 9일 발표할 전략공천 대상자, 경선후보 명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현역 의원들이 컷오프 대상이란 뜻이다.
이번 2차 컷오프는 사실상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차 컷오프는 문재인 전 대표 체제 하에서 만들어진 혁신안에 따른 소위 ‘시스템 공천’에 의한 결과였다. 반면 2차 컷오프인 ‘초재선 30%, 3선 이상 50% 정밀심사’라는 기준은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선 이후 공천관리위원회가 주도해 만들었다.
김 대표가 친노와 86세대 의원, 소위 ‘운동권’ 그룹에 손을 댈 경우 국민의당 ‘독자파’에게도 명분이 생긴다. 김종인 대표는 지난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 당에 와서 패권정치를 씻어내려고 계속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패권정치가 다시 더불어민주당에서 부활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현실성 없는 진보정책은 이 당에 다시는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시정을 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서도 당내 강경파로 불리는 의원들의 공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선 가능성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다”며 “저런 사람 공천했나 해서 분위기 흐려질 수는 있는데. 나중에 정 그런 사람이야 공천위에서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더민주의 야권통합 제안을 거부한 주된 이유는 ‘당내 패권주의’ ‘친노’ 청산이었다. 안철수 대표는 김종인 대표를 ‘임시사장’ ‘바지사장’이라고 표현했다. 국민의당에 입당한 정동영 전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더민주는 문재인당”이라고 말했다.
컷 오프 결과에 따라 국민의당 내부에서 ‘통합파’가 힘을 얻게 될 수도 있다. 김한길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종인 대표가 통합을 제안하면서 계파패권주의가 다시 부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여러 번 공언했으나 아직까지 그 실천은 보이지 않는다”며 “패권주의 청산의 진정성을 담보하는 일이 선행돼야 야권의 개헌선 저지를 위한 뜨거운 토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컷오프 결과가 패권주의 청산의 기준이 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김한길 위원장은 “(결과를) 잘 보겠다”고 답했다.
더민주는 컷오프를 바탕으로 국민의당에게 통합의 명분을 쥐어줄 수 있지만, 당내 반발도 고려해야할 변수다. 당내에서는 ‘초재선 30%, 3선 이상 50% 정밀심사’라는 기준이 지나치게 일률적인 것이라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2차 컷오프 결과에 따라 해당자가 된 의원들이 탈당하거나 국민의당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1차 컷오프 대상자에 포함된 홍의락 의원은 탈당했고 전정희 의원은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호 남지역의 한 더민주 의원은 “정치나 당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외부 인사들이 일률적으로 기계적으로 판단을 하면, 지역의 여론과 상당히 동떨어진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당의 컷오프 방식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야당 국회의원 100명이 다 지역에서 당선가능성 있다면 다 공천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당선가능성이 높은데 인위적으로 바꾸려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총 선 불출마를 선언한 송호창 더민주 의원은 8일 백브리핑 자리에서 “국회의원은 체조선수가 아니다. 점수를 매겨가지고 몇 프로는 공천 배제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건가라는 생각을 (다른 의원들도) 많이 생각 하고 있다”며 “능력 있는 사람을 배치해서 그 사람들이 정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위원들에 의해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 결정되는 건 문제”라고 밝혔다.
당의 전략공천에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는 7일 전략공천 및 단수 추천 지역을 발표했다. 이중 경기 군포갑에 당 영입인사인 김정우 전 세종대 교수를 전략공천 됐다. 군포갑의 한 대희 예비후보는 “군포갑 지역구는 지역에 뿌리내린 후보가 아니면 선거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곳이다. 선거를 불과 40여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후보가 전략공천 되어서는 선거승리가 요원하다”며 “당의 전략공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다시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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