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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백지화, 새누리 안도하는데 더민주가 더 '발끈'

신공항 백지화, 새누리 안도하는데 더민주가 더 '발끈'

지역 여론 의식, 더민주 영남권 의원들 집단 행동 조짐… 김종인 “지역갈등 공약은 지양해야” 선 그어

영남권 신공항이 밀양도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장 확장’으로 결론 나면서 지지기반이던 PK(부산경남)과 TK(대구경북)의 대립을 우려하던 정부여당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내심 안도하면서도 지역 여론을 놓고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22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신공항 논란에 대해 “모두가 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표를 의식한 선거공약 때문에 발생한 사안이라 생각한다”며 “지금 김해의 공항의 확장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는 하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과연 이 문제에 대해 또 다시 국민들을 상대로 한 약속을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는 이와 같은 지역 간의 갈등고조를 유발하는 약속이나 선거공약은 지양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대선에서 더민주를 포함한 정치권이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김영춘 의원(부산진구갑)은 같은 자리에서 “이제라도 몰락해가는 동남권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필수적인 SOC인 신공항, 도약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신공항사업이 지금부터 다시 검토되고 추진되어야 한다”며 신공약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런 입장 차이는 더민주의 복잡한 사정에서 기인한다. 애초에 더민주는 신공항 백지화와 그 과정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영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검토되기 시작했고 향후 이명박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다 폐기했다. 2012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대선공약으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내걸었다.

또 한 더민주 내에서 신공항 논란은 대구 수성갑의 김부겸 의원과 부산에 기반을 둔 문재인 전 대표 간 대립양상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었다. 지난 9일 문재인 전 대표가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가덕도 공항 유치에 힘을 보태자 김부겸 의원은 “정치 지도자라면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력 대권주자인 문 전 대표와 김 의원이 지역 현안을 두고 대립할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한편으로 더민주는 영남권 지지층 확대를 위해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워야 하는 처지다. 이번 총선에서 김부겸 의원은 밀양 신공항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산 지역 더민주 의원들도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앞장섰다.

영 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더민주 지역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는 이유다. 김부겸 의원은 21일 논평에서 “때만 되면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내놓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식언을 반복하는 행태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신공항은 유일한 남부권 경제 회생의 혈로이자 활로이다.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민주 부산지역 의원 김영춘‧박재호‧최인호‧전재수‧김해영 등 5인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용역이 수행되었더라면 유일한 대안인 가덕 신공항 건설로 결론 나는 것이 마땅하였다”며 “그 모든 책임이 국토교통부와 박근혜정부에 있다. 이번 입지 선정 용역은 법적 절차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며, 부실한 ‘3불(不) 용역’”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불공정 용역에 대한 당내 진상조사단을 구성”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지역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더민주는 당 차원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부산 의원들이 구성하겠다는 진상조사단에 대해 당은 ‘불개입’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당의 공식입장이라 할 수 있는 박광온 더민주 수석대변인의 21일 브리핑에도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이면서도 박근혜 정부를 비판함으로써 영남권 지지층을 확대해야 하는 더민주의 고민이 드러난다.

박광 온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지역 간 갈등의 최소화와 경제성 등을 고려한 선택”이라며 정부 결정을 수용하는 입장을 취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은 허탈해하실 것이고, 사생결단식 경쟁을 지켜본 모든 국민들은 소모적 논란의 뒤끝을 보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며 “오늘 발표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실현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공약을 한 셈이 됐다. 국민들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기대한다”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새누리당과 대비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시·도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최근 국토교통부가 한 일중에 가장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 최경환 의원(경북경산)은 같은 자리에서 “대승적으로 수용을 해야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세연 의원도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김해 확장안을 발표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털고 가자’는 분위기다.

이처럼 정부여당이 ‘털어버린’ 신공항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더민주가 떠맡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영남권 더민주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나친 정치문제화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재수 의원(북구강서구갑)은 22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타격이 없을 거라고 본다. 저희들도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게 용역 과정의 투명성과 공개성과 공정한 절차를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