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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보다 여당이 높게 보이는 여론조사의 비밀

실제보다 여당이 높게 보이는 여론조사의 비밀

유선전화 조사, 노년층 의견 확대 대표… 득표율 가중하면 과태료 철퇴, 선관위 획일적 기준도 제약


413 총선이 1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가 총선 변수로 떠올랐다. 각 정당이 현행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표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목표 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 편향’을 바로잡을 여론조사의 대안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4일 저녁 8시부터 1시간 20분 동안 긴급회의를 열었다. 총선 판세 분석을 위한 자리였는데, 여의도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자체 분석 결과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130석의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과반 수 이상, 나아가 180석 이상을 얻을 것이라는 언론의 전망과는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그 이유를 여론조사에서 찾았다.

권성동 새누리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5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 서 “1차 조사 때는 유선 전화로 여론조사를 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분석을 했는데, 2차 조사 때는 유무선전화 무선전화 건을 가미해서 여론조사를 한 것에다가 각 지역구에 우리 당 당직자들의 조사 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그렇게(130석을 얻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에 무선전화가 포함되면서 투표계층에 젊은 층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더민주도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철희 더민주 선대위 상황실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늘 여러 신문을 보니 더민주가 우세한 게 35곳이라고 나왔는데 저는 그 근거를 잘 모르겠다”며 “당에서 최근에 판세를 보기 위해 조사를 했다. 새누리당 강세인 것 맞지만 우리당이 우세라고 말할 수 있는 지역은 60~65개”라고 말했다.

▲ 4월 4일자 중앙일보 1면
이 실장은 판세 분석에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조사기법의 문제다. 언론사에서 하는 여론조사는 유선전화 중심”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당에서 한 조사는 유선도 하고 안심번호를 가지고도 한다. 4대 6 비율로 하는데, 안심번호는 정당만이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그 조사에 의하면 (언론 조사와는) 상당히 많은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선 전화 중심의 여론조사가 ‘여당 편향’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선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시간대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계층, 즉 노년층의 의견이 확대 대표되기 때문이다.

이 런 편향을 보완하기 위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여론조사에서 성, 연령, 지역 변인으로 인구비례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인구비례방식이란 특정연령이나 지역의 주민등록상 인구 구성에 맞춰 목표 숫자를 할당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인구비례 가중치를 부여해도 ‘여당 편향’이 바로잡히지는 않았고 예측이 엇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몇몇 여론조사기관이 도입한 방식이 최근의 선거 득표율 가중치를 통한 보정이다. 예컨대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거나 응답을 하지 않는 현상을 보완하려면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한테 투표했는지 등에 관한 ‘정치성향가중’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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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식을 시도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실제 (득표율) 추가가중을 적용하는 경우 여야 후보들간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기존 성, 연령, 지역 가중치만 부여하면 여당 후보가 5% 포인트 이상 더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선거여론조사기준’에도 관련된 내용이 있다. 선거여론조사기준 14조 2항은 “선거결과 예측 지지율 산출을 위해 1항의 가중값(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산출 및 적용 방법 외에 과거 선거 투표율 보정, 과거 선거후보자 득표율 보정, 응답유보층 분석 등을 추가적으로 수행할 경우 가중값 산출 및 적용 방법과 이에 사용된 기준 정보의 출처 등 모든 관련 정보를 등록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해당 방식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도입한 여론조사기관들은 ‘과태료 철퇴’를 맞고 있다. 경기도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는 지난 2월 26일, 지난 1월 28일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기관 A업체의 ‘의왕시과천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여론조사’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A업체는 18대 대통령 선거 득표율 가중치를 적용해 통계를 보정했다.  

경기도여론조사심의위는 “특정 지역의 국회의원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제18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가중변인으로 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이 사건 추가 가중값 부여방법에 따를 때 조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상이한 여론조사결과가 도출되는 등 이 사건 추가 가중값 부여방법은 조사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조사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한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에 A업체는 이의를 제기한다. 경기도여론조사심의위의 조치가 과거 선거 투표율 등을 사용하여 추가가중을 할 수 있도록 한 선거여론조사기준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A업체는 이의제기를 위해 보낸 공문에서 “한국 정치환경의 특성상 정치선거조사에서는 성, 연령, 지역별 인구가중을 통한 통계보정 외에 최근 선거 득표율 가중을 통한 통계보정을 기본으로 해야한다”며 “최근 선거 득표율 가중을 하지 않을 경우 정치성향별 과대 또는 과소 표집 문제가 발생하고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A 업체는 또한 18대 대통령 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통령선거에서는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여야 정치성향에 따른 투표가 보다 보편적으로 이루어진다. 여당 지지층은 박근혜에, 야당 지지층은 문재인에 투표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성향별 유권자 분포를 가장 적절하게 나타낼 수 있는 기준이 18대 대통령 선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A업체는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B업체도 지난 3월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A업체와 유사하게, 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한 가중치 방식에 정밀성이 결여됐고 여론조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최근 이러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한 기관들은 일제히 과태료 처분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심의위는 해당 업체들이 통계 보정을 잘못했기에 처분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중앙여론조사심의위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선거 득표율 가중 방식이 ARS 유선조사를 보완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방법 자체가 아직 객관적이거나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노하우나 전문성이 쌓인 언론사도 기본적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만 한다. 그 외 다른 가중치는 고려해야할 변수가 너무 많아서 많은 여론조사기관들이 적용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선거여론조사기준에 나와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엄밀하게 해야 한다. 여론조사는 객관적이고 누가 봐도 방법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돼야 한다. (과태료를 받은) 해당 여론조사기관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치성향 가중치’가 엄밀한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론조사심의위의 설명처럼 득표율 가중을 도입한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방식이 객관적이지 않다 해도 현재의 여론조사 방식이 ‘여당 편향’의 여론조사는 바로잡지 못한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학자들 간에 합의도 안 된 여러 가설이 있는 방식에 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해당 조사기관들에게 통계처리의 오류가 있었다면, 그 오류를 바로잡아주면 되는데 그렇지 않고 아예 못하게 한다”며 “결과적으로 이는 여론조사 기관들로 하여금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편향’의 여론조사를 바로잡을 또 다른 대안은 안심번호다. 유선이 아니라 무선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를 하면서도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의 번호를 만들어 경선이나 여론조사에 활용하는 것이 안심번호 여론조사다. 응답률도 높아지고, 연령층별로 응답률 차이가 적기에 가중치를 이용한 통계보정 작업의 필요성도 적다.

하지만 선거법상 안심번호를 통한 여론조사는 정당에만 허용되고, 이를 공표할 수도 없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때문에 여론조사를 믿는 대신 자체 판세 분석을 통해 예상 의석 수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득 표율 가중 방식이든 안심번호 도입이든 여론을 정확히 반영할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철희 실장은 4일 간담회에서 “여론조사가 투표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격차가 많이 벌어지면 선거가 끝났다는 생각에 우리 지지층이 투표할 생각을 안 한다”며 “여론조사에 의해서 역으로 유권자가 영향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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