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첫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청결 강박이 만든 독한 사회의 역습
“내 가족의 청결을 위해 썼는데 살인무기가 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많은 피해자가 절규하듯 토로한 말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화학제품에 둘러싸여, 그것들을 듬뿍 사용하며 살아간다. 청결이라는 이름으로. 경향신문이 일상 속의 위험에 마주한 호모 케미쿠스(Homo Chemicus·화학제품에 의존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집중 취재했다.
경향신문이 여론조사업체 스페이스리서치를 통해 전국 성인 500명에게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인식 및 사용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32.4%)은 생활화학제품 사용 후 몸의 이상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메스꺼움과 구토, 어지러움, 두드러기 등 증상은 다양하다. 락스는 물론 방향제, 탈취제 등 향기가 담긴 제품도 증상을 유발했다. 10명 중 4명은 집에 평균 2.1개의 방향제(39.6%)를 비치하고, 이틀에 한 번꼴로(44.6%) 의류와 이불에 탈취제를 뿌리고 있었다.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로 0명 중 3명(29.8%)은 “나에게 청결에 대한 강박이 있다”고 답했다. 청결에 대한 강박감이 호모 케미쿠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전례 없이 청결한 만큼 전례 없이 위험하다. 싱크대 청소를 위해 산 주방 하수구 청결제는 내 목에 돌기를 만들어내고 냄새 잡으려 산 방향제는 내 두통의 원인이다.
호모 케미쿠스들이 갈구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다. 현재 사용하는 세안·청소용품에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다면 시민 절반 이상이 “안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시민들에게 청결 강박에서 벗어날 자유를 주자.
● 경향신문
2. 오원춘 사건 4년 후,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4년 전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오원춘 사건이 벌어졌다. 더 놀라웠던 것은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납치된 여성이 오원춘을 피해 112에 신고를 했지만, 신고받은 경찰은 신고를 인지하지 못해 엉뚱한 곳을 수색했다는 점이다. 결국, 그 사이 피해자가 사망했다. 경찰에 다시 이런 신고 전화가 걸려오면, 그때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AS뉴스 코너에서 오원춘 사건 그 후 4년을 다뤘다. 4년 전 112시스템만 제대로 돌아갔어도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4년이 지난 지금도 112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최근 벌어진 한남동 살인사건에서도 경찰이 엉뚱한 곳으로 출동하는 사건이 반복됐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아직도 법적 공방에 시달리고 있다. 가족들은 국가의 책임을 물으려 했으나 1심은 국가책임이 30%라고, 2심에서는 그나마 30%도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다시 2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국가는 바뀌지 않았다.
● CBS 김현정의뉴스쇼
3. 진짜 뇌전증이 원인일까요?
지난 7월 31일 부산 해운대에서 7중 교통사고가 벌어져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언론은 일제히 원인을 뇌전증 걸린 운전자의 과실로 꼽았다. 이에 따라 뇌 질환자의 운전을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진짜 원인이 뇌전증일까? 장애인 인터넷언론 에이블뉴스가 던진 질문이다.
사고 가능성을 이유로 운전을 금지한다면 성질 급한 사람, 주사가 있는 사람, 교통안전의식이 부족한 사람 모두 운전을 금지해야 하지 않을까. 뇌전증의 경우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생활에 문제가 없는데도 뇌와 관련된 질병이면 모두 위험하다는 인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이 장애인에게 매우 불리한 인권침해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진짜 뇌전증인지도 아직 미지수다. 과거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뇌전증이라고 주장했으나 판결에서 뒤집힌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사고자가 사건 원인을 뇌전증으로 주장하는 것 외에 뇌전증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객관적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뇌전증을 ‘시한폭탄’이라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정신장애나 질병을 원인으로 몰아버리는 사회가 진짜 시한폭탄일지 모른다.
● 에이블뉴스
4. 대한민국 만든 관료들 다 어디로 갔을까
대한민국은 관료사회다. 4년에 한 번 5년에 한 번 바뀌는 정치권력과 달리 관료들은 대한민국을 쥐고 흔든다. 그런 관료사회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진단이다. 대한민국의 두뇌들이 집단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것이다.
무기력증의 원인은 고립과 단절이다. 경제부처 5년 차 A 사무관은 6개월 동안 좌담회나 업무 관련 컨퍼런스에 1번 참석했고 국장과 대면보고를 2차례, 서울 방문을 4번 했다. 공무원을 제외한 민간인과 만난 경우는 한 달에 2번. 세종청사에 온 이후 서울과 세종 간 거리만큼 관료 개개인의 네트워크가 약해지고, 현실 파악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사무관들은 국장, 과장에 카카오톡으로 보고한다. 대학 동창, 민간 전문가, 국회 관계자 등 민간인들과 만나지 않으면서 관료 사회와 민간의 단절도 심해진다.
출세 포기족도 늘어난다. 가늘고 길게, 사명감은 사라지고 버티는 게 승자다. 편한 보직, 일 적고 윗사람의 간섭을 덜 받는 부처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 코스로 꼽히던 청와대 파견근무도 이제 기피 대상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관료도 직장인’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 조선일보 스페셜리포트
5. 모르면 외웁시다, 여성한테 하지 말아야할 말 25가지
폭력은 일상에서 벌어진다. 일상에서 농담이랍시고 툭툭 던져지는 말들. 농담은 사실 한 사회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즈가 국제엠네스티와 함께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듣게 되는, 칭찬과 호감을 가장한, 그러나 실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차별과 폭력에 기반을 두고 하는 말들을 정리했다.
- ‘넌 다른 여자들이랑 달라서 좋아’ → 사람은 원래 다 다르다.
- ‘너 정도면 괜찮지’ → 평가해달라고 한 적 없다.
- ‘그렇게 안 봤는데 천생 여자네’ → 그냥 계속 안 봤으면 좋겠다.
- ‘여자 치곤 잘하시네요’ → 여자 대신 사람을 넣고 말이 되나 보자. 등등.
학창시절 공부할 때 얻은 진리가 하나 있다. 모르면 그냥 외우자. 기쁘라고 던진 농담들, 하나도 기쁘지 않으니까.
●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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