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둘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경영관리 받는 STX, 기자 접대비로 하루 수백만 원
큰 기업이 망하면 나라가 살려준다. 그것도 국민 세금으로. STX도 마찬가지였다. 조선해양과 중공업 등 주력 기업의 부실로 해체된 STX그룹은 5,300억 원의 부채를 주식으로 출자 전환 받는 내용의 자율 협약을 체결한 뒤 채권단의 경영 관리를 받는 회사가 됐다. 부담은 국민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정부 소유 금융기관들이 감당했다.
뉴스타파가 국민 세금으로 살려놓은 이 회사가 경영정상화 노력을 하고 있는지 검증했다. (주)STX의 법인 카드 사용 내역 15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접대비 총액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자율 협약이 맺어진 2014년 이후만 따져도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골프가 101건에 4천 7백여만 원이 지출됐고, 심지어 자율 협약 이전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던 안마시술소에서도 19차례에 걸쳐 780여만 원이 결제됐다.
접대비와 부서 식대, 출장비 등을 혼용해 사용하거나, 여러 차례 나눠 결제하는 이른바 ‘카드 나눠찍기’ 행태가 비일비재했고 성 접대로 의심받을 만한 법인 카드 결제 내역도 여럿 발견됐다. 경영을 감독해야 할 경영관리단도 업무추진비를 펑펑 써가며 공금을 쌈짓돈 쓰듯 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기자접대비’다. STX가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한 접대비 규모는 회당 평균 65만 원으로, 정부 부처 공무원, 국회의원 보좌진들보다다 2배가량 많았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물론 조선·중앙·동아 등 주요 신문, 경제지, 인터넷 매체 등 모두 36곳의 언론사가 391차례 접대를 받았다. 김영란법, 이래서 언론이 반대한 걸까?
● 뉴스타파
2. 왜 환경미화원은 어둠 속에서 청소해야 할까
어둠이 깔린 새벽 출근길에 마주치는 노동자들이 있다. 환경미화원들이다. 환경미화원들은 밤 11시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밤샘 청소작업을 한다. 이들은 왜 항상 아무도 없는 밤과 새벽에 일해야 하는 걸까. 한겨레가 한국과 일본 환경미화원의 노동시간 차이에서 드러나는 노동조건의 차이를 짚었다.
직장인들의 점심식사 줄이 길게 늘어선 일본 도쿄의 한 음식집, 그 앞으로 청소차가 멈춘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식사하러 온 일본 환경미화원들이 내린다. 도쿄의 환경미화원들은 오전 7시 40분에 출근해 오후 4시 25분에 퇴근하는, ‘정상’적인 근무를 한다. 반면 어둠 속에서 일하는 서울의 환경미화원들은 시민들이 출근하기 전 청소를 마치기 위해 안전장치 없이 청소차에 매달린 채 하루에 수십km를 달린다.
노동시간의 차이는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이어진다. 눈에 띄지 않으려는 서울의 환경미화원들과 달리, 도쿄의 환경미화원들은 말 그대로 지역의 청소전문가다. 홀로 사는 노약자가 며칠 동안 쓰레기를 내놓지 않으면 자치구 사회복지사에게 연락하고, 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해 재활용 분리 및 배출 방법을 교육한다.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쟁취하려는 수십 년간의 싸움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 한겨레
3. ‘내편’이라 봤는데 ‘내 편 아니니’ 안 본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이 메갈리아 논란으로 절독 운동을 겪고 있다. ‘창간 후 처음 겪는 사태’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자협회보가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한 진보언론에 대한 절독 운동을 짚었다.
이 기사에서 가장 날카로운 대목은 이 절독운동이 현 미디어 지형이 딛고 선 진영논리의 자장 안에서 더 증폭됐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언론은 ‘내 편’이고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드러내고 실현하는 수단’에 가깝다. 그리고 진보언론도 구독확장 운동을 할 때 이러한 진영논리를 강조했다.
‘내 편’이라 시사IN을 구독했던 이들이 이제 ‘내 편이 아니다’라며 구독을 끊는 상황을 진보언론은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진영논리에 근거한 진보언론의 ‘독자중심주의’ 모델에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 기자협회보
4. ‘여혐’ 논란 강남역, 피해자 가족은 어디에
한국사회에 ‘여성혐오’ 논란을 불러일으킨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4달이 지났다. 수많은 논쟁 속에서 이 논쟁에서 배제된 이들이 있다. 바로 피해자의 가족들이다. 한국일보가 “딸의 희생은 한낱 얘깃거리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수천 개의 포스트잇 중에는 가족의 가슴을 후벼 파는 내용들이 많았다. ‘밤늦게 돌아다녔으니 죽어도 싸다’ ‘못 배운 것들이 밤에만 다닌다’ 같은 폭력적 언어들이었다. 가해자를 처벌하라는 서명을 받던 오빠는 ‘동생 팔아먹은 놈이 뭐 그리 당당하냐’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피해자의 남자친구도 엄청난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워마드 등 몇몇 커뮤니티 회원들은 그에게 ‘가짜 남자친구’ 낙인을 찍었고, 뺨을 때리고 돌을 던졌다. “페미니스트임을 증명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기억하겠다는 약속 대신 서로를 향한 증오만 남았다.
● 한국일보
5. 같은 저출산, 서로 다른 해법
한국은 1.24명, 일본은 1.42명.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저출산이라는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고령화는 심화한다는 원인도 같다.
하지만 같은 원인에 대한 두 나라의 해법은 너무나 달랐다. SBS뉴스 ‘리포트+’에서 서로 다른 두 나라의 해법을 소개했다. 일본은 사회경제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입장이 다. 추가 야근을 시키는 회사를 예외 없이 처벌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비정규직의 연봉을 정규직만큼 올려주는 방안, 최저임금 대폭 상승도 검토 중이다. 일하는 시간은 많은데 소득이 적어서 애를 낳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저출산 대책은 근시안적이다. 난임 시술비 지원을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고, 1인당 최대 월 135만 원을 주는 출산 전후 휴가 지원액을 150만 원으로 증액하는 등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보다는 보조금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가지 말자.
● SBS뉴스
6. 북조선을 떠난 탈북자, 헬조선도 떠나다
지난 8월 13일 40대 탈북자가 건물 안에서 유리 벽을 닦다 떨어져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북한에서 산부인과였던 그는 남한에 온 뒤로 공사장을 전전하다 결국 사망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엘리트 출신 탈북자의 죽음 뒤에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을 다뤘다.
2006년에 입국한 고인은 공사판을 전전했다. 북한에서의 의사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의사를 하다 넘어온 탈북자들은 대부분 고인처럼 다른 일을 하거나 불법 의료행위를 한다. 이렇게 고등교육까지 받은 탈북자들도 대접을 못 받는데, 일반 탈북자들은 더욱더 심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탈북을 권유하는 듯한 말을 했다. 하지만 남한에 왔다가 제3국으로 떠나는 탈남자들이 즐비하다.
‘북한 인권’은 이야기하면서도 남한 내 탈북자들이 처한 상황에는 별 관심이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 CBS 김현정의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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