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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발목 비틀었나” 묻자 “수사중이라 답변 곤란”

“누가 발목 비틀었나” 묻자 “수사중이라 답변 곤란”

[2016 국감] 이승철 부회장,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답변 회피… 박영선 의원, “국민들 우롱하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이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의 핵심 증인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의 돈을 걷어 급하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설립했고, 이 과정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국감에 출석해 이런 의혹에 대해 해명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 중”이라며 의원들의 답변을 회피했다. 기재위 소속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어디서 구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최근 일어난 일련의 일로 인해 사실여부를 떠나 물의가 일어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구체적 질문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이 자리에서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며칠 전부터 검찰 수사가 진행된 건가. 답변을 그렇게 하라고?”라며 “국민들이 생방송으로 다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질의를 맡은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역시 “이승철 부회장은 두 재단의 설립과정에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경영자총회 박병원 회장이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 돈을 모았다’고 이야기했다”며 “누가 전경련을 통해서 발목을 비틀었다는 뜻인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이승철 부회장은 “아까 답변 드렸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가타부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이 “오늘 그 답변을 몇 번 하는지 보겠다”며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위해 전경련 뿐 아니고 문체부, 기재부 등 전방위적으로 국가기관들이 동원됐다. 이러한 기관들을 한꺼번에 동원할 수 있는 기관이 청와대 밖에 없지 않나”라고 다시 질의했으나 이 부회장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더민주 의원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의 최초제안자는 누구인가. 누가 제안했나”라고 물었다. 이승철 부회장은 “거듭 같은 답변을 드린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송 의원이 재차 “수사하고 상관없다. 수사는 불법적인 부분을 가리는 거고, 재단을 설립하는 주체가 있을 거지 않나”라고 물었으나 이 부회장은 “수사랑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여당 의원의 질문에도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미르재단과 스포츠재단에 대해 국민들이 의혹을 갖고 있다. 청와대가 주도해서 만든건가, 전경련 주도로 이승철 부회장이 주도해서 재단을 설립한 건가”라며 해명할 기회를 줬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런 질의에도 “송구스럽게도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명재 의원이 “누가 주도해서 만들었는지도 수사 중인가”라고 재차 묻자 이 부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박명재 의원의 질의한 내용은 이미 이승철 부회장이 9월26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밝힌 내용이다. 이 부회장은 농해수위 국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누구의 아이디어였나’라는 질문에 “기업계 의견 있어서 뜻을 모았다”고 답했다.

박명재 의원은 이에 “농해수위 국감에서 전경련 주도로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재차 물었고, 이 부회장은 “(그 당시에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그렇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상황이 달라졌다는 건가”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반복되는 답변 회피에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박영선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답변 태도는 국민들 앞에 나와서 하는 태도가 아니다. 이승철 부회장 뒤에 어마어마한 권력기관 버티고 있거나 아니면 본인이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저런 식의 답변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질문하면 무조건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니, 이 아까운 시간에 그런 답변 들으려고 증인으로 신청한 건가”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민들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약 올리러 나온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뭔가. 국회의원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질문하는데 전경련 부회장이 국회 나와서 검찰 수사중이라고만 한다”며 “이거야말로 부패한 권력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승철 부회장에게 답변을 회피할 권리가 있다며 옹호했다.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국감은 기재부와 조세정책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승철 증인을 부른 이유도 고용난 해소와 임금결정방식, 법인세정상화 관련 내용”이라며 “국감이 폭로전이나 하는 장소가 되어선 안 되니 주제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도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법률’ 8조를 보면 감사 또는 조사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감사 또는 조사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조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선 안 된다고 나와 있다”며 ”참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확대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을 국민을 대신해 질의하는 거지 무슨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질의하는 건가”라며 “형사소송법 148조에 ‘증언 거부 할 수 있는 사유’로 발언을 하면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겨질 때 증언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이 부회장의 증언 거부는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한 “무조건 다 조사중이어서 증언할 수 없다 고 말하는 것은 증엄감정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언주 더민주 의원도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 질의하는 것이 조세정책, 노동정책과 왜 관계가 없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숫자 몇 개 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